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 아이즈'의 한 장면

'빅 아이즈'의 한 장면 ⓒ 판씨네마(주)


에이미 아담스는 2000년대 중반 이후 할리우드가 배출한 대표적인 연기파 여배우 중 한명이다. 시대를 뒤흔들만한 '절세미인' 부류의 배우는 아니지만 그녀는 오랜 무명 생활을 바탕으로 갈고 닦은 연기력으로 지난 10년 사이 아카데미 5회, 골든글로브 6회나 후보에 지명되며 능력을 인정받았다. 특히 지난해와 올해 골든글로브 어워드에선 <아메리칸 허슬> <빅 아이즈>로 2년 연속 여우주연상(코미디/뮤지컬부문)을 수상하며 그동안의 노고를 보답받기에 이른다.

미국 화단의 거장 마가렛 퀸의 실화를 스크린으로 옮긴 <빅 아이즈>의 국내 개봉을 맞아 그동안 에이미 아담스가 거쳐온 은막 속 이야기를 키워드 별로 살펴보자.

▲ 무명 생활

1974년 군인이던 아버지의 근무지 이탈리아에서 태어난 그녀는 1990년대 중반 작은 무대의 무용수로 생활전선에 뛰어들었다. 이후  어렵사리 오디션을 통해 배우의 길에 접어들었지만 비디오용 B급 영화, 인기 TV시리즈의 단발성 출연 기회를 얻는게 고작이었고 2002년 메이저 영화 <캐치 미 이프 유 캔>의 단역이 그나마 비중있는 역할의 전부였다.

하지만 2005년 저예산 영화 <준벅>에서 촌스럽고 천진난만한 임산부 애슐리 역을 맡아 주목받으면서 그녀의 배우 인생은 서서히 달라지기 시작한다. (아카데미를 비롯한 주요 영화제 여우조연상 후보 지명)

 '마법에 걸린 사랑'의 한장면

'마법에 걸린 사랑'의 한장면 ⓒ 월트디즈니코리아


▲ 노래
그녀를 스타덤에 올려 놓은 작품은 <마법에 걸린 사랑>(2007년)이다. 디즈니 특유의 동화 속 이야기를 현대 시대로 옮겨 유쾌한 코미디와 뮤지컬로 구성한 이 영화에서 에이미는 극 중 삽입곡 '댓츠 하우 유 노우' '트루 러브스 키스' 등을 부르며 연기 외에 그동안 숨겨왔던 노래 솜씨를 뽐내게 된다.  (이듬해 열린 아카데미 시상식에선 주제가상 후보에 오른 '해피 워킹 송'을 직접 라이브로 불렀다.  비록 수상엔 실패하지만)

이어 2008년 <미스페티그루의 어느 특별한 하루>에선 '이프 아이 디든트 케어', 2011년에는 역시 디즈니가 제작한 <머펫 대소동>에서도 '라이프 이스 어 해피 송'을 경쾌한 율동과 함께 선보이며 가수 못잖은 실력자임을 과시했다.

▲ 슈퍼맨
저예산 독립영화부터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던 그녀지만 DC 코믹스 원작 슈퍼히어로물의 출연 결정은 다소 의외로 여겨졌다.  '슈퍼맨' 시리즈의 두 번째 리부팅 <맨 오브 스틸>에서 열혈 여기자 로이스 레인으로 등장, 관객들에게 깜찍 발랄한 매력을 선사했다. 비록 이 역할에 대한 팬들의 호불호가 갈리긴 했지만. 내년에 선보일 <배트맨 대 슈퍼맨: 돈 오브 저스티스>에서도 로이스 레인 역은 여전히 그녀의 몫이다.

 '줄리 앤 줄리아' 포스터

'줄리 앤 줄리아' 포스터 ⓒ 한국소니픽쳐스릴리징브에나비스타영화㈜



▲ 메릴 스트립
2008년작 <다우트>에서 고 필립 세이무어 호프먼과 긴장감 넘치는 연기대결을 펼친 연기파 여배우의 대명사.  이 작품에서 에이미는 대배우들의 틈바구니에서도 결코 밀리지 않는 차분한 연기로 존재감을 피력했다.

이듬해 '요리'라는 소재로 제작된 <줄리 앤 줄리아>에서도 메릴과 에이미 두 사람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런데 이 영화에선 각기 다른 시대에 존재한 줄리(에이미 아담스 분), 줄리아(메릴 스트립 분)를 연기한 탓에 두 배우가 함께 호흡을 맞추는 장면은 전혀 없다. (극의 막바지, 줄리아의 대형 사진 앞에서 포즈를 취하는 줄리의 모습이 등장하긴 한다)

▲ 실화

그녀의 필모그래피를 살펴보면 실화를 기반에 둔 작품이 상당수를 차지한다. 무명 시절 단역으로 출연했지만 나름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준 <캐치 미 이프 유 캔>부터 <찰리 윌슨의 전쟁> <더 파이터> <줄리 앤 줄리아> <아메리칸 허슬>, 최근작 <빅 아이즈> 등 만만찮은 영화들을 줄지어 선보인 바 있다.
 '빅 아이즈'의 한 장면

'빅 아이즈'의 한 장면 ⓒ 판씨네마(주)


▲ <빅 아이즈>
에이미 아담스의 최신작. 미국 화단의 대표적인 화가 마가렛 킨과 그녀의 남편 월터의 이야기(결혼, 작품, 이혼, 법적 분쟁 등)를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팀 버튼 감독 특유의 감성으로 구성했다. 조니 뎁, 헬레나 본햄 카터 등 보통 자신의 사단으로 분류되는 배우들 위주로 영화를 찍었던 팀 버튼으로선 이례적으로 그동안 별다른 인연이 없었던 에이미 아담스, <버스타즈> 크리스토프 왈츠 등을 기용, 변화를 추구했다.

이 영화에서 마가렛 역을 맡은 에이미는 1950~60년대식 금발 + 퍼머 분장으로 실존 인물과의 싱크로율을 높이며 극의 사실성을 높이는데 기여했다. 물론 안정감 있는 그녀의 연기력 만큼은 여기서도 변함이 없었다.

▲ 상복

이미 2차례 수상한 골든글로브와 달리, 아카데미에선 숱한 후보 지명(여우주연 1회, 조연 4회)에도 불구하고 수상과는 인연을 맺지 못했다. 특히 <더 파이터>에선 함께 출연한 멜리사 레오에게 여우조연상을 아쉽게 놓치고 말았고, 주요 비평가협회상을 휩쓸었던 <아메리칸 허슬>에서의 연기 역시 <블루 재스민>의 케이트 블랑챗과의 경쟁에서 밀리고 말았다.


덧붙이는 글 기자의 개인 블로그 http://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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