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 K팝스타4 >가 답을 구할 수 있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끝이라고 생각하지 마세요~ 알겠죠?"

'따뜻한 심사평'의 대명사로 손꼽히는 유희열은 다소 실력이 부족한 참가자라 할지라도 냉정하게 끝을 맺는 법이 없다. 왜냐하면 < K팝스타 >는 다른 사람과 경쟁을 펼쳐 이겨야하는 경연의 자리인 동시에, 자신의 부족한 점을 갈고 닦아 실력을 한 단계 더 성장시키는 발전의 기회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유희열이 탈락자에게 늘 언급하는 '끝이 아닌 또 다른 시작'이란 격려는 단순한 위로가 아닌 진심어린 조언이다.

물론, 어린 나이에 겪어야 하는 패배의 쓴맛이 때로는 상처로 다가올 수도 있다. 다만, 앞으로 이 어린 참가자들이 인생에서 맛보게 될 수많은 좌절과 풍파에 비한다면, 오히려 < K팝스타 >에서 경험하게 될 탈락의 아픔은 앞으로 자신의 꿈을 펼쳐나가는 데 있어 값진 경험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중요한 것은 '통과냐 탈락이냐'가 아니라, '무엇을 배웠느냐'일 것이다. 

유희열 "지는 게임이라도 잘 하는 것을 하고 떨어져야" 

 지난 25일 방영된 <k팝스타4> 캐스팅 오디션에서 이진아의 무대에 대해 혹평한 유희열의 모습.

지난 25일 방영된 캐스팅 오디션에서 이진아의 무대에 대해 혹평한 유희열의 모습. ⓒ SBS


지난 25일 방영된 SBS <일요일이 좋다-K팝스타4>(이하 < K팝스타4 >) 캐스팅 오디션에서 유희열이 이례적으로 독설을 입에 담은 까닭도 마찬가지다. 이날 유희열은 이번 시즌 강력한 우승후보로 손꼽히는 이진아의 무대를 지켜 본 뒤 처음으로 혹평을 쏟아냈다. 그동안 이진아에게 극찬을 아끼지 않았던 것과 비교해 본다면 그 속내가 자못 궁금하다. 게다가 이날 유희열을 제외한 박진영과 양현석은 모두 이진아의 무대를 칭찬했기에 유희열의 독설이 더욱 시선이 모아졌다.

등장과 함께 화제의 주인공으로 올라선 이진아는 이날 캐스팅 오디션 무대에 오르기 전 자신에게 쏟아지는 기대가 상당한 부담감으로 다가온다고 고백했다. 좋은 곡을 보여줘야 한다는 압박속에서 그녀가 선택한 것은 바로 '초심'. 이진아는 고등학교 시절 자신이 처음 음악을 할 때 작곡한 '두근두근 왈츠'를 가지고 무대에 올랐다. 머리쓰지 않은 편안한 곡이 더 좋을 수도 있겠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노래는 싱그러움 그 자체였다. 어렵지도 않았고, 그녀의 말 그대로 편안하게 들으며 흥얼거릴 수 있는 그런 매우 밝은 노래였다. 박진영은 "과장하는 것이 아니라 진짜 좋다"고 웃어 보였으며, 양현석 역시 "CF 음악으로 사용하면 대박 날 것 같다"고 칭찬했다.

그러나 유희열의 평가는 달랐다. 이진아의 노래가 이이지는 과정에서 시종일관 어두운 표정을 지어보인 그는 "지금까지 제일 별로였다. 이진아의 매력이 없다. 앨범으로 치자면 잠깐 쉬어가는 9번 트랙 소품 같다"는 말로 정곡을 찔렀다. 어려운 노래보다는 쉽고 편안한 곡을 선택한 이진아의 판단을 꿰뚫어본 것이다. 

이어 유희열은 "초심으로 곡을 보여줬다고 했는데, 그러기에 < K팝스타 >에서는 잘 하는걸 해야 할 것 같다"며 "사람들에게 인정을 못 받는다고 해도 그래야 한다. 왜 그렇게 많은 실력을 갖고 있으면서 예전에 보여줬던 것처럼 한 음 한음 아끼면서 디테일하게 음 조합을 했던 장점을 보여주지 못하냐"고 이진아의 마음가짐을 질책했다.

"지는 게임을 하더라도 잘하는 것을 하고 떨어져야 하는 것 아니냐?"는 유희열의 질문에는 이날 그가 던진 독설의 진짜 의미가 숨어있었다. 그건 심사위원이나 대중들로부터 칭찬을 듣는 것도 좋고, 당장의 라운드를 통과하는 것도 좋지만, 비록 비판을 받더라도 진짜 자신이 좋아하고 잘하는 것을 해야 발전할 수 있다는 음악 선배로서의 따뜻한 조언이었던 셈이다.

그러고 보면 이날 유희열의 독설은 상당히 낯설었던 동시에 < K팝스타 >를 결과가 아닌 하나의 과정으로 생각하며 참가자들을 보듬었던 그간의 모습 그대로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어차피, 이진아에게 있어서 이 프로그램은 음악인으로 성장해 나가는 찰나의 순간일지도 모른다. 두렵다고 해서 피해가기보다는 당당하게 정면 승부를 펼쳐야 남는 게 생기고 그 과정에서 배울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비단 이진아 개인뿐만이 아니라 < K팝스타 >에 도전한 다른 참가자, 아울러 음악인을 꿈꾸는 모든 사람에게 유효한 마음가짐이다.

유희열의 독설은 이제 막 날개를 펴고 날아오르려 하는 이진아에게 있어 정말로 꼭 필요했던 조언이 아닐까 싶다. 호된 질책을 발판삼아 부담감을 떨쳐 버리고 더욱 성장해 나가는 그녀의 모습을 기대한다. 유희열의 혜안이 놀랍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개인 블로그(saintpcw.tistory.com), 미디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유희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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