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에서 2014년 내셔널리그 정규 시즌 승률 1위를 기록했던 워싱턴 내셔널스가 창단 후 첫 월드 챔피언 도전을 목표로 FA 시장에서 최고의 카드를 선택했다. FA 최대어로 분류되던 선발투수 맥스 슈어저와 계약한 것이다.

메이저리그 관련 언론들은 미국 CBS 스포츠를 시작으로 20일(아래 한국시각) 워싱턴과 슈어저가 7년 2억 1000만 달러 계약에 합의했음을 일제히 알렸다. 다소 이색적인 계약 내용이 있다면, 선수가 구단에서 뛰는 시간은 7년인데 연봉은 14년 동안 나눠 받는다는 사실이다.

계약은 7년, 연봉 지급은 14년... 독특한 노후 보장

현재 만 31세인 슈어저는 올해인 2015년부터 만 37세 시즌인 2021년까지 워싱턴에서 뛰는 동안 일단 1억 500만 달러를 나눠 받는다. 그리고 소속 계약이 만료된 뒤 2022년부터 2028년까지 7년 동안 나머지 1억 500만 달러를 나눠 받게 된다. 만일 워싱턴과의 계약이 끝난 뒤 은퇴를 선언한다고 해도 그는 7년 동안의 노후 연금을 확보한 셈이다.

이 계약 규모는 2011년 아메리칸리그 트리플 크라운을 차지하며 리그 사이영 상과 MVP를 동시 수상한 저스틴 벌랜더(디트로이트 타이거즈)의 7년 1억 8000만 달러(2013년부터 발효)보다 더 큰 규모이다. 2014년 내셔널리그 사이영 상과 MVP를 동시 수상한 클레이튼 커쇼(로스앤젤레스 다저스)의 7년 2억 1500만 달러(2014년부터 발효)보다는 약간 적다.

슈어저의 경우는 연봉을 선수 계약 기간인 7년 동안 받는 것이 아니라 추후 7년까지 추가로 나눠 받는 것이기 때문에 물가 상승률을 고려하면 현실적 가치는 2억 1000만 달러보다 조금 못 미칠 수도 있다.

그러나 슈어저의 에이전트는 협상의 귀재 스캇 보라스였다. 보라스는 선수에게는 최고의 계약을 안겨줄 수 있고, 구단에게는 피하고 싶은 인물이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고객 선수들이 많이 소속된 워싱턴을 상대로 투수 FA 역사상 최고 규모의 계약을 만들어 냈다.

커쇼의 경우는 FA 자격 취득까지 1년이 남은 상황에서 연장 계약을 체결한 것이다. FA 시장에서 투수 계약 종전 기록은 C. C. 사바시아(뉴욕 양키스)가 맺은 7년 1억 6100만 달러이다. 사바시아는 이 계약에 의해 2009년부터 양키스에서 뛰었고, 2011년 시즌이 끝난 뒤 계약 내용에 따라 옵트 아웃을 행사했다.

이에 따라 사바시아는 2015년까지 이 계약에 따른 연봉이 그대로 보장되고 2016년 2500만 달러 보장에 2017년 베스팅 옵션 2500만 달러(바이아웃 500만 달러)가 추가됐다.

워싱턴, 완벽한 선발 라인업 구축할 수 있을까

사실 이번 FA 시장에서 워싱턴이 슈어저 영입에 나설 것이라 예상한 전문가는 많지 않았다. 워싱턴은 2014년 선발투수 평균 자책점 3.04로 메이저리그 30개 구단 중 1위를 기록했다. 커쇼와 잭 그레인키 그리고 류현진이 버티고 있는 다저스가 2위에 그칠 정도였다. 선발투수들이 도합 70승을 합작하며 내셔널리그 정규 시즌 승률 1위를 기록하는 데 일조했다.

2014년 워싱턴의 선발투수들은 5명 모두 정상급 수준의 기량을 선보였다. 팀에서 애지중지 키우고 있는 에이스 스티븐 스트라스버그는 14승 1패 평균 자책점 3.14에 커리어 첫 200이닝 시즌을 기록했다. 조던 짐머맨은 14승 5패 2.66으로 커리어 하이 시즌을 만들었다.

덕 피스터도 16승 6패 2.41로 위력적인 시즌을 보냈고, 태너 로악이 15승 10패 2.85, 2012년 리그 다승왕이자 유일한 왼손 선발투수 지오 곤잘레스가 10승 10패 3.57을 기록하며 전원 두 자릿수 승수를 기록하는 무시무시한 선발진을 구축했다. 자책점이 4점 이상으로 올라간 선수가 없었다.

그런 워싱턴이 2013년 아메리칸리그 사이영 상 수상자(21승 3패 2.90)였던 슈어저를 영입했다. 슈어저는 2014년에도 18승 5패 3.15의 성적으로 대박을 예고하고 있었으며 이전 소속 팀이었던 디트로이트가 6년 1억 4400만 달러의 연장 계약을 제시했지만 거부했다. 그리고 그의 에이전트 보라스는 디트로이트의 제시안보다 무려 6600만 달러를 더 받아냈다.

일단 워싱턴의 행보에 대해서는 두 가지 시선으로 볼 수 있다. 첫 번째는 FA 자격 취득까지 1년이 남은 짐머맨이나 피스터를 트레이드 카드로 활용하여 구원투수나 야수를 보강하는 방법이다. 슈어저의 기량은 짐머맨이나 피스터를 메우고도 남는다. 둘 중 하나가 트레이드되더라고 선발진은 확실히 업그레이드된 상황이라 손해는 없다.

두 번째 시선은 워싱턴이 짐머맨과 피스터를 둘 다 트레이드하지 않고 활용하는 방안이다. 워싱턴은 2014년 96승 66패로 내셔널리그 승률 1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리그 디비전 시리즈에서 와일드카드 2위였던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에게 1승 3패로 허무하게 무너졌고, 자이언츠는 매디슨 범가너의 괴물 같은 활약에 힘입어 월드 챔피언에 올랐다.

이에 워싱턴은 포스트 시즌에서 보다 확실한 카드가 필요함을 느끼고 거침없는 투자를 시도했다. 선발투수들이 몸에 고장만 나지 않는다면 포스트 시즌에서 해볼 만 하다는 평가이다. 일단 슈어저와의 계약부터 연봉 지급 유예 방식을 도입했다. 연 평균 1500만 달러씩 14년 동안 지급하면 되기 때문에 팀 연봉을 줄이기 위해 당장 다른 선수를 보낼 필요도 없다.

일단 선발투수 6명이 부상만 없다면 다저스보다도 훨씬 위력적일 수 있다. 6명의 선발투수 중 곤잘레스만 왼손 투수인 점을 감안하면 로악을 필승조로 전환하여 활용하는 시나리오도 있다. 슈어저도 공포이지만 드래프트 시절부터 수많은 시선을 받아 온 스트라스버그도 몸만 건강하다면 다저스 못지않은 원투 펀치를 구축할 수도 있는 셈이다. 첫 월드 챔피언에 도전하는 워싱턴의 행보는 2015년 시즌 내내 화제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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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널 브랜더/서양사학자/기자/작가/강사/1987.07.24, O/DKU/가톨릭 청년성서모임/지리/교통/야구분석(MLB,KBO)/산업 여러분야/각종 토론회, 전시회/글쓰기/당류/블로거/커피 1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있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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