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삼시세끼> 포스터

tvN <삼시세끼> 포스터 ⓒ cj e&m


사실 별 내용은 없다. 멀리 떨어져있는 시골에서 직접 재료를 손질해 음식을 만드는 게 프로그램의 주된 내용. 그러나 평균 시청률이 12%까지 치솟으며 지상파를 꺾는 괴력을 발휘했다. 바로 케이블 최고 시청률의 역사를 새로 쓴 tvN <삼시세끼>의 이야기다.

이서진을 내세운 시즌1의 성공에 힘입어 시즌2에서는 어촌으로 그 무대를 옮겨 차승원과 유해진의 관계에 집중한다. '부부'나 '엄마' '아빠' 같은 단어들이 자막으로 자주 등장하며 그들의 관계는 시즌1에 비해서 조금 더 확정되어 단순한 협력관계에서 가족 같은 사이로 묘사된다.

차승원의 놀라울 만큼 능숙한 요리 실력이나 낚시로 식료품을 구해오는 유해진의 바깥활동은 이런 관계를 조금 더 구체화시켜주는 장치로 활용된다. 제작진은 그들이 난처해하고 난감해 하는 모습을 뽑아내기 위해 점점 어려운 요리를 요청하기도 하지만, <삼시세끼>의 기본적인 재미는 여타 리얼 버라이어티처럼 고생 자체에 있지 않다.

별다를 것 없는 이야기 속 편안한 웃음 끌어내는 능력

<삼시세끼>는 점점 더 힘든 상황으로 멤버들을 몰아가려 노력하지 않아도 그림이 된다. <삼시세끼>는 그 대신 조용하게 그들의 행동을 관망하며 특징을 부각시키는 데 주력한다. 차승원 이나 유해진은 그 안에서 웃기려고 노력하거나 예능감을 발휘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가지고 있지 않다. 단지 서로의 역할에 충실하며 그 안에서 자신이 가진 성격을 그대로 내보일 뿐이다.

그 성격이 포장되는 과정은 사실상 그들의 예능감이 아닌 자막과 편집의 힘에 기반을 두고 있다. 그 누가 출연한다고 해도 웬만한 개성만 지니고 있다면 <삼시세끼> 안에서 호감이 될 여지는 충분하다.

그래서인지 <삼시세끼> 안에서는 빵 터지는 웃음이 많지 않다. 다만 어촌의 풍경을 담은 시원한 화면이 편안함을 주고, 다음 끼니로 나올 메뉴에 대한 궁금증이 있을 뿐이다. 그 궁금증은 출연진들에 대한 호감이 배가 될수록 더욱 크게 마음속에 자리 잡는다.

자칫 잘못하면 <삼시세끼>는 차승원의 요리쇼로 흐를 여지도 있었다. 요리 잘 하는 배우의 요리 과정 안에서 재미를 찾는 것은 보기보다 녹록치 않은 일임에 분명하다. 하지만 <삼시세끼>는 그런 모든 우려들을 비웃듯, 캐릭터로서 그 예능과 다큐 사이의 간극을 메웠다. 뛰어난 요리 실력을 가진 차승원의 캐릭터에 한 번 놀라게 한 다음, 그 캐릭터를 '엄마'로 만들며 그를 중심으로 한 가족 구성원을 체계적으로 넓혀나가는 것이 놀랍다.

시청자들은 <삼시세끼>를 통해 단순히 끼니를 때우는 연예인들이 아니라 그 안에서 가족이 되어가는 인간관계의 형성을 지켜본다. 그 인간관계는 단순한 예능이나 자극적인 긴장감보다는 편안한 웃음을 짓게 만든다. 결국 <삼시세끼>는 사람의 이야기다. 그리고 어떻게 보면 별다를 것 없는 이야기 속에서 사람 하나하나의 행동에 의미를 부여한 것은 제작진의 능력이다.

하차한 장근석의 편집이 문제가 아니었다. 그 자리에 그 누가 있었어도 <삼시세끼>의 흥행은 가능했을 거란 추측은 그래서 근거가 있다. 통편집으로 드러낸 장근석의 빈자리는 점차 보이지 않게 되었다.

제작진은 단순한 이야기를 풍성하게 만드는 능력으로 위기를 극복했다. <삼시세끼>가 예능인의 영역보다는 PD의 영역에 속해있는 예능인 이유다. 그들이 밥을 먹고 그릇을 치우는 순간마저 단순한 설거지가 아닌 명확한 성격과 인과관계로 인한 그림으로 만드는 능력은 <삼시세끼>의 흥행을 결국 인정할 수밖에 없게 만들었다.

나영석 PD는 이번에도 차승원, 유해진은 물론 새로운 고정멤버로 확정된 손호준마저 호감이 가게 만드는 데 성공했다. 장근석이 하차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도 탈세의혹이라는 무거운 짐을 지고, 인간적이고 따듯하게 포장된 <삼시세끼> 속 캐릭터에 묘한 이질감을 불어넣을 확률이 컸기 때문일 것이라는 추측마저 든다.

<삼시세끼>는 금요일 예능 중 지상파를 포함하여 가장 높은 시청률은 물론 전체 예능 시청률에서도 상위권에 안착하는 성과를 냈다. 시청자들의 취향은 어제와 오늘이 다르다. <삼시세끼>에는 엄청난 웃음이나 예능에 최적화된 인물들은 없지만 작은 강아지나 고양이만으로도 만들어지는 이야기가 있다. 그 이야기는 화려하진 않아도 따듯하고 인간적이다.

그런 이야기 속에서 시청자들은 그들이 다음 끼니로 어떤 음식을 해 먹을 것인지 궁금해 하고 그들이 그 끼니를 중심으로 뭉치는 유대감에 흐뭇함을 느낀다. 마치 어렸을 적 둘러 앉아 먹었던 밥상처럼 정겨운 <삼시세끼>에 대중이 호응하는 것도 이상한 일이 아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기자의 개인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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