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인트 빈센트>는 아이에 의해 어른이 치유된다는 전형적 프레임의 영화입니다. 이런 프레임을 벗어나지 않는 영화는 흔하게 존재하죠. 당장 <업타운 걸스>나 <빅 대디> 같은 영화들이 떠오르기도 하는군요. 아담 샌들러는 아이에 의해 치유되는 사고뭉치 말썽쟁이 어른 캐릭터를 잘 구축했죠. 이런 영화들의 특징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1. 아이 혹은 어른 둘 중 하나, 혹은 둘 모두가 결핍이 존재하며,
2. 아이는 영리하거나 어른스럽습니다.
3. 의외로 주인공 어른은 어른답지 않게 사고뭉치에 말썽쟁이지만 알고 보면 마음만은 따듯하고,
4. 아이는 영화 중간에 어른에 의해서 난관을 극복하거나 상처를 치유 받으며,
5. 어른은 영화 막바지에 역시 아이에 의해 난관을 극복하거나 변화됩니다.

<세인트 빈센트> 역시 이 프레임을 크게 벗어나지 않죠. 그래서 이야기가 익숙하게 다가옵니다. 좋게 말하자면 쉽게 다가오고 쉽게 감동을 느낄 수 있지만, 조금 다르게 말하면 너무 익숙한 나머지 봤던 영화를 또 보는 느낌이 들 수도 있겠군요.

<세인트 빈센트>는 아이와 어른뿐만 아니라 주변 인물들까지 하나씩 결핍이 존재합니다. 각 개인들은 '짝'이 아닌 '홀'이며, 그 홀을 이루는 인물들이 모여 '홀+홀=짝'의 구도를 이루죠.

 각 인물들은 하나씩 결핍이 존재한다.

각 인물들은 하나씩 결핍이 존재한다.ⓒ (주)영화사 빅


첫 장면부터 주인공의 꼬인 인생이 드러납니다. 음악 또한 인물의 상태를 나타내주는 도구로 사용됩니다. 적재적소에 음악을 배치하며 감정이 충분히 드러나도록 하죠. 빈센트가 영화 크레디트 내려갈 때 누워서 듣는 음악도 그렇습니다.

이때 빈센트는 밥 딜런의 'shelter from the storm'을 헤드폰으로 들으며 흥얼거리죠. 그리고 이 장면에서 그는 마당 화분에서 뽑혀있던 나무를 다시 꼽고, 그 죽어가는 화분에 터진 호수에서 나오는 물을 잔뜩 부어주죠. 물은 화분 속 나무에게 과도하게 흘러 들어가지만 그것이 단비같이 느껴지는 것은 나무의 상태 때문입니다. 말라 비틀어졌거든요. 그러다가 빈센트는 마당 선베드에 누워, 양말신은 자기 발에도 물을 줍니다.

'성인'은 영화의 중요한 키워드입니다. 허술한 성인 세인트 윌리엄을 대놓고 직설적으로 빈센트와 동일하다고 말하죠. 그러니까 '빈센트=못된 영감 같지만 성인'인 겁니다. 또한 학교의 아이들은 각각 종교가 다르고 믿는 성인도 다릅니다. 그리고 그 아이들에게 성인은 가깝지 않은 먼 존재죠.

하지만 아이인 올리버에겐 성인이란 먼 곳에 있지도 않으며 마냥 신성하지만도 않죠. 그게 빈센트인 거고요. 올리버는 빈센트에게 허술함을 느끼지만 동시에 애정을 느끼며 존경을 하게 됩니다. 멀리 있는 완벽한 성인보다 가까이 있는 성인이 낫네요. 먼 친척보다 가까운 이웃이 좋다는 우리 속담이 떠오릅니다.

사실 아이와 어른의 힐링 구도로 진행되는 프레임 말고 이 영화는 다른 흔한 구도도 지니고 있습니다. 주인공은 도박을 하고, 빚쟁이에 알코올중독자이며, 절도를 유머러스하게 저지르지만 아주 적절히, 선하게 포장되죠. 또한 주인공의 이런 성향이 아주 황당하게 휴먼스토리로 가거나, 그 성향 덕택에 아이가 도움을 받으며 포장됩니다. <세인트 빈센트>가 그런 식으로 주인공을 포장하는 흔한 프레임을 지니고 있죠.

 배급사에서 배포한 스틸컷 설명에는 하이파이브 하는 장면이라 쓰여있지만, 사실 이런 빈센트가 올리버에게 한 방 먹이는 법을 알려주는 장면이다.

배급사에서 배포한 스틸컷 설명에는 하이파이브 하는 장면이라 쓰여있지만, 사실 이런 빈센트가 올리버에게 한 방 먹이는 법을 알려주는 장면이다.ⓒ (주)영화사 빅


감동받으며 좋은 사람으로 포장되지만 현실에서 이런 경우는 없다는 것도 생각해야겠군요. 이런 사람은 있을만 하지만, 이런 포장은 현실에 없죠. 사슴을 보고 말이라고 일컫는 '지록위마' 같습니다. 아주 악독하지만은 않은 친근한 악당을 적절히 포장하는 영화입니다. 빈센트는 결국 안정을 찾았을까요. 아이에 의해 힐링되는, 어른 이야기를 즐겨 찾는 분들에게 추천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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