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박신혜

SBS <피노키오>에 출연한 배우 박신혜 ⓒ 솔트엔터테인먼트


|오마이스타 ■취재/이미나 기자| 배우 박신혜에게 SBS <피노키오>는 자신이 성장했음을 보고하는 자리와 같았다. 연출자 조수원 PD가 그의 첫 주연작 <천국의 나무>로 한 차례 만난 사이였기 때문. 지금으로부터 10여 년 전, 박신혜가 <천국의 나무> 연출자 이장수 PD에게 꾸지람을 들을 때면 조수원 PD는 그런 그를 찾아와 위로를 건네곤 했다. 자신을 위한 질책이라는 것을 알았고 혼나고도 꿋꿋하게 연기하는 자신을 이 PD가 누구보다 아낀다는 것도 잘 알았지만, 어린 마음에 상처를 받기도 했던 박신혜를 매번 달랜 게 조수원 PD였다. 

그래서 박신혜에게 <피노키오>는 조 PD에게 17살이 아닌 박신혜의 모습을 보여줄 기회였다. '멍석'도 제대로 깔렸다. 박혜련 작가가 각주까지 달아 가며 기자의 세계를 꼼꼼히 재현해낸 덕분이었다. "내내 행복했던, 정말로 즐거운 촬영장이었다"는 박신혜는 "아직도 끝났다는 느낌이 안 든다. 멍하게 있으면 촬영장이 눈앞에 있는 것만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천국의 나무> 당시 (조수원 PD에게) 매일 '딸기 공주' 소리를 들었는데, 이번엔 '이제 다 컸다'고 하시면서도 또 '우리 딸기 공주 예쁘네'라고 말씀하시더라"고 웃어 보였다.

"이종석과의 호흡? 남자 배우에게 애교로 진 건 처음"

"달포 때문이기도 했지만, 엄마(진경 분)에 가족이 걸려 있는 일이었잖아요. 그래서였다고 이해했어요.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사실을 바로잡아야 인하도 더 이상 딸꾹질을 하지 않았을 테고요. 현실에선 쉽지 않았을 거예요. 생계가 걸려 있는 문제니까요. 그래도 <피노키오>는 드라마니까!(웃음)"

<피노키오> 속 최인하는 최달포/기하명(이종석 분)과 관련된 진실을 밝히기 위해 어렸을 적부터 꿈꿔왔던 기자까지 포기했다. 그러면서 이래저래 눈물을 쏟을 일도 많았다.

박신혜는 "시력이 좋고 세상이 다 맑게 보이니까 몰랐는데 알고 보니 안구건조증이 다 생겼더라"면서 "그래도 너무 추워 눈물이 말랐을 때를 빼곤, 현장의 분위기 덕분에 눈물을 흘리기가 어렵지는 않았다"고 했다. 그만큼 진짜 가족 같았던 극 중 가족 덕분이었다. 그는 "아빠(신정근 분)나 할아버지(변희봉 분)가 진짜 딸, 손녀같이 예뻐해 주셨다. 엄마도 진짜 엄마라 하기엔 젊지만, '닮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면서 "특히 엄마를 잃는 걸 생각하면 가슴이 뭉클해지는 건 연기하지 않아도 몸 안에 배어 있는 감정이었다"고 설명했다.

"그 와중에 종석이와는 감독님(조수원 PD) 쟁탈전이 심했어요. (이종석은) <너의 목소리가 들려>를 같이 했으니 감독님과 호흡이 좋았고, 저도 어렸을 때부터 뵌 분이었던 데다 일단 감독님을 보면 달려가는 스타일이거든요. 뭐만 하면 '감독님' '감독님' 하면서 찾았죠. 그런데, 하…남자 배우에게 밀려보긴 처음이었어요. 애교로 밀려보기도, 속눈썹으로 밀려보기도 처음이었다니까요. '예쁘다'는 말을 남자 배우에게 해 본 것도 처음이었네요.(웃음)"

