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키부츠 에서 찰리를 연기하는 윤소호

▲ 킹키부츠 에서 찰리를 연기하는 윤소호 ⓒ CJ E&M㈜


뮤지컬 <킹키부츠>에서 윤소호가 연기하는 찰리는 여자친구와 꿈 같은 신혼을 꿈꾸는 젊은이다. 이런 찰리에게 갑자기 어깨가 무거워지는 일이 일어났다. 구두 공장을 운영하던 아버지가 갑자기 세상을 떠나는 바람에, 아버지의 가업을 이어가야 한다는 무거움이 찰리에게 엄습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제 찰리는 여자친구만 책임져야 하는 게 아니라, 공장 직원의 생계까지 책임져야 하는 막중한 임무를 떠안게 되었다. 하지만 찰리의 구두 공장은 잘 나가는 공장이 아니다. 해외에서 저가로 들어오는 수입 구두의 공세로 폐업 직전의 위기에 다다른다.

 

찰리가 공장을 문을 닫겠다고 선언하면 가족 같이 일하던 공장 직원의 생계도 막막하게 된다. 인터뷰 가운데 윤소호는 극 중 찰리와 공통분모가 있다고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과연 두 인물에는 어떤 공통점이 자리하고 있었을까.

 

"원작과 달리 '존댓말' 해야 하는 찰리, 어떻게 해야할 지 애매했다"


- <킹키부츠>는 실화를 기초로 한 뮤지컬이다.

"<킹키부츠>의 실화는 내 개인사랑 비슷하다. 찰리와 나는 아버지가 없다. 오디션을 볼 때 찰리가 갖고 있는 매력이나 성격도 내가 평소 가지고 있던 느낌이 비슷했다. 실화를 어떻게 표현해야겠다는 느낌보다는, 나와 찰리가 공통점을 위주로 작품을 만들어가야겠다는 느낌을 갖고 뮤지컬에 임했다."

 

킹키부츠 에서 찰리를 연기하는 윤소호

▲ 킹키부츠 에서 찰리를 연기하는 윤소호 ⓒ CJ E&M㈜

- 영화 속 찰리와 윤소호의 찰리에 다른 점이 있다면.

"<킹키부츠>는 영국에서 일어난 실화를 미국 사람들이 뮤지컬로 만든 것이다. 서양은 우리 문화랑 달라 존댓말이 없다. 영화를 보면 찰리와 롤라는 편하게 말을 건다. 한국은 처음 보는 사람을 만나면 처음부터 말을 놓지 않잖나.

 

영어에 존댓말이 없어서 찰리와 롤라(오만석/강홍석 분)가 처음 만나는 부분을 표현하는 지점이 애매했다. 영어로는 '헤이' 하면 그만이다. 하지만 우리말로 표현할 때 '저기요' 실례합니다' 등의 다양한 표현 가운데서 골라야 했다. 찰리가 롤라를 만났을 때 조심스러워 하는 지점을 표현하는 것이 영화 속 찰리와는 달랐다."

 

- 찰리가 부르는 노래에는 높은 음이 많다.

"남자 배우 두 명이 출연한 <트레이스 유>에 출연한 적이 있는데 음역대가 높았다. 당시에는 2년 전이어서 지금보다 젊었다. (웃음) 깡다구로 부르기만 하면 되었다. 하지만 <킹키부츠>는 드라마가 많다. 롤라만 만나는 게 아니다. 약혼녀 니콜라(이예은 분)와 공장 직원 등 많은 등장인물을 만나고 노래를 해야 한다. 드라마를 만든 다음에 높은 음의 노래를 불러야 해서 연습할 때에는 힘이 부칠 때가 많았다. 지금은 음이 높으면 높은 대로 적응하게 되었다."

 

- 찰리는 돌아가신 아버지를 대신해서 공장 직원의 생계를 책임져야 한다.

"아까 찰리와 내가 닮은 점이 많다고 했다. 공연 무대에 오르면서부터 찰리처럼 가족의 생계를 책임진다. 가족이 어머니와 여동생 한 명이다. 어깨가 무겁다. 모든 씀씀이의 중심은 내가 아니라 집이다. 내가 이것을 사면 집의 씀씀이가 줄어들까, 내가 이것을 사지 않으면 집에 플러스가 될 것인가를 생각하게 된다.

 

가장이 되기 전까지는 몰랐다. (가장의 어려움을) 겪어보지 못한 사람들은 절대로 모를 것이다. 부모님이 가지고 가는 고통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찰리의 고충은 겪어본 사람만이 알 수 있는 무거움이다. 찰리는 어쩔 수 없이 공장을 이어가야 한다. 책임져야 할 공장 직원이 많다. 그래서 찰리는 나랑 비슷할 수밖에 없다."

 

"'킹키부츠', 나를 한 발자국씩 나아가게 만드는 작품"

 

킹키부츠 에서 찰리를 연기하는 윤소호

▲ 킹키부츠 에서 찰리를 연기하는 윤소호 ⓒ CJ E&M㈜

- <노트르담 드 파리>를 보고 뮤지컬 배우를 꿈꿨다고.

"<노트르담 드 파리>가 집 근처 대구오페라하우스에서 공연할 때다. 사전 지식 하나 없이 <노트르담 드 파리>를 보고 뮤지컬 배우를 결심한 건 운명인 것 같았다. 그 이후로 <노트르담 드 파리>를 다시 찾지 않았다. 처음 보았을 때의 감동을 깨고 싶지 않았다. 공연의 퀄리티를 떠나서 내가 처음 보았을 때의 감동이 달라질 것만 같았다."

 

- 데뷔작 <쓰릴 미>와 대극장 뮤지컬 <킹키부츠> 오디션을 비교한다면.

"<쓰릴 미>는 압박 자체가 없었다. 무대 경력이 없어서 잃을 것이 하나도 없었다. 모든 오디션을 볼 때도 마찬가지지만 떨어져도 괜찮다는 심정이었다. 그러다가 이제는 내가 출연한 작품을 기억하는 분들 앞에서 오디션을 본다는 중압감이 있다.

 

만에 하나, 기대 이하의 모습을 보여주면 어떡하나 하는 마음에 이전보다 더 오디션을 준비하게 된다. 공연하는 중에 다른 오디션을 볼 때도 밤을 새서 하나라도 더 외우는 심정으로 오디션에 임한다. 스스로가 상처받기 싫은 거다. '이만큼 할 수 있는데 이것밖에 못 해' 하는 소리를 듣기 싫다."


- <킹키부츠>는 윤소호의 뮤지컬 인생에 있어 어떤 작품으로 남을 것 같은가.

"나를 한 단계 발전할 수 있도록 만들어준 작품이다. 많은 배우와 무대장치, 많은 관객 앞에서 연기하며 느끼는 게 생각보다 많다. 어떤 공연을 하든 잠자리에 들기 전에 공연을 다시 생각해 본다. 이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것들을 종합해 보면서 '다음에 공연할 때 이런 점은 접목해야겠다든가, 혹은 피해야겠다'는 걸 배울 수 있다. 나를 한 발자국씩 나아가게 만드는 작품이 <킹키부츠>다."

2015.01.29 09:08 ⓒ 2015 OhmyNews
킹키부츠 윤소호 노트르담 드 파리 쓰릴 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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