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5일 취임식을 갖고 있는 김세훈 영진위원장

지난 1월 5일 취임식을 갖고 있는 김세훈 영진위원장 ⓒ 영화진흥위원회


출범한지 두 달이 다 돼 가는 6기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가 잇따른 소모성 논란을 일으키면서 영화계의 불신을 자초하고 있는 모습이다. 영진위 무용론에 폐지론까지 터져 나오면서 안팎의 비판도 더욱 커지고 있다.

영진위는 최근 영화제 상영작에 대한 등급분류면제 조항 삭제 방침을 밝혀 검열 시비를 불러왔다. 게다가 예술영화전용관 운영지원사업과 다양성영화 개봉지원사업을 개편하려는 시도 역시 독립영화진영이 거세게 반발하면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비영화인 출신 김세훈 영진위원장에 대해 영화계가 냉랭한 반응을 보이는 가운데, 영화계의 신뢰를 통해 정책을 추진해야 할 위원장이 신뢰감 있는 행동을 나타내지 못하면서 자질 논란도 확산되고 모습이다. 강한섭, 조희문 위원장으로 이어진 교수 출신 위원장의 중도 사퇴 전철이 되풀이될 가능성도 높다는 예상이 나올 정도다.

특히 영진위원장과 김종국 영진위원이 이명박 정권 당시 영화계의 갈등에 일조한 문화미래포럼에 참여한 인사라는 점, 이어 새로 선임된 사무국장 역시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기구에 참여한 사람으로 영화와 무관한 일을 해온 인사라는 점은 영화계의 불신을 가중시키는 사안이다.

"중요한 현안은 외면한 채 문제없던 사안만 건드려 불신 자초"

영화계는 최근 논란을 정권 차원의 탄압으로 인식하고 있으며, 영진위 또한 여기에 한몫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영진위의 최근 움직임이 이명박 정권 시절처럼 독립영화의 탄압과 표현의 자유 위축에 일조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판단을 내리고 있는 것이다.

지난 13일 표현의 자유 사수를 위한 범영화인 대책위원회 기자회견과 지난 16일 독립영화단체들의 기자간담회가 열린 것은 이 같은 인식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특히 13일 기자회견에서 "영화진흥위원회가 '영화침체위원회'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고 직격탄을 날린 정윤철 감독의 발언은 영진위에 대한 불신감의 깊이를 나타내고 있다.

정 감독의 경우 지난 12월 김세훈 위원장 내정 소식이 알려졌을 때 "누군지는 모르지만 애니메이션이라고 영화와 전혀 관련 없는 문외한이라고 볼 수는 없지 않냐"며 "제발 정치적 야심만 없길 바랄 뿐"이라고 상대적으로 신중한 입장을 보인 바 있다. 그러나 최근 논란을 거치면서 일말의 기대감마저 사라졌다고 할 수 있다.

 영화인들이 13일 오전 서울 광화문 프레스센터에서 <표현의 자유 사수를 위한 범영화인 대책위원회 기자회견>을 열고 '부산국제영화제 이용관 집행위원장 사퇴 종용, 영진위의 영화제 영화상영등급분류면제추천 제도 수정, 예술영화관 지원 축소 시도' 등은 영화계의 독립성과 자율성 훼손하고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는 행위라며 강력 대응 방침을 밝히고 있다.

영화인들이 13일 오전 서울 광화문 프레스센터에서 <표현의 자유 사수를 위한 범영화인 대책위원회 기자회견>을 열고 '부산국제영화제 이용관 집행위원장 사퇴 종용, 영진위의 영화제 영화상영등급분류면제추천 제도 수정, 예술영화관 지원 축소 시도' 등은 영화계의 독립성과 자율성 훼손하고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는 행위라며 강력 대응 방침을 밝히고 있다. ⓒ 이정민


이를 두고 한 영화제작자는 "영진위가 중요한 현안을 제쳐 둔 채 처음부터 큰 문제가 없던 사안을 손대려 한 것이 불신감을 키우고 있다"고 비판했다. 대기업 수직계열화에 따른 작은 영화들의 피해와 영화발전기금 사용 문제, 남양주종합촬영소 매각 등 현안들이 산적한 상태에서 시급하지 않은 사안들을 건드리려 하면서 문제만 일으키고 있다는 것이다.

예술영화전용관 운영지원 사업과 다양성영화 개봉지원 사업의 경우는 표현의 자유 제약 및 프로그램 검열 가능성 등으로 독립영화진영이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점에서 개선 방향이 잘못됐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영진위 영화문화다양성소위(소위원장 김조광수) 내부에서도 검열 우려를 제기하는 상태다. 김조광수 감독은 영진위가 전향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기자회견 등 별도의 행동을 하겠다고 경고했다.

비영화인 위원장에 반감만 커져...

영진위의 최근 행태에 대한 비판은 결과적으로 '소통의 부재'로 모아지고 있다. 영화계의 의견을 충분히 듣고 반영해야 할 영진위원장이 영화인들의 의사를 무시한 채 일방통행 식 행동을 되풀이하면서 반감만 사는 분위기다.

영화제 상영작에 대한 등급분류면제 조항 개정 논란으로 인해 한국영화아카데미의 졸업영화제가 연기된 직후 <광해, 왕이 된 남자>의 제작자인 원동연 리얼라이즈픽쳐스 대표가 SNS에 "도대체 세상은 아니 이 나라는 우리 같은 딴따라를 왜 투사로 만들려고 하는가? 피눈물이 흐른다"고 한 것은 영화인들의 정서를 대변하고 있다.

삼거리픽쳐스 엄용훈 대표는 "영진위는 영화진흥을 위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스스로 자문자답이 필요한 조직이 돼 버렸다"며 "엄밀히 얘기하자면 영진위는 국고에서 월급이나 각종 경비를 받고 있는 조직이 아니고 영화발전기금에서 지원받고 있으니, 영화를 제작 배급 상영하는 사업자들이 곧 주주라 할 수 있는데, 주주를 위한 고민이나 배려라고는 참 없는 조직"이라고 비판했다.

국내 영화제의 한 집행위원장은 "김세훈 영진위원장이 젊은 나이에 높은 자리에 오른 셈인데, 3년의 임기를 거쳐서 영화계에 계속 남을 수 있을지, 아니면 공적으로 평가돼 외면 받게 될지는 스스로가 잘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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