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열 논란을 빚은 영화제 상영작에 대한 등급분류면제 조항 개정에 대해 영진위가 당초 면제조항 폐지 방침을 바꿔 일부 조항만 개정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10일 오후 서울 충무로 영상 미디어센터에서 국내 영화제 집행위원장 및 실무관계자 간담회가 열렸다. 참석자들은 "김세훈 영진위원장이 일부 내용을 개정하겠다는 뜻을 전했다"고 밝혔다.

김세훈 위원장 한 발 물러났나? "불씨 꺼진 건 아냐"

 10일 오후 충무로영상미디어센터에서 열린 김세훈 영진위원장과 국내 영화제 집행위원장 및 실무 관계자 간담회.

10일 오후 충무로영상미디어센터에서 열린 김세훈 영진위원장과 국내 영화제 집행위원장 및 실무 관계자 간담회. ⓒ 서울독립영화제 제공


참석자들에 따르면 김 위원장이 개정을 구체적으로 언급한 부분은 상영등급분류 면제 추천 조항 중 첫 번째 항목이다. '이미 영화상영 등급분류 면제추천을 받은 적이 있으며 연속 3회 이상 개최된 동일 성격의 영화제'에서, '상영등급분류면제 추천을 받은 적이 있으며'를 빼겠다는 것이다.

또한 관계자들은 "(김 위원장이) 일부 조항도 '행정적인 편의를 위해 손보겠다'고 했고, 현재는 '등급면제신청을 할 경우 99% 이상이 발급되지만 추천 심사를 강화해 80% 수준으로 줄이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전했다. 이어 "(김 위원장이) 등급면제분류 추천 업무도 기존 9인 위원회에서 할 생각이 없으며, 기존 예술영화심사소위에 맡기도록 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고 덧붙였다.

김세훈 위원장이 이날 밝힌 등급분류면제 개정 방침은 영화계의 반발이 커지면서 당초 밝힌 계획보다 한발 뒤로 물러난 것으로 풀이된다. 영진위 측은 등급면제분류 개정 소식이 알려진 지난 1월, "9인 위원회에서 업무를 넘기라고 했고, 면제 조항을 폐지하겠다"는 방침을 밝혔으나 검열 논란이 커지면서 입장이 바뀌는 모습을 보였다.

김 위원장은 지난 2일 부산·전주·제천·여성영화제 등 국내 영화제 위원장들과의 만남에서 검열 논란에 대해 "오해"라며 "개정 방침을 보류하겠다"는 뜻을 나타냈으나, 한편으로 계속 추진을 하겠다는 의사로 비쳐지면서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았다. 등급분류면제가 개정을 이유로 지연되면서, 영진위가 직영하는 한국영화아카데미의 졸업영화제가 등급분류면제를 받지 못해 취소되는 파장도 겪었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국내영화제 관계자들은 "개정하려는 규정을 구체적 문서로 제시해 줄 것을 요구했다"면서 "기존 방침에서 후퇴한 것 같지만 불씨가 완전히 꺼진 것은 아니다"고 여전히 우려감을 숨기지 않았다. 국내 영화제들은 영진위의 방침에 대한 입장을 정리해 따로 성명을 발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영화아카데미 졸업생들 "검열과 같은 등급면제 개정 없어야"

 영화제 상영작 등급분류면제 조항 개정 논란 과정에서 취소됐던 한국영화아카데미 졸업영화제. 한달 연기해 3월에 열린다.

영화제 상영작 등급분류면제 조항 개정 논란 과정에서 취소됐던 한국영화아카데미 졸업영화제. 한달 연기해 3월에 열린다. ⓒ 한국영화아카데미


한편 등급분류심의 논란 과정에서 졸업영화제가 취소된 한국영화아카데미 31기 졸업생들은 10일 영진위원장에게 보내는 공개편지를 통해 "사실상 영화제 검열과도 같은 등급면제추천 제도를 개정하는 일이 다시는 없었으면 하고 바랄 뿐"이라고 최근 검열 논란을 일으킨 영진위 태도를 에둘러 비판했다.

이들 졸업생들은 "모든 것은 별일 없었던 듯이 정상화되는 걸로 보이지만 영진위의 공표되지 않은, 갑작스러운 영화제 등급분류면제 신청 보류라는, 그러한 해프닝으로 인해 저희는 졸업 후 각자의 진로를 개척해나가야 함에도 불구하고 취소된 졸업영화제를 새로 복구하여 열어야 하는 입장에 처했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졸업생들은 영진위원장에게 "영화인들이 자유로운 창작의 나래를 펼치며 영화를 만들고 나눌 수 있도록 부탁드린다. 저희와 같은 우울한 영화제가 두 번 다시는 없도록 위원장님께 간곡하고 절절한 호소를 드린다"고 덧붙였다.

한국영화아카데미졸업영화제는 취소에 따른 파장이 커지면서 영진위가 등급분류면제 추천 제도의 개정안을 유보했고, 결국 취소 통보 하루만에 3월 6일∼8일까지 개최하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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