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강남1970>에서 김종대 역의 배우 이민호가 14일 오후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영화 <강남1970>에서 김종대 역의 배우 이민호가 14일 오후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오마이스타 ■취재/이선필 기자·사진/이정민 기자| 미루고 미뤘던 영화를 덥석 받아든 게 <강남 1970>이었다. 이민호에게 배우라는 이름과 스타덤을 동시에 갖게 한 드라마 <꽃보다 남자> 덕에 지금보다 더 빨리 영화에 진출할 수 있었지만 4년 이상을 기다렸다. "20대 후반 성숙한 느낌이 났을 때 영화로 나를 표현해보고 싶었다"고. 배우로 인정받고 싶었던 이민호 개인의 욕망이었다. 

그렇다고 쳐도 참 상반된다. 그 꽃미남이 영화에선 고아 출신인 넝마주이로 방황하다 집 한 채 갖고 싶다며 건달 조직으로 들어간 남자 김종대가 됐다. <말죽거리 잔혹사> <비열한 거리>를 연출한 유하 감독의 마지막 '거리 시리즈'에 그가 투입된 건 순전히 눈빛 때문이기도 했다. 2008년 영화 <강철중: 공공의 적>에 단역으로 출연했을 때, 그의 눈빛을 유하 감독이 기억했던 것이다.

떨어져 있던 자존감..."팬과 주변의 격려로 일어섰다"


그렇기에 이민호는 어서 1970년으로 들어가길 원했다. 원했던 영화를 하게 됐고, 감성 또한 깊어졌다는 자신감도 있었다. 하지만 현장서 나온 유하 감독의 말은 의외였다. 이민호는 "감독님께서 내게 <강철중> 때의 굶주린 눈빛이 안 나온다 말씀하시곤 했다"면서 "배가 불렀구나! 라는 말로 압박을 받으며 현장에 임했다"고 전했다.

관객 입장에선 화려한 이미지의 이민호가 우울한 청년 캐릭터를 연기하는 것에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 이 물음에 이민호는 즉각 반박했다. 2011년 드라마 촬영 중 겪었던 큰 교통사고와 20대 초의 연애 경험 등을 들며 "종대만큼은 아니지만 분명 답답한 시기가 있었다"고 변론했다. 

"또래나 가까운 친구들은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에 고민하고 있어요. 그래서 몰입이 어려운 인물은 아니었죠. 저 역시 자존감이 굉장히 낮은 사람이었어요. 연애할 때도 항상 약자였고, 집안 상황도 힘들어서 뭔가 주눅이 들어 있었습니다. 종대의 삶과 비교될 수는 없어도 그 감정 표현을 하는 데에 큰 문제는 없었어요."

제법 센 질문에도 차분하게 생각을 밝힐 만큼 이민호도 자신감을 쌓아왔다. "낮은 자존감은 결국 신념으로 깰 수 있는 건 아니더라"는 그는 "그럴 땐 주위의 격려와 따뜻한 말이 필요하고, 그 존재가 바로 팬들과 지인이었다"고 말했다. 물론 팬이 생기게 된 건 우직하게 이민호가 자신의 길을 포기 않고 걸었기 때문일 테다. 이민호는 "일방적인 내 편은 없다고 생각한다"면서 "팬들의 기대만큼 성장해야 하는 것 또한 내 몫"임을 분명히 했다.

왕관의 무게를 견뎌라..."최선을 다해 지내왔다"


"다들 그렇듯 출발은 배우입니다. 배우로 시작하는데 스타라는 왕관은 팬과 대중이 주는 거라고 생각해요. 스타라는 칭호는 극히 드문 사람들이 얻는 것이기도 한데 굳이 그걸 벗어나는 게 좋은 걸까요? 배우로 시작해 성장하다 보면 사람들이 배우라는 타이틀을 인정해 주는 것이니 조급할 필요는 없다고 봐요. 그래서 전 현재에 감사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더 나아진 모습을 보일지 일과 관련된 고민은 하지만 적어도 일 외적인 고민은 없어요."

요약하면 스타로서 인정받는 일 역시 배우로 인정받는 것만큼 중요하다는 거다. 그것이 이민호가 말하는 성장이었다. <강남 1970>도 그에겐 재벌남이 또 다른 연기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하나의 증표였다. 이민호는 "거창하게 도전이라는 말을 붙일 순 없고, 다양한 모습을 보이기 위한 첫걸음 정도로 봐달라"고 덧붙였다.

"<꽃보다 남자> <시티헌터> 때까진 아시아 쪽에서 이미지가 올라갔는데 그전까진 우선 난 한국인이고 한국에서 태어났으니 한국 작품에 집중하겠다고 말하곤 했어요. <상속자들> 이후엔 나라에 상관없이 제가 원하면 하자는 쪽이 됐어요. 그렇다고 다작을 하자는 건 아닙니다. 1년에 광고 촬영만으로 5개월을 쓰는데 여기에 작품 하나 하면 1년이 지나더라고요. 최선을 다해 부지런하게 일했습니다.(웃음) 올해는 영화 한 편, 드라마 한 편 하고픈 욕심이 있어요. 그렇게 보폭을 넓혀가려고요."

'후회할 짓은 하지 말자. 자신에게 떳떳해야 한다.' 이민호가 평소 품고 있는 말이다. 이민호는 "시간이 지나 언젠가 날 추억하는 때가 있을 텐데 '더 열심히 할 걸'하고 후회하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순간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뜻이다. 과거 자신감이 없었던 모습을 반추하며 그는 "돈이나 물질을 쫓으려 했다면 드라마로 인기를 얻고 완전 다른 행보를 걸었을 것"이라며 "지금 하는 일이 의미 있는지, 가치 있는지를 따지는 편"이라고 전했다.

배우 아닌 '인간' 이민호는 자신의 삶을 잘 채우고 싶어 했다. 당면한 입대와 연애에 대한 과제도 있다. 그는 "입대에 대한 구체적 계획은 아직 없지만 2년의 공백은 어느 쪽으로든 담담하게 받아들일 것"이라며 "연애 또한 언제든 운명적 사랑을 꿈꾸는데, 호기심과 호감이 다른 만큼 사람을 오래 두고 지켜보며 발전시켜 나가고 싶다"고 덧붙였다. 여러모로 자신에 대해 충실히 생각하며 길을 걸어가는 배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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