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오늘의 연애>에서 여지녀 김현우 역의 배우 문채원이 15일 오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영화 <오늘의 연애>에서 여지녀 김현우 역의 배우 문채원이 15일 오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오마이스타 ■취재/이선필 기자·사진/이정민 기자| 애인도 아닌 친구도 아닌 요즘 흔히 말하는 '썸'이라는 단어가 어울리지 않아 보였다. 18년 우정의 '썸남썸녀'을 주제로 한 로멘틱 코미디 <오늘의 연애>와 문채원의 조합 말이다.

게다가 이 배우, "로맨틱 코미디는 원래 좋아하지 않았다"고 스스럼없이 말했다. "<엽기적인 그녀> <싱글즈> 빼고는 국내 로코 영화를 잘 보진 않았다"며 "차라리 멜로면 멜로지! 잘 보지 않은 장르였는데 서른 넘기 전에 로코를 해봐야 하지 않냐는 설득이 와 닿았다"고 하니 어느 정도 수긍은 갔다.

사랑 연기는 그렇다 쳐도 유머를 담는 모습을 어떻게 표현하려 했을까. 자신의 감정에 솔직한 기상캐스터 현우 역을 받아든 문채원은 "<행오버> 시리즈, <라스트 베가스> 등을 보면서 웃음 유발 포인트를 관찰하곤 했다"며 "작품할 때 다른 영화는 늘 참고하는 편"이라 설명했다.

사랑스러워야 했던 현우..."어릴 땐 나도 모르게 썸을 탔던 거 같아"

연출을 맡은 박진표 감독이 문채원에게 주문한 건 사랑스러운 현우의 모습이었다. 친구 준수(이승기 분)를 부려먹거나 이리저리 곤란한 상황에 빠뜨리기도 하지만 여자로서 충분한 매력을 발산해야 한다는 뜻이다. 돌이켜보면 로코물의 여성 캐릭터들이 종종 그랬다. 우악스러움과 사랑스러움 사이의 선을 타며 관객 마음을 훔치지 않았나. <엽기적인 그녀>의 전지현이 그랬던 것처럼.

"코믹 연기도 그렇지만 오히려 친구였던 준수의 마음을 받아들이는 입장에서 관객의 공감을 사지 못하면 어쩌나 걱정이 많았어요. 짝사랑 하던 다른 남자를 보내야 하잖아요. 생각해보니 사람마다 연애 스타일이 다르고, 현우는 하나의 연애를 완전히 끝내고 넘어가는 게 아닌 누군가 마음에 들어와야 시작할 수 있는 인물이었어요. 그러니 마음이 좀 편해졌죠."


"사랑은 타이밍이죠" 문채원이 되뇌었다. 연기라지만 아무래도 현실 습관이 반영됐던 거 같다며 "어릴 땐 마음을 재다가 썸을 탔다고 상대가 느꼈을 수도 있지만 근래에 와서 그러진 않는다"고 터놓았다. "상대가 마음을 키워왔는데 내가 너무 늦게 안다거나, 그 반대이거나 했던 거 같다"고 덧붙였다. 현우처럼 솔직하게 다가서는 게 아닌 누군가 다가와 줘야 하는 게 문채원의 실제 연애 방식이었다. 

함께 호흡한 이승기에 대해서도 문채원은 기다리고 맞추는 식이었다. "승기씨가 의외로 담백한 면이 있는데 그게 나와 닮았다"며 "사랑에 대해 촬영장에서 이런저런 얘기를 하는 걸로 친해져갔다"고 전했다. 감정의 동요가 많지 않은 이승기에게 문채원은 "지금처럼 담담하게 과장하지 말고 촬영에 임하자"며 힘을 실어 주었다.

"작품 욕심 내기보다 하고 싶은 작품을 잘하고 싶어"

알려진 사실이지만 문채원은 서양회화를 전공했고, 실제로 그 길을 준비하던 차에 배우가 됐다. 어쩌면 동료 여배우보다 약간은 늦은 출발 일수도 있고, 때문에 더 조급해 할 수도 있는 환경이기도 하다. 문채원은 "꾸준히 작품을 해왔기에 일적인 부분에서 조급함은 없다"며 "여배우가 두려움이 생기는 때는 작품을 하지 않을 때인 거 같다"고 답했다. 