 배우 박신혜

ⓒ 솔트엔터테인먼트


 배우 박신혜

박신혜는 어렸을 적 공부방 선생님들이 이승환의 뮤직비디오 여주인공을 뽑는 오디션에 사진을 낸 인연으로 연예계에 입문했다. 박신혜는 "엄마가 유치원 선생님이어서 공부엔 욕심을 안보이셨는데 악기 하나는 다루길 바랐다. 그래서 어렸을 때부터 피아노를 쳤는데, 지금 연기를 하지 않았더라면 피아노를 계속 치고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지금도 피아노 외 다양한 취미를 갖고 있다고. 박신혜는 "<상속자들>이 끝나고 꽃꽂이를 해보려 했는데 많이 못 했다. 다시 해보려고 한다"며 "호기심이 많아서 하나를 완벽하게 파진 못해도 이것저것 해 보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 솔트엔터테인먼트


특히 박신혜에게 <피노키오>의 최인하가 반가웠던 건 눈물을 쏟아 가면서도, 할 말은 하고야 마는 강단 있는 모습이었다. "사람들은 늘 내가 밝은 척만 하면서 속으로는 끙끙 앓는 연기만 할 줄 아는 것 같다"고 운을 뗀 박신혜는 "그런 점에서 10회에서 인하가 엄마에게 달포가 피노키오 증후군에 대해 했던 말을 그대로 전하는 장면은 속 시원했다"고 꼽았다.

"여기에 거짓말을 못 하니 막말을 하는 인하의 모습, 아빠와의 코믹한 모습은 캐릭터로 인해 저의 많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었던 것 같아서 마음에 들었어요. 마지막회 레인보우의 오승아씨가 출연한 장면에서도 인하의 뻔뻔함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아 재밌었죠. <상속자들>의 은상이 당당하면서도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마음을 감춰야 하는 아픔이 있었다면, 인하는 거짓말을 못 해 그걸 다 드러내야 한다는 게 연기하며 재밌더라고요. <상의원>도 그랬고, 요즘 작품마다 모든 걸 한 번씩 뒤엎어 주는 장면은 꼭 있는 것 같네요."

"엄마 아빠처럼 살고 싶어...정말 '남자는 여자 하기 나름'이더라"

<피노키오> 말미, 박신혜는 웨딩드레스를 입었다. 이른 나이에 결혼에 골인하는 최인하의 모습은 박신혜의 꿈과도 닿아 있다. "얼마 전 친구들을 만났는데 한 친구가 상견례를 한다더라"고 운을 뗀 박신혜는 "스물다섯에 결혼한 엄마처럼 빨리 결혼해 엄마, 아빠처럼 살고 싶다고 생각해 왔는데 활동이 많아지고 연기를 계속 하면서 (세상을) 더 많이 보고 싶고 느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결혼에 대한 생각도 뒤로 미루게 됐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이야기를 더 들어 보면 그의 결혼관이 예사롭지 않음을 알 수 있다. 동석한 한 남자 기자가 '소름 돋았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을 정도다. "인간 박신혜를 생각하면 첫 번째로 떠오르는 꿈이 '가족'이다. 30대가 되면 정말 결혼을 생각하게 될 것 같다"고 입을 연 그는 "그동안 아빠 같은 남자와 결혼하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요즘 들어 아빠 같은 남자는 엄마 같은 남자가 만든다는 걸 알게 됐다"면서 "정말 '남자는 여자 하기 나름'"이라고는 눈을 찡긋했다. 

"그 훌륭한 남자를 뒷받침하는 건 우리 엄마인 것 같더라고요. 그러니 아빠 같은 남자를 찾는 것보다 제가 엄마 같은 여자가 되는 게 빠른 일인 거죠. 아직은 먼 것 같아요. 제가 연애하는 스타일이 진짜 이기적이거든요. 수시로 스케줄이 바뀌다 보니, 시간을 맞추기가 어려운데 현명하게 대처하는 방법도 잘 모르는 것 같아요. 그럴 때마다 '엄마라면 어떻게 했을까' 궁금하기도 하죠. (기자: 이렇게 연애 이야기를 대놓고 해도 되는 건가요?) 에이, 이젠 알게 모르게 (경험이) 다 있죠. '없다'고만 하면 너무 거짓말 같지 않아요?(웃음)"

