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도 많았다. 장근석의 하차와 손호준의 겹치기 출연 논란 등 시작부터 잡음에 시달렸던 tvN <삼시세끼-어촌 편>이 마침내 베일을 벗고 23일 시청자를 찾아왔다. 전작 정선 편의 높은 인기로 인해 다소 부담감을 안고 시작했음에도, 이날 방송은 소소한 재미와 감동을 안겨주며 또 하나의 대박 예능의 탄생을 예고했다.

차승원과 유해진의 따뜻한 인간미는 '자급자족 슬로우 라이프'를 지향하는 이 프로그램과 딱 맞아 떨어졌다. 차로 6시간, 배로 다시 6시간을 이동해야 닿을 수 있는 만재도는 정선 편의 '수수지옥' 못지 않은 열악환 환경으로 앞으로를 더욱 기대하게 했다. 장근석의 분량을 다 들어내다 보니 간혹 흐름이 끊기긴 했지만, 그럼에도 어촌 편은 시청자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첫 방송을 통해 본 <삼시세끼-어촌 편>의 매력을 살펴보자.

 차승원과 유해진이 출연한 <삼시세끼> 어촌편

차승원과 유해진이 출연한 <삼시세끼> 어촌편 ⓒ tvN


'요리왕' 차승원의 반전 요리실력

정선 편에서도 드러났듯, <삼시세끼>는 뭐 대단한 것을 하는 프로그램이 아니다. 미션도 없고, 게임도 없으며, 반전이나 배신은 더더욱 생각할 수 없다. 그저 텃밭과 주변 환경을 통해 얻은 식재료로 하루 세끼를 해먹는 게 전부다. 당연히 기본 요리 실력이 있다면 프로그램에서 존재감을 뽐낼 수 있다.  

만재도에 도착하자마자 주방을 점령한 차승원은 고무장갑을 끼고 '차줌마'로 빙의했다. 평소 '살림꾼'이었다는 말을 증명하듯, 이날 차승원은 열악한 재료를 가지고도 뚝딱뚝딱 음식을 만들어 내며 이날 방송의 실질적인 '에이스'로 활약했다.

이날 차승원은 배추 한 포기로 겉절이와 배추 된장국을 만들어낸 데 이어, 무로 차승원 표 동치미를 담그고 칼칼한 뭇국을 끓이기도 했다. 유해진이 구해온 멀을 가지고는 즉석에서 '멀 무침'을 탄생시키는 등 요리 실력과 아이디어 모두 빛을 발했다. 지난 정선 편보다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메뉴를 지켜보는 재미는 이번 어촌 편만의 또 다른 매력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앞으로 낚시 등을 통해 해산물을 획득하게 될 텐데, 물고기가 '차줌마'를 만나면 어떤 고차원의 요리로 변신할지 무척이나 궁금하다.

'배려왕' 유해진의 따뜻한 배려심

차승원이 '요리왕'으로 시청자의 마음을 훔쳤다면, 유해진은 '배려왕'이란 별명을 붙여도 손색없을 것 같다. 이날 유해진은 성격이 급한 차승원과 티격태격하면서도 끝내는 먼저 제 생각을 굽히고 차승원의 뜻에 맞춰주는 배려심을 보여줬다. 조급한 차승원과 느긋한 유해진은 방송 초반 갈등을 빚어내는 것 같았지만, 유해진의 배려와 양보 덕에 두 사람은 손발을 척척 맞추며 만재도 정착기를 써내려갈 수 있었다.

유해진의 따뜻한 마음씨가 감동으로 다가온 것은 이튿날 아침 홀로 산책을 나섰을 때다. 유해진은 간밤에 설치해둔 통발에 붕장어와 노래미 등 다양한 어류가 잡힌 것을 확인했음에도, 이를 그대로 두고 집으로 돌아왔다. 전날부터 물고기 타령을 한 차승원이 직접 두 눈으로 통발을 확인하고 거둘 수 있게 배려한 것이다.

또한 유해진은 차승원이 만들어낸 음식에 무조건 칭찬하며 맛있게 먹어줬고, 홀로 설거지와 아궁이 정리를 도맡아 가며 역할 분담을 확실히 했다. 재료를 구하고 음식을 하는 것이 차승원의 몫이라면, 유해진은 뒤에서 묵묵히 설거지하고 장작을 패며 차승원을 도왔다. 두 사람의 찰떡 호흡이 있었기에 이날 방송이 시종일관 유쾌함을 유지할 수 있었다.

 차승원과 유해진의 매력으로 시청자를 사로잡은 <삼시세끼> 어촌편

차승원과 유해진의 매력으로 시청자를 사로잡은 <삼시세끼> 어촌편 ⓒ tvN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만재슈퍼'와 '산체'

차승원, 유해진과 이날 시청자를 사로잡은 또 다른 존재는 바로 '만재슈퍼'와 '제2의 밍키'로 불리는 산체다. 만재도에 있는 유일한 슈퍼인 만재슈퍼는 멤버들에게 큰 힘이 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섬이라는 특성상 갖춘 물건이 별로 없고, 또 사장님이 수시로 자리를 비워 결국 두 사람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했다.

중요한 건 앞으로다. 섬에서 생활하다 보면 가끔 생필품이 급하게 필요할 때도 있고, 미처 챙겨오지 오지 못한 준비물은 섬에서 구해야 하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 이때 만재슈퍼가 과연 정선 편 철물점처럼 구세주로 떠올 수 있을 것인지, 아니면 희망고문만 안겨주는 애물단지가 되고 말 것인지 기대된다.

만재슈퍼 만큼이나 '산체'의 존재감도 무시할 수 없다. 산체는 이날 시청자뿐만 아니라 차승원, 유해진의 마음까지 사로잡았는데, 아주 조그만 강아지다. 지난 정선 편에서 다양한 동물들로 상당한 분량을 뽑아낸 나영석 PD는 이번에도 귀여운 강아지 한 마리를 미리 섭외(?)해놨다. 아직은 뛰어다니는 것도 어색한 작은 체구이지만, 방송이 거듭할수록 폭풍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무료한 일상이 반복되는 섬 생활에 커다란 활력소가 될 산체는 이번 어촌 편의 시청 포인트가 되기에 충분하다.

이외에도 방송 말미 등장한 손호준과 앞으로 바다낚시를 비롯해 본격적으로 재료 구하기에 나설 멤버들의 고생담은 이번 어촌 편의 가장 핵심적인 재미가 될 것으로 보인다. 첫 방송부터 시청자의 마음을 사로잡은 <삼시세끼-어촌 편>이 또 어떤 따뜻하고 촉촉한 감성으로 다가올지 벌써 궁금하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박창우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saintpcw.tistory.com), 미디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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