파이팅 외치는 '착하지 않은 여자들'  23일 오후 서울 논현동의 한 호텔에서 열린 KBS 2TV 수목드라마 <착하지 않은 여자들> 제작보고회에서 유현기 PD(오른쪽에서 세번째)와 배우 송재림, 이하나, 도지원, 채시라, 김혜자, 김지석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착하지 않은 여자들>은 공부는 못했으나 다른 재능이 많았던 여학생과 그녀의 엄마와 딸의 좌충우돌 성장기로 그들이 미워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25일 밤 10시 첫방송.

▲ 파이팅 외치는 '착하지 않은 여자들' 23일 오후 서울 논현동의 한 호텔에서 열린 KBS 2TV 수목드라마 <착하지 않은 여자들> 제작보고회에서 유현기 PD(오른쪽에서 세번째)와 배우 송재림, 이하나, 도지원, 채시라, 김혜자, 김지석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착하지 않은 여자들>은 공부는 못했으나 다른 재능이 많았던 여학생과 그녀의 엄마와 딸의 좌충우돌 성장기로 그들이 미워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25일 밤 10시 첫방송. ⓒ 이정민


|오마이스타 ■취재/이미나 기자·사진/이정민 기자| 남편을 빼앗기고 요리 선생이 되어 평생을 홀로 살아온 여자 강순옥(김혜자 분), 강순옥의 두 딸 김현정(도지원 분)과 김현숙(채시라 분), 그리고 손녀 강마리(이하나 분)까지 3대에 걸친 여자들의 이야기를 그린 KBS 2TV 새 수목드라마 <착하지 않은 여자들>(극본 김인영, 연출 유현기·한상우)은 그동안 방영됐던 미니시리즈들과는 그 결을 달리 한다. '가족'이 주요 소재라는 점, 중장년층부터 청년층에 걸친 여성 캐릭터들의 이야기를 내세운 드라마라는 점에서 언뜻 '주말드라마가 아닌가' 착각할 정도다.

23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유현기 PD도 이 지적에 동의했다. "가족 드라마라해도 분명 월화/수목 미니시리즈로 방송할 수 있는 작품이 있다고 생각했다"고 운을 뗀 그는 "기존의 가족 드라마가 아닌 미니시리즈로서의 가족 드라마로서, 좀 더 입체적인 이야기를 선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여기에는 MBC <결혼하고 싶은 여자>(2004), KBS 2TV <태양의 여자>(2008) 등을 통해 여성의 마음을 섬세한 필치로 들여다 본 김인영 작가의 역할이 컸다. "요즘 드라마를 보면 대부분 남성 인물이 주인공이지만, 우리는 가족의 근간을 이루는 여성들의 성장담을 이야기해보자 싶었다"는 유 PD는 "이렇게 많은 여배우들과 함께 호흡한 게 개인적으로는 처음이지만, 여성의 감정을 잘 표현하는 작가로 유명한 김인영 작가가 잘 써주고 있다"고 말했다.

<착하지 않은 여자들>이 말하고 싶은 것은 가족의 그늘 때문에, 혹은 아주 사소한 선입견이나 편견 때문에 뜻대로 인생을 살지 못하게 된 여자들의 '힐링기'이기도 하다. 이에 대해 유현기 PD는 "중요한 건 사건이 아니라 사건의 해석이라는 말도 있지 않나"라며 "사연이 있고 사건이 있어 좌절하고 갈등하는 여자들이 마음의 문을 열고 세상을 다르게 해석할 때 이들이 갖고 있는 문제도 해소된다는 것을 보여주길 원한다"고 전했다.

김혜자 "김인영 작가 대본은 소설을 읽듯 행간을 읽어야"

'착하지 않은 여자들' 도지원-김혜자-채시라, 닮은꼴 모녀  23일 오후 서울 논현동의 한 호텔에서 열린 KBS 2TV 수목드라마 <착하지 않은 여자들> 제작보고회에서 배우 도지원, 김혜자, 채시라가 다정한 모습으로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착하지 않은 여자들>은 공부는 못했으나 다른 재능이 많았던 여학생과 그녀의 엄마와 딸의 좌충우돌 성장기로 그들이 미워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25일 밤 10시 첫방송.