사실 박신혜는 배우로 사는 삶과 그 이외의 삶을 양립하는 데 성공한 보기 드문 배우 중 한 명이다. 그가 여전히 '공장장님'이라 부르며 존경을 표하는 가수 이승환의 영향이 남은 덕분이다. '연예계 생활에만 모든 초점을 맞추지는 말았으면 좋겠다'는 이승환의 한 마디는 "여행도 가고, 클럽도 두어 번 가 보고, 친구들과 맥주 마시는 것도 좋아하는" 지금의 박신혜를 만들었다. 2008년 대학에 입학한 뒤 잠시 연예계를 떠났던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배우 박신혜

"아직 졸업을 못 했어요. 저번 학기에는 제대하고 복학한 후배가 '누나, 아직도 학교 다녀요? 민폐에요'라고 하더라고요. (웃음) 진짜 이젠 졸업 안 하면 민폐가 될 것 같아요. 돌아가서 졸업 논문도 써야죠. 다른 학생들과 다를 것 없이 수업 듣다가 한 번 째고 싶을 땐 째기도 하고 그랬는데…이젠 후배들과 학교를 다니는 게 후배들에게도 불편하지 않을까 싶어요. 빨리 졸업해야겠다 싶어요." ⓒ 솔트엔터테인먼트


"당시엔 순순히 학교에 다녀보고 싶었어요. 재밌었죠. 친구들과 공연도 만들고, 새로운 사람도 만나고.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대학 동기들이 연예인으로 왕성히 활동하는 걸 보며 '내 선택이 잘못됐나'라는 생각도 했던 게 사실이에요. 하지만 그 생활이 없었다면 제대로 된 대학생활을 못 했을 것 같아요. 그 선택이 잘못된 게 아니었던 거죠. 또 그 시간이 없었다면 <미남이시네요>도 못 만났을 거고, 그러면 제 여권에 도장이 이렇게 많이 찍힐 일도 없었을 거예요.

그전까지만 해도 '그냥 차근차근, 선생님들과 연기하다가 자연스럽게 결혼하겠지'라는 생각이었어요. 그런데 그게 아니더라고요. <미남이시네요> 이후 (배우로서의 생활이) 훅 바뀌었죠. 지금은 정말 재미난 삶을 감사하고 행복하게 살고 있어요. 하지만 지금도 평소엔 제 또래보다 더 철없이, 해맑게 지내고 있어요. 평소 생활은 일과는 관계가 없으니까요."

박신혜는 이 시절을 거쳐 20대를 대표하는 여배우 중 한 명으로 우뚝 섰다. 하지만 그의 목표는 여전히 겸손하다.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기보단, 그냥 지금처럼 재미있게 연기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는 박신혜는 "다만 나이가 들면서 내 감정을 조금 더 잘 전달할 수 있었으면 좋겠고,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배우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다만 <피노키오>로 기자라는 새 직업을 만난 것처럼, 어렸을 때부터 꿈꿔왔던 경찰이나 <굿닥터> 같은 따뜻한 의사의 삶도 언젠간 살았으면 좋겠다는 게 박신혜의 소망이다. 이건 타인의 삶에 큰 관심을 둔 그의 성정 덕분이기도 하다. "냉정하고 객관적인 시선으로 (세상을) 보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를 알게 됐다"면서 "진짜 기자는 못될 것 같다"고 손사래를 치면서도, '취재해 보고 싶은 것이 있느냐'는 질문에 박신혜는 거침없이 대답을 이어 갔다. 브라운관 바깥, 진짜 세상 속 사람들의 삶이 그 말에 담겨 있었다.

"음…판자촌 이야기요. 얼마 전에 난로가 고장 났는데 지원금이 나오지 않아서 이불을 일곱 겹이나 깔고 주무시는 할아버지의 이야기가 담긴 기사를 읽고 마음이 많이 아팠어요. 학교 폭력이나 소외 계층 문제, 아동 학대 문제도 그렇고 가슴 아픈 일들이 많아요. 아, 아동 관련법은 더 강화되어야 하는 게 맞는 것 같아요! 아이들이 우리 사회의 미래인 만큼 청소년이 건강하고 아이들이 건강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어떻게 보면 저도 아이를 낳아야 하는데, 좋은 것들만 물려줘야 사회가 잘 보존되고 유지되지 않을까 싶고요."

박신혜 피노키오 이종석 조수원 이승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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