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일밤-진짜사나이> '여군특집2'가 또 다시 일을 냈다. 그동안 시청률 하락세를 보이며 <1박 2일>에게 내주었던 동시간대 시청률 1위 자리를 탈환한 것은 물론, 17.2%(닐슨코리아 전국기준)라는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이는 과거 '여군특집'의 아성을 이은 것이다.

<진짜 사나이>의 여군특집은 확실히 흥미롭다. 새로운 캐릭터들이 그동안 볼 수 없었던 '여자'라는 점만으로도 색다른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는 것이다. 만약 <진짜 사나이>가 '여군특집'을 훨씬 더 반복적으로 사용했다면 이런 호기심을 충족시킬 수는 없었을 터다. 그러나 이벤트성으로 가끔씩 양념처럼 뿌려지는 '여군'의 이야기는 신선한 캐릭터를 수확할 수 있는 텃밭이다.

밝히는 것이 금기시되었던 여배우나 아이돌의 실제 키와 몸무게가 적나라하게 공개되고, 남성들의 이야기가 주가되는 군대에 여성들이 들어간다는 설정만으로도 흥미롭다. 군대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여성들이 만들어내는 그림은 묘하게 자극적이다. 그들은 남성보다 체력이 약하고 군대식 서열 문화에도 익숙치 않지만, 그렇기 때문에 그들이 받아야 하는 고통은 배가되고 재미를 더한다.

<진짜 사나이>가 비록 실제 군대와는 다른, 만들어진 상황일지라도 그런 시청 포인트는 변하지 않는다. 군대라는 상황 자체는 비현실적이라도 그들이 고군분투하고 고생하는 장면은 실제이기 때문이다.

샘 해밍턴-헨리 이은 엠버, 외국인 멤버의 활약

 '잊으시오'라는 한마디로 존재감을 확실히 각인시킨 엠버

'잊으시오'라는 한마디로 존재감을 확실히 각인시킨 엠버 ⓒ mbc


그런 와중에 '여성특집2'에 출연한 그룹 에프엑스 엠버의 캐릭터는 눈여겨볼 만하다. '여자 헨리'라고 불릴 정도로 '군대 무식자' 캐릭터를 확실하게 보여준 외국인 엠버는 군대 입소한 지 첫날 만에 눈물을 흘리며 자신의 존재감을 확실히 각인시켰다.

미국 태생인 그는 한국말이 서툰 탓에 군대 용어를 대부분 이해하지 못했고, 그에 대한 자책감에 눈물을 보이고 만 것이다. 게다가 서툰 한국말 때문에 소대장에게 '잊으시오'라는 한마디를 던지며 웃음을 줬다. 그가 군대 문화에 서툰 것은 당연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그림이 된다.

이 그림은 엠버가 체력은 물론 의욕 역시 왕성한 상황에서 오직 언어적인 문제로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열심히 하려는 순수한 모습과 그에 따라주지 못하는 언어 능력이 한계를 절감하게 했고 그런 감정이 그대로 표출되며 그에 대한 호감으로 이어지게 된 것이다. 또 다른 '군대 무식자'의 탄생과 더불어 성공적인 캐릭터 안착의 순간이었다.

사실상 샘 해밍턴-헨리-엠버로 이어지는 외국인 캐릭터는 군대에 적응하는 순간 그 생명력이 끝난다. 그들은 당연히 군대식 문화나 용어에 서툴 수밖에 없고, 이런 점은 군대에 처음 들어가 겪는 문화적인 충격의 단면을 극대화시키며 시선을 사로잡지만, 결국 그들이 군대라는 환경에 익숙해지는 순간 시청자들의 관심 역시 떠날 것이다.

군대에 적응해가는 모습은 그들에게 있어서 일종의 '성장'이지만, 그 성장으로 처음의 캐릭터는 퇴색되고, 예능적인 그림을 만들어내지 못한다. '군대'라는 측면에서 보면 이야기는 오히려 더욱 성립하지만, '예능'이라는 그림에서 보면 아쉬운 순간이 아닐 수 없다. 시청자들이 일사 분란하게 움직이고 모든 것에 유능한 군인를 보고 싶어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반복되는 상황 속에서 일부러 계속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일 수도 없는 노릇이다. 결국 이 캐릭터는 다른 예능의 캐릭터에 비해 생명력이 극히도 짧다.

더 큰 문제는 이 '군대 무식자' 캐릭터가 반복되면서 갖는 식상함이다. 사실 외국인이 군대에 적응하는 과정은 처음에는 신선했지만 샘 해밍턴-헨리를 거치는 와중에 이미 보여줄 수 있는 이야기를 다 꺼내 놓았다. 엠버가 신선했던 것 역시 그의 독특한 캐릭터라기보다 외국인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처음으로 등장한 외국인 여성 캐릭터라는 점도 추가되었다. 이런 환경 안에서 눈물과 말실수가 그의 존재감을 확실히 드러내 준 것이다.

그러나 이를 기점으로 여성 외국인 캐릭터 역시 소비된다고 보는 것이 옳다. 군대에서 열심히 하면서도 의외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혜리의 애교가 화제가 된 것 또한 무심결에 튀어나왔기 때문이기에 억지로 연출하는 것은 자제해야 하는 일이다. 제2의 혜리를 의식해서는 안되는 이유가 그것이다. 엠버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자연스러운 상황 속에서 그의 캐릭터가 주목을 받았지만 그 캐릭터를 다음 '여군특집'에서까지 억지로 만들려고 해서는 안된다.

다행인 것은 '여군특집'이 이벤트성이라는 것이다. 그들은 짧은 군대 체험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갈 것이고, 다음 '여군특집'에는 다른 연예인들이 출연할 것이다. 자신의 이미지를 지나치게 소비하지 않아도 여군 생활은 끝이 난다.

그러나 <진짜 사나이>가 고민해야 할 것은 이렇게 이벤트성의 반짝 시청률을 어떻게 지속시킬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이제 군대에서 나올 수 있는 캐릭터는 다 발견했다고 할 수 있다. 더 나아가자니 군대라는 환경이 발목을 잡는다. 군대에서 자유로운 예능 캐릭터는 '개념이 없는' 것이고, 그렇다고 군대 부적응자 캐릭터를 가지고 가자니 이미 너무 소비된 캐릭터다. 과연 '여군특집'을 벗어나서도 <진짜 사나이>가 승승장구할 수 있을까. 그 고민이 선행되어야 할 시점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기자의 개인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진짜 사나이 엠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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