▲ '착하지 않은 여자들' 도지원-김혜자-채시라, 닮은꼴 모녀 23일 오후 서울 논현동의 한 호텔에서 열린 KBS 2TV 수목드라마 <착하지 않은 여자들> 제작보고회에서 배우 도지원, 김혜자, 채시라가 다정한 모습으로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착하지 않은 여자들>은 공부는 못했으나 다른 재능이 많았던 여학생과 그녀의 엄마와 딸의 좌충우돌 성장기로 그들이 미워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25일 밤 10시 첫방송. ⓒ 이정민


우리에게 '고향의 맛'을 일러 주던, '국민 엄마' 김혜자는 언젠가부터 다양한 작품 속에서 자신을 선보이기 시작했다. JTBC 개국과 함께 했던 <청담동 살아요>, 그리고 최근 재개봉한 영화 <개를 훔치는 방법> 속 김혜자는 이제 <착하지 않은 여자들> 속 요리를 배우러 온 재벌가 며느리들에게 거침없이 쓴 소리를 하면서도 자신을 떠난 남편과 그 남편을 앗아간 여자를 향한 분노를 숨기지 않는 '여자' 강순옥이 됐다.

"최근 연극을 하며 '배우로서의 내 역할이 뭘까' 고민하다가 (그동안 해왔던 역할과 다른 쪽으로) 눈을 돌리게 됐다"는 김혜자는 '신선함'을 <착하지 않은 여자들>의 미덕으로 꼽았다. "3대가 나오는데도 구태의연하지 않았다. 신선하면서도 억지가 없었다"는 그는 "세상에 사연 없는 사람, 상처 없이 즐겁기만 한 사람은 없지 않나"라며 "제목 속 '착하지 않은 여자들'은 보통 사람이다. 그런 의미에서 드라마 또한 보통 여자들의 이야기라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강순옥은 자신의 인생에서 여러 번 얻어맞은 여자에요. 그러면서도 딸들을 꿋꿋하게 키우고 살았는데, 어느 날 자신을 떠났던 남편 김철희(이순재 분)가 죽지 않았다는 걸 알게 되죠. 그러면서 남편이 사랑했던 여자 장모란(장미희 분)에 대한 감정도 굉장히 섬세하게 나올 거예요.

그런 부분을 (김인영 작가가) 참 잘 썼다 싶어요. 그러니 연구할 것도 무척 많아요. 대사가 많아 외우기가 어려운 게 아니라, '이 여자가 왜 이렇게 하지?'를 생각하는 일이 어렵더라고요. 소설을 읽듯, 대본 사이의 행간을 읽고 연구해야 해요. 대사 자체는 길지 않은데, 그 한 줄을 한참 들여다보고 생각해야 할 일이 많아요. (제가) 오래 연기했으니 많은 대본은 보지 않았겠어요. 그런데 '김인영 작가를 왜 이제까지 몰랐을까?' 싶어요." (김혜자)

'착하지 않은 여자들' 김혜자, 국민어머니의 인자함   23일 오후 서울 논현동의 한 호텔에서 열린 KBS 2TV 수목드라마 <착하지 않은 여자들> 제작보고회에서 강순옥 역의 배우 김혜자가 미소를 짓고 있다. <착하지 않은 여자들>은 공부는 못했으나 다른 재능이 많았던 여학생과 그녀의 엄마와 딸의 좌충우돌 성장기로 그들이 미워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25일 밤 10시 첫방송.

▲ '착하지 않은 여자들' 김혜자, 국민어머니의 인자함 23일 오후 서울 논현동의 한 호텔에서 열린 KBS 2TV 수목드라마 <착하지 않은 여자들> 제작보고회에서 강순옥 역의 배우 김혜자가 미소를 짓고 있다. <착하지 않은 여자들>은 공부는 못했으나 다른 재능이 많았던 여학생과 그녀의 엄마와 딸의 좌충우돌 성장기로 그들이 미워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25일 밤 10시 첫방송. ⓒ 이정민


'착하지 않은 여자들' 채시라-도지원, 후배보며 흐뭇 23일 오후 서울 논현동의 한 호텔에서 열린 KBS 2TV 수목드라마 <착하지 않은 여자들> 제작보고회에서 배우 채시라와 도지원(왼쪽부터)이 질문에 답하는 배우 이하나를 바라보며 미소짓고 있다. <착하지 않은 여자들>은 공부는 못했으나 다른 재능이 많았던 여학생과 그녀의 엄마와 딸의 좌충우돌 성장기로 그들이 미워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25일 밤 10시 첫방송.

