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배우 서경수

뮤지컬 배우 서경수ⓒ 악어컴퍼니


애써 키워놓은 아들이 상견례를 앞두고 "친엄마인 척하지 말아달라"고 한다면 아들을 눈물 쏙 빼놓게 혼을 내던가, 아니면 20년 이상 키워온 아들에게 구박당하는 것이 서러워서 눈물을 펑펑 쏟을 것이다.

뮤지컬 <라카지>에서 서경수가 연기하는 장미셀이 위와 같은 철없는 아들이다. 19번째 만난 아가씨 안느에게 한눈에 반하는 것까지는 좋았는데, 안느의 아버지가 하필 보수주의 정치가 에두아르 딩동이라는 게 큰 문제다.

장미셀의 부모인 조지와 앨빈은 게이 부부. 하지만 동성연애자라면 치를 떨고 성 소수자를 위한 클럽을 박멸하는 것이 에두아르 딩동의 정치 공약이다 보니 장미셀의 부모와는 물과 기름 같은 '예비 장인'이다. 장미셀이 에드아르 딩동과의 상견례 때 엄마 앨빈을 삼촌으로 속이려고 하는 속임수로부터 뮤지컬의 해프닝은 시작된다. 

- 장미셀에게 클럽 '라카지오 폴'이라는 공간은 어떤 의미인가.
"장미셀이 사는 집은 라카지오 폴과 연결되어 있다. 집처럼 편한 공간이지만, 긍정적으로 생각하지만은 않았을 것 같다. 장미셀은 라카지오 폴에서 공연하는 라카지 걸을 어려서부터 보면서 자라왔다.

동성애를 이해하면서도 100% 공감하지는 못해서 게이 클럽인 라카지오 폴이라는 공간에 대해 애증이 공존했을 것이다. 그렇다고 게이를 미워하는 감정은 아니다. 장미셀은 동성애가 비정상이라는 생각을 완전히 떨쳐내지 못했다. 게이를 증오하는 격한 감정까지는 아니더라도 기피하고 싶어 하는 심리가 있다."

- 장미셀의 부모는 동성애자다. 장미셀이 보기에 부모의 금슬은 어떨까.
"아버지 조지가 어머니 앨빈을 많이 이해하는 것 같아 보인다. 아버지가 어머니를 많이 감싸주고 돌볼 줄 안다. 위험한 일이 있을 때는 어머니를 보호하는 차원에서 대신 막아주기도 한다. 보통의 부부와 다른 점은 특별히 없다."

 뮤지컬 <라카지>에서 장미셀을 연기하는 서경수

뮤지컬 <라카지>에서 장미셀을 연기하는 서경수ⓒ 악어컴퍼니


- 장미셀이 안느에게 반한 이유는 무엇일까.
"장미셀이 보기에 안느는 너무나도 아름다웠다. 장미셀은 안느를 만나기 전에 여러 여자를 만났다. 장미셀에게 안느는 19번째 여자였다. 안느는 여러 여자를 만나온 장미셀의 바람기를 확 잡아줄 정도로 여신급 미모의 소유자다. 장미셀이 이전에 여자친구를 만났을 때는 결혼을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안느에게 결혼하자는 이야기를 처음 꺼낸다."

- 안느의 집안은 보수주의자다. 장미셀이 안느와 결혼한다면 장미셀의 부모인 게이 부부와 안느의 집안이 충돌이 일어날 것을 감안했을 텐데.
"장미셀이 깊게 고민한 끝에 생각한 것은 그리 좋은 대안이 아니다. 게이 어머니를 상견례 때 딱 하루만 숨기고 잘 넘어갈 계획을 꿈꾼다. 하지만 그 계획이 꼬여서 뮤지컬 속 해프닝이 벌어진다."

- 게이 어머니 앨빈은 장미셀을 '가슴으로 낳은 아들'이라고 표현한다.
"대본에는 나와 있지 않지만, 어릴 적 장미셀이 다쳐서 집에 돌아오기라도 하면 저보다 더 아파하고 많이 울어주었을 엄마가 앨빈이라고 생각한다. 자신보다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자식인 장미셀을 더 사랑하는 엄마다."

- 뮤지컬을 위해 라카지 걸이 연습을 많이 했을 것 같은데.
"함께 있으면 후끈후끈했다. 하이힐을 신고 열정적으로 연습했다. 안무 연습을 하다가 무릎과 발목, 허리를 다쳐도 아픈 기색 하나 없이 안무를 소화했다. 아킬레스건을 다쳐도 110%의 에너지를 썼으면 썼지 99%의 에너지로 안무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 부지런함과 성실함, 열정이 모두 갖춰진 형님들이다."

 뮤지컬 <라카지>의 한 장면

뮤지컬 <라카지>의 한 장면ⓒ 악어컴퍼니


- <라카지>에는 뮤지컬 1세대 배우들이 많다. 선배들을 통해 배우는 점이 있다면.
"뮤지컬을 꿈꾸던 어릴 적부터 무대에서 보던 선배님들이다. 지금 함께 무대에 서는 것만으로도 영광이면서 동시에 축복이다. 선배님들은 무대에서 초조해하지 않는다. 수많은 무대에 올랐던 연륜이 있는 분들이라 무대에서 여유가 있다. 동료 배우들과 호흡을 맞출 줄 아시고, 용기를 북돋워 주신다. 무대에 선배님들이 있을 때에는 저절로 마음이 편해진다. 든든한 지원군 같다고나 할까."

- <라카지>를 공연하면서 가슴이 벅차오르는 순간이 있었다면.
"장미셀이 '내가 어리석었구나'하고 깨닫는 장면이다. 안느도 게이 시어머니(앨빈)를 이해할 줄 아는 장면에서는 장미셀이 '정작 중요한 게 무엇인지 몰랐다'고 한다. 20년 동안 나보다 더 아파하고 애써 키워준 어머니의 사랑에 보답하지 못했다는 것을 깨달으면서부터 어머니 앨빈의 사랑을 새삼 느낀다.

그런데 예비 장인인 에두아르 딩동이 부모인 조지와 앨빈을 몰아붙이는 장면이 2막에 등장한다. 이때 장미셀은 '내가 어리석었구나'를 깨닫는다. 그리고는 에두아르 딩동에게 진짜 엄마는 생물학적 엄마가 아니라 앨빈이라고 당당하게 선언하고 노래한다. 이 장면에서 항상 가슴이 벅차오른다. 앨빈의 눈만 봐도 눈물이 터질 것 같다."

- 그동안 소극장이나 중극장 무대에 많이 서다가 대극장 무대에 올랐다.
"대극장 무대에는 호흡을 맞춰야 할 배우가 많다. 그만큼 시간적인 여유가 많지 않다는 의미다. 대극장은 중극장이나 소극장 공연보다 관객이 많아서 밀도 높은 연습이 필요하다. 대극장 공연이 더 에너제틱하고 다이내믹하다. 써야 하는 에너지가 대극장이라는 공간에 비례해서 많아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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