"작품이 쌓이다 보면 스스로에 대해 알아가게 되는 거 같아요. 무엇을 잘하고 못하는지요. 그것 말고 사실은 한 집의 딸로, 한 명의 여자로 사는 부분이 더 고민되더라고요. 살수록 여러 사람을 만나게 되고 관계를 만들잖아요. 그 고민은 올해도 계속 할 거 같아요.

물론 일은 잡생각 없이 쭉 해나갈 겁니다. 미술 전공도 일에 도움이 돼요. 지금 그림을 그리고 있진 않지만 좋은 전시가 있으면 꼭 찾아가요. 최민식 선배도 배우로서 좋은 문화를 접하려 한다고 말씀하셨던데, 저 역시 양질의 문화를 어떤 식으로든 접하려고 해요. 감성 표현이 더 깊어질 수 있거든요."

그래서 다작의 욕심은 전혀 없다. 많아야 1년에 두 작품을 소화했던 문채원은 "아마 그 이상 늘리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많은 작품을 하는 것보다 내가 하고 싶고, 원하는 캐릭터를 잘 소화하고 싶은 바람이 크다"고 말했다.

최근 출연했던 강제규 감독의 단편 <민우씨 오는날> 같은 단편이나 예술영화 또한 관심이 크다. <최종병기 활>에 함께 한 박해일의 말이 울림이 컸다. 평소 말 수가 많지 않은 박해일이지만 어느 날 문채원에게 "기회가 된다면 규모, 장르와 역할 구분 말고 다양한 작품을 경험해보라"는 조언을 했다고 한다.

눈빛의 중요성..."배우면서 또 비워가는 과정도 필요"


'평범함의 연기'. 현재 문채원이 고민하는 지점이다. 강한 이야기나 캐릭터는 결국 극한으로 배우 자신을 밀어 넣는 건데, 평범한 인물의 연기는 세밀하고 미세한 부분까지 담을 수 있어야 한다. 마치 홍상수 감독 영화에 나오는 인물처럼 말이다. 문채원은 "나 역시 그런 연기를 해보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눈빛이 중요해요. 눈으로 거짓말하긴 힘들잖아요. 많은 배우들이 강렬한 캐릭터 연기를 하면서도 또 어떤 작품에선 순수한 모습도 보여야 하는데 눈이 그런 걸 표현하지 못하면 설득력이 없어요. 제가 언제까지 배우를 할지 모르겠지만 깨끗한 눈빛을 가지려면 쌓인 걸 비워가는 과정도 필요해요. 사람이 변하면 다들 알더라고요. 눈빛이 변했다는 얘기를 하면서 상대를 판단하곤 하는데 저도 마음을 유지하는 게 참 힘들어요.

솔직하게는 살면서 상처받지 않게 독하고 세게 살고 싶은데 배우는 또 그러면 안 되잖아요. 독하면서도 세상 누구보다 여리게 자신을 만들어야 하기도 해요. 마음을 비우는 과정이 힘들지만 개인적으로는 없어선 안 될 과정이라 생각해요. 그래서 평생 연기자를 하고 싶다는 말은 못하겠어요. 미술을 그렇게 좋아했는데 그만 두었고, 지금 또 그리워하고 있잖아요. 사람도 좋았했다가도 질리고, 그러면 떠나야겠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연기 물론 좋아해요. 하지만 너무 먼 미래 얘기죠. 그것 말고 중요한 게 얼마나 많은데요. 근데 누가 그러는데 이런 스타일이 가장 오래 간다고 하더라고요(웃음). 순간에 일희일비 할까봐 '언제든 연기를 그만 둘 수 있어!'라는 마음으로 살고 있어요. '지금이 내가 최선을 다할 수 있는 마지막일지 몰라!' 제가 외우고 다니는 주문이에요."



문채원 오늘의 연애 이승기 로멘틱 코미디 박해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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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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