▲ '착하지 않은 여자들' 채시라-도지원, 후배보며 흐뭇 23일 오후 서울 논현동의 한 호텔에서 열린 KBS 2TV 수목드라마 <착하지 않은 여자들> 제작보고회에서 배우 채시라와 도지원(왼쪽부터)이 질문에 답하는 배우 이하나를 바라보며 미소짓고 있다. <착하지 않은 여자들>은 공부는 못했으나 다른 재능이 많았던 여학생과 그녀의 엄마와 딸의 좌충우돌 성장기로 그들이 미워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25일 밤 10시 첫방송. ⓒ 이정민


김혜자의 존재감은 함께 하는 배우들에겐 큰 힘이 된다고. 특히 "김혜자 선생님과 호흡을 맞춰보고 싶다는 갈망이 있었는데 그동안 기회가 닿지 않았다"는 채시라는 '선생님' 김혜자의 지근거리에서 "돈 주고도 할 수 없는" 공부를 하고 있다고 고백했다. "말씀 하나하나 깨달음이 된다. '이래서 선생님이신 거구나' 싶다"는 채시라는 "드라마가 16부가 아니라 24부라 좋다. 더 길게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든다"며 "아마 작품이 끝나면 나를 비롯한 모든 배우가 얻어가는 것이 많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순옥의 두 딸을 연기하는 채시라와 도지원 또한 가볍지 않은 무게감을 지닌 배우들이다. 채시라는 "그동안 해보고 싶은 역할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는데, <착하지 않은 여자들>이 내가 찾던 게 아닌가 싶었다"며 눈을 빛냈다. 이번 작품 속 그의 도전은 '망가지는 것'이다. "망가지는 모습에서의 처연한 아름다움도 있다고 생각한다"는 채시라는 "나쁜 애는 아닌데 하는 것마다 안 되는 현숙 같은 인물이 집안에 한 명씩은 있을 거라 생각한다. 거기서 공감을 일으킬 수 있을 것 같다"고 자신했다. 

"현실세계에서 피 터지게 싸우는 여자" 김현숙과 반대로 김현정은 '언제라도 깨어질 듯한 꿈속을 걷는 여자'다. 누구보다 지적이고 우아한 방송국 앵커지만, 늘 불안을 안고 사는 인물이다. 도지원은 "김현정은 한 마디로 '백조'다. 겉으로는 멋지게 보이려 하지만, 속으로는 (후배들에게) 치일까 두려워하고 잘 해야 한다는 두려움이 많은 여자"라고 설명했다. 김혜자 또한 "정상에 있던 김현정이 밀려났을 때, 내색할 수 없어도 고독감이 대단할 것 같다"는 말로 도지원의 선전을 예고했다.

이하나-김지석-송재림 "우리들은 촬영장의 비글 세 마리"

'착하지 않은 여자들' 송재림-이하나-김지석, 부러운 기럭지   23일 오후 서울 논현동의 한 호텔에서 열린 KBS 2TV 수목드라마 <착하지 않은 여자들> 제작보고회에서 배우 송재림, 이하나, 김지석이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착하지 않은 여자들>은 공부는 못했으나 다른 재능이 많았던 여학생과 그녀의 엄마와 딸의 좌충우돌 성장기로 그들이 미워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25일 밤 10시 첫방송.

▲ '착하지 않은 여자들' 송재림-이하나-김지석, 부러운 기럭지 23일 오후 서울 논현동의 한 호텔에서 열린 KBS 2TV 수목드라마 <착하지 않은 여자들> 제작보고회에서 배우 송재림, 이하나, 김지석이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착하지 않은 여자들>은 공부는 못했으나 다른 재능이 많았던 여학생과 그녀의 엄마와 딸의 좌충우돌 성장기로 그들이 미워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25일 밤 10시 첫방송. ⓒ 이정민


반면 김현숙의 딸 강마리 역의 이하나, 그리고 강마리를 두고 삼각관계를 이루는 훈남 아나운서 이두진 역의 김지석과 연하의 검도 사범 이루오 역의 배우 송재림은 스스로를 "촬영장의 비글 세 마리"로 정의했다.

그 말처럼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도 이 세 사람은 "팀플레이가 좋다"고 자평할 정도로 죽이 척척 맞았다. 이를테면 그간의 작품에서 사랑의 결실을 맺지 못했던 김지석이 "이번엔 작가님이 '네가 하기 나름'이라고 하셔서 현장에서 (이)하나에게 히터도 다 양보하는 등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운을 떼면 송재림이 "내가 더 젊다"고 응수하고, 결국 이하나가 "(강)마리는 아직 두 사람과 삼각관계라 생각하지 않는다"는 말로 마무리 짓는 식이다.

