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연휴는 전쟁이다. 대여섯 시간이 훨씬 넘어가는 귀경길 전쟁이고, 다이어트 계획 앞에 맛있는 음식 또한 전쟁이다. 명절을 앞두고 정신없이 바빠지는 사람들이 있다. 방송 프로그램 제작진이다. 명절 프로그램은 한 해 농사를 점쳐보는 무대이자, 새로운 방송을 발굴해 정규 편성하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각 방송사는 명절 연휴 동안 공격적으로 신규 프로그램을 내보낸다. 방송사는 기존의 틀에서 벗어난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한다. 제작진은 평소보다 다양한 방식으로 도전해 볼 수 있다.

이전까지의 명절 연휴 예능 프로그램에는 대가족과 외국인이 나오거나, 전통 음식과 민속놀이가 빠지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의 트렌드를 살펴보면, <나 혼자 산다>처럼 1인 가구의 솔로 라이프를 관찰하거나, <띠동갑내기 과외하기>처럼 영어회화와 격투기 등 취미 생활을 다루는 프로그램이 늘어났다. 굳이 명절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어도 최신 유행을 반영하는 아이템을 선정하는 것이다.

2013년 설, <남자가 혼자 살 때>로 시작한 <나 혼자 산다>는 파일럿 프로그램의 전형적인 성공 사례를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파일럿은 정규 편성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시간과 환경에 쫓겨 완성도가 낮은 프로그램이 제작되고, 시청자 또한 기존의 뻔한 아이템들은 외면하기 때문이다.  

2015년 설 예능 '아빠를 부탁해'의 발견

 높은 시청률과 많은 화제를 기록한 SBS <아빠를 부탁해>

높은 시청률과 많은 화제를 기록한 SBS <아빠를 부탁해> ⓒ SBS


이번 설 예능에는 기존의 스타일을 뒤집는 새로운 시도를 하거나 실험적인 프로그램은 없었다. 작년과 올해까지 방송을 쥐락펴락했던 가족이 있었고, 오랜만에 돌아온 아이돌이 있었다. 그중 화제성과 시청률 면에서 가장 돋보인 프로그램은 SBS <아빠를 부탁해>다.

<아빠를 부탁해>의 20일 첫 방송 시청률은 13.5%(닐슨코리아 전국기준)를 기록했다. 이경규를 비롯해서 배우 강석우, 조민기, 조재현이 자신의 딸과 함께 출연해 서로의 속마음을 확인해봤다. 출연자들은 딸과 집을 공개하는 새로운 도전을 했고, 제작진은 그것들 통해 부녀간의 케미를 보고자 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딸과 대화가 없어 어색한 이경규와 조재현 부녀, 반대로 딸과 친구같이 다정한 강석우, 조민기 부녀의 상반된 모습이 공개됐다. 평소에 알지 못했던 딸의 속마음을 바라보는 아빠의 모습은 평범했지만 따뜻했다. 항상 큰소리치던 이경규도 학교 직속 선배 강석우 앞에서는 순한 양이었고, 카리스마 넘치는 배우 조재현도 막내 아빠가 되었다.

MBC는 <무한도전>과 <아이돌 육상 대회>라는 검증된 카드를 들고 나왔다. <아이돌 육상 대회>는 높은 화제성만큼이나, 많은 논란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9.3%(닐슨코리아 전국기준)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설 예능 효자임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 주었다. 1990년대 음악으로 전국을 강타했던 '토토가'의 뒷이야기를 담은 <무한도전> '토요일 토요일은 무도다'는 다큐멘터리 형식의 새로운 시도와 멤버, 제작진의 진솔한 이야기를 담아내기도 했다.

설 연휴를 만난 금요일 밤 예능 전쟁의 승자는?

 지상파 시청률을 넘어선 저력<삼시세끼 - 어촌편>

지상파 시청률을 넘어선 저력<삼시세끼 - 어촌편> ⓒ tvN


<삼시세끼> <정글의 법칙> <나는 가수다>가 동 시간대에 방송되고, <나 혼자 산다>로 이어지는 금요일 밤 예능 전쟁은 피 튀기지만, 시청자에겐 다양함과 즐거움을 준다. 설 연휴를 만난 금요일 밤에는 배우 정우가 합류한 <삼시세끼-어촌편>의 꾸준한 시청률 상승이 눈에 띈다.

고정 멤버인 차승원, 유해진, 손호준과 만재도를 찾은 정우까지 더해진 <삼시세끼-어촌편>은 상남자들의 최고 케미를 보여주었다. 해물찜과 놀래미 요리부터 다소 고급스러운 토스트와 오렌지 마멀레이드 잼까지 만들어내는 그들의 삼시세끼는 보는 재미와 먹는 재미가 모두 있었다. 꾸준한 시청률 상승과 많은 화제를 몰고 다니는 삼시세끼의 가능성은 어디까지인지 궁금하다.

<아빠를 부탁해>의 정규 편성이 확실해 보이는 가운데 그 외의 눈에 띄는 예능프로그램은 없었다. 이번 명절에는 정규 편성을 노리고 만든 프로그램보다는 <왕좌의 게임>이나 <아육대>처럼 이벤트성 타이틀이 더 많았기 때문이다. 올해 설 예능, '아빠를 부탁'하거나, '삼시세끼'를 먹거나.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정보훈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blog.naver.com/hstyle84)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예능작가의 세상읽기 아빠를 부탁해 삼시세끼 설 예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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