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영화제 취소를 알리고 있는 한국영화아카데미 페이스북

졸업영화제 취소를 알리고 있는 한국영화아카데미 페이스북 ⓒ 한국영화아카데미


영화제 상영작 등에 대한 등급분류면제 조항의 개정을 추진해 검열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가 결국 제 발 등을 찍는 모양새다. 국내 영화계 전반에도 큰 혼란을 유발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영진위 산하 기관인 한국영화아카데미(원장 유영식)는 6일~8일까지 열릴 예정이던 졸업영화제를 취소했다. 한국영화아카데미 측은 "최근 영화진흥위원회가 추진하는 영화등급분류면제추천 관련 제도 개정과 관련한 논란과 연동되어 우리 영화제도 등급분류면제추천을 받지 못해 부득이하게 행사를 취소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영진위의 검열 논란이 한국영화의 사관학교라 불리는 한국엉화아카데미까지 불똥을 튀게 만든 것이다. 

검열 논란 영진위..."이게 정부가 원하는 문화융성?"

이번 개정 움직임으로 작은 규모의 기획전과 애니메이션 정기 상영회가 막힌 데 이어 한국영화아카데미의 졸업영화제까지 취소되면서 영진위에 대한 비난이 한층 높아지고 있다. 영화제 상영작들에 대한 사실상의 검열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혼란만 가중시키고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김세훈 영진위원장이 2일 국내영화제 집행위원장들과의 간담회에서 등급분류면제규정 페지 방침의 유보를 밝혔으나, 취소하겠다는 의사를 밝히지 않으면서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 국내 영화제들은 자칫 영진위의 검열로 영화제가 제대로 치러지지 못할 것을 우려하고 있어 표현의 자유 위축에 따른 논란이 확산되는 모습이다.

한국영화아카데미 졸업영화제 취소 소식이 알려지자 영화인들은 SNS 등을 통해 영진위에 대한 비판을 쏟아냈다. '자기 자식도 나 몰라라 하는 자승자박'이라는 것이다. 

이난 감독은 "이제 한국에 100여개에 달하는 영화과의 졸업영화제도 연기될 것이고, 당연하게 그들의 영화 역시 등급심사를 받게 될 것"이라며 "이제는 자본에 종속된 20여 년을 지나 지자체의 종속을 거쳐 영화진흥관청의 사전심의에 종속될 위기에 처하게 됐다"고 한탄했다. 

국내 영화제의 한 관계자는 "이것이 이 정부가 원하는 문화융성이냐"고 반문하며 "다음은 어디가 될지 걱정"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한국영화아카데미에서 공부했다고 밝힌 한 졸업생은 "이명박 정부는 낙하산 원장을 내려보내서 문제가 많았는데 박근혜 정부는 졸업영화제도 하지 말란다"며 "이는 영진위 장악에 결과적으로 실패한 것을 반면교사 삼아 더 영화판을 쥐고 흔들려는 것이다. 후배들의 졸업영화제가 이런 식으로 무산되다니 황망하다"고 밝혔다. 

검열 방침 백지화 안 시키면 현 정권에 부담 크게 갈 것

 김세훈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

김세훈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 ⓒ 영화진흥위원회

인디포럼작가회의 의장인 이송희일 감독은 "박근혜 대통령을 희화화한 영화 <자가당착>이 영등위와의 제한상영가 소송에서 승소하고 독립영화기획전 형태로 상영되려고 하자, 김세훈 영진위원장이 등급분류면제추천권을 문제삼아 그 독립영화기획전뿐만 아니라, 모든 기획전과 영화제들 일정을 모두 중단 시킨 상황"이라고 규정했다. 

요컨대, "최고 존엄을 희화화하거나 민감한 정치적 사안을 다룬 영화들을 영화제나 다른 상영 공간에서 상영하지 못하게 해서 싹을 자르겠다는 검열에의 의지. 지자체가 아니라 이제 '준'국가기관인 영진위에서 통제하겠다는 준엄한 의지"라는 것이다. 

이 감독은 "이쯤 되면 김세훈 위원장의 의지를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최후의 한방으로 등급분류면제추천권을 박탈해서 국내 영화제들을 모두 제 입맛에 길들이겠다는 게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3월에 열리는 인디다큐페스티발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세월호 관련 다큐 신작들이 많이 선보일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 감독은  "영진위가 등급분류면제추천권을 없애고 자신들이 심의하면 이 영화들은 영화제에서 상영되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영화현장을 알지 못하는 비영화인 출신 위원장의 탁상공론식 태도가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등급분류면제추천을 받는 각종 영화제와 기획전이 수백 개 이상 되는 상황에서 출품작들을 일일이 확인하겠다는 영진위의 태도는 현실을 제대로 모르는 발상이라는 것이다. 한 애니메이션영화제의 관계자는 "일 년 내내 상영작 목록만 들여다 보다 세월 다 보내겠다"며 "영진위 9인 위원회가 참 할 일이 없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영진위가 사실상 검열로 인식되고 있는 등급분류추천 폐지 백지화 방침을 밝히지 않는 한 논란은 더욱 확산될 전망이다. 한 국내 제작사 대표는 "영화인들의 저항은 단순히 영진위 뿐만 아니라  현 정권에도 상당한 부담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댓글2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취재후원
  •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