그런가 하면 연기에서는 더없이 진지한 모습을 보이는 세 사람이다. 김지석은 "최근작에서는 '엄친아' 적인 부분에 많이 초점을 맞췄던 것 같은데, 이번엔 그 이상으로 보여드리고 싶다"며 "최근 채시라 선배님 핸드백으로 맞는 신을 촬영하며 15번 이상 맞았지만, 방송에서 '찰지게' 보여줄 수 있게 때려 주셔서 감사했다"는 말로 각오를 전했다.

또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기 전에는 과묵한 이미지였는데, 이젠 역으로 '과묵하고 시크한 역할을 어떻게 하냐'는 질문이 들어온다. 마치 제자리걸음을 하듯 돌고 돌아 다시 돌아온 것 같다"는 송재림은 "이루오는 올곧고 단단한 모습의 검도 사범이기 전에 29살 청년이다. 한창 가슴이 뜨겁고 무른 부분도 있을 것"이라며 "사람이 시크하다는 건 그만큼 자기 보호본능이 강하고 방어기제가 있다는 반증 같다. 그런 걸 관찰하면서 캐릭터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착하지 않은 여자들' 송재림은 필기왕? 23일 오후 서울 논현동의 한 호텔에서 열린 KBS 2TV 수목드라마 <착하지 않은 여자들> 제작보고회에서 이루오 역의 배우 송재림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는 선배 배우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필기를 하고 있다. <착하지 않은 여자들>은 공부는 못했으나 다른 재능이 많았던 여학생과 그녀의 엄마와 딸의 좌충우돌 성장기로 그들이 미워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25일 밤 10시 첫방송.

▲ '착하지 않은 여자들' 송재림은 필기왕? 23일 오후 서울 논현동의 한 호텔에서 열린 KBS 2TV 수목드라마 <착하지 않은 여자들> 제작보고회에서 이루오 역의 배우 송재림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는 선배 배우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필기를 하고 있다. <착하지 않은 여자들>은 공부는 못했으나 다른 재능이 많았던 여학생과 그녀의 엄마와 딸의 좌충우돌 성장기로 그들이 미워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25일 밤 10시 첫방송. ⓒ 이정민


MBC <메리 대구 공방전>(2007)과 KBS <태양의 여자>에 이어 세 번째로 김인영 작가와 호흡하게 된 이하나의 마음가짐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젠 따로 말하지 않고 멀리서 눈빛 한 번 주시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편안하다. 나에게 김인영 작가님은 은인 같은 분"이라고 고마움을 표현한 그는 "강마리 역할을 하고 싶어 한 배우들이 많았다고 들었다. 그런 만큼 더 어깨가 무겁다"고 털어놨다.

또 5년간의 공백기 이후 지난해 tvN <고교처세왕>으로 돌아온 그는 "이젠 어떤 일이든 계속 하려고 한다"며 연기자로서의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이하나는 "그 전까지 내가 하고 싶은 것과 대중이 나에게 원하는 것 사이에서 고민도 많았는데, 내가 좋아하는 게 따로 있더라도 그걸 잘할 수 있는 분들이 또 있다는 걸 알게 됐다. 그래서 '대중에게 올인하겠다'는 말씀도 드렸던 것"이라며 "하지만 (연기에 대한) 욕심은 또 있는 만큼 계속 두드려 볼 생각이다"라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세 사람은 유쾌한 시청률 공약도 내세웠다. 세 사람은 취재진의 부탁에 잠시 상의하더니 "홍대의 작은 공연장에서 조촐하게 공연을 하겠다"고 말했다. 이 와중에 송재림은 "나는 이하나의 공연에 색소폰으로 추임새를 넣겠다"고 했고, 김지석 역시 질 수 없다는 듯 "나는 코러스를 하겠다"고 자원했다. '시청률 몇 퍼센트를 기준으로 하느냐'를 두고도 입씨름은 이어졌다. 투닥거림 끝에 이들의 목표는 전국 기준 시청률 15%가 됐다.

한편 <착하지 않은 여자들>은 <왕의 얼굴> 후속으로 오는 25일 오후 10시에 첫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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