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허삼관>에서 허옥란 역의 배우 하지원이 14일 오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영화 <허삼관>에서 허옥란 역의 배우 하지원이 14일 오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오마이스타 ■취재/이선필 기자·사진/이정민 기자| 지금껏 하지원은 보기와 달리 중성적이며 오히려 남성적인 캐릭터로 대중을 만났다. 직접 대면하면 천상 여자인데 작품을 통해 보이는 모습은 다르다. 이 말에 "원래 여성성이 강한데 대리만족하는 게 있다"고 크게 웃으며 말한다.

공교롭게도 영화 <허삼관>은 하지원이 여성성을 전면에 드러내면서 동시에 모성 연기까지 감내한 첫 작품이다. 데뷔 18년차를 돌아보니 정말 그렇다. '액션 하지원'이란 수식어가 무색하지 않게 그는 발에 땀나도록 뛰고 뒹굴고 날아 올랐다.

그런 의미에서 <허삼관>의 허옥란 역을 두고 망설인 게 사실이다. 하지원의 말처럼 "모성애 연기는 연습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자신도 없었기 때문"이다. 동시에 드라마 <기황후>로 강행군을 하던 차에 휴식이 필요하기도 했다. 작품을 거절하려 드라마 촬영이 잠깐 멈췄던 2013년 크리스마스이브에 하정우를 만났는데 돌아온 답은 "지원씨 아니면 안 돼", "엄마같은 엄마 말고 하지원씨가 표현하는 엄마를 보여달라"였다.

하지원 표 엄마는 적극적으로 노는 여자였다?

 영화 <허삼관>의 한 장면.

영화 <허삼관>의 한 장면. ⓒ NEW


일단 마음을 먹으면 현장을 즐긴다. 하지원은 "아들로 나온 세 아역 배우들과 매일 논다는 심정으로 임했다"고 회상했다. 동네 청년들의 마음을 훔친 절세미인이라지만 한국 전쟁 직후라는 시대적 배경이 있었기에 무작정 화려한 모습일 순 없었다. 하지원은 "외적인 미가 아닌 예쁘고 밝은 에너지가 나오는 여자"라고 옥란을 해석했고, 그게 주효했다.

하정우는 아버지 허삼관의 모습을 실제 부친인 김용건에게서 따왔다 말했다. 허삼관의 옷맵시나 말투 등이 그 예다. 하지원 역시 엄마의 좋은 에너지를 빌려 왔다. 엄마에 대한 물음에 "나보다 더 에너지 넘치며 친구 같은 분"이라 전했다. 덕분에 하지원 역시 촬영 현장에서 밝은 모습으로 아역 배우, 하정우와 함께 즐길 수 있었다.

역할이 그렇다지만 자연스럽게 본인의 생활과도 연결시켜 생각할 부분도 있었다. '가족'에 대한 화두였다. 인터뷰를 통해 여러 기자가 결혼에 대해 물었고 하지원은 "이런 결혼이라면 해도 좋겠다는 생각을 처음 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설명을 부탁했다.

"태어나서 일락, 이락, 삼락 같은 아이들이 내 아들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처음 했어요. 연기하면서 좋은 사람을 만나는 게 좋고, 행복한데 이번엔 진짜 가족이 주는 따뜻한 행복이 참 크다는 걸 새삼 느꼈죠. 부모님에게도 감사해요. 우리 집도 딸 셋에 아들이 하나거든요. 결혼이란 단어 역시 생각해본 적 없는데 영화 이후 결혼도 이제 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게 됐죠."

작품 욕심 오히려 더 늘어..."액션도 여전히 좋다"

 영화 <허삼관>에서 허옥란 역의 배우 하지원이 14일 오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미지편집프로그램을 사용해 옛날사진효과를 냈다.

영화 <허삼관>에서 허옥란 역의 배우 하지원이 14일 오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미지편집프로그램을 사용해 옛날사진효과를 냈다. ⓒ 이정민


배우면서 동시에 감독으로 현장을 지휘하는 하정우를 보며 하지원은 "꼼꼼하면서도 여유를 잃지 않는 모습이 좋아보였다"고 전했다. "영화 촬영에 변수가 있게 마련이고 영향을 받기 마련인데 정우씨는 예상치 못하게 날씨가 좋지 않아도 어떤 문제가 있어도 여유 있게 넘기더라"며 "이왕이면 즐겁게 일하는 사람이 나 역시 좋다"고 일화를 언급했다.

하지원이라고 혹시 그런 욕심이 없을까. "가끔 글도 쓰고 새로운 영화에 대한 이런 저런 상상을 많이 한다"며 수줍게 운을 뗐다. 본격적으로 시나리오를 쓴다거나 연출 공부를 하면 어떻겠냐는 제안에 "만약  또 다른 무언가를 한다면 일단 제대로 준비를 해서 시작할 거 같다"며 "성격 자체가 꼼꼼하게 준비를 해야 하는 편이라 같이 일하는 매니저들이 힘들어 한다"고 웃어 보였다. 

아주 가능성을 차단한 게 아닌 만큼 기대를 걸어 봐도 좋겠다. 다만 하지원은 "촬영 현장에서 배우로 살 때 가장 설렘을 느낀다"며 더 다양한 장르에 도전하고 싶어 했다. 마침 인터뷰 당일 하지원 또래인 중국 배우 장쯔이가 인터뷰를 통해 '한 가정에 충실한 여자로 살 수도 있기에 액션 연기는 그만 하고 싶다'는 의지를 전하기도 했다. 이처럼 톱 배우라도 시간이 지나며 생각과 가치관이 변해 가는데 하지원은 현재 어떤 궤적을 스스로 그리고 있을까.

 영화 <허삼관>에서 허옥란 역의 배우 하지원이 14일 오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영화 <허삼관>에서 허옥란 역의 배우 하지원이 14일 오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이미지를 염두하고 작품을 하기보다는 쉽지 않은 뭔가를 해나갈 때 기쁨이 컸어요. 그걸 느끼기 위해 도전했다고 보는 게 맞을 거예요. 뭔가 제 안에 정복에 대한 욕심이 있어요(웃음). 액션 장르 역시 너무 사랑하기 때문에 더 다양한 걸 해 보고 싶은 걸요? 물론 막상 하면 힘들고 부상도 입긴 하지만 즐기면서 하는 편이에요. 몸이 힘들어도 희열이 있거든요.

제가 벌써 데뷔 20년을 바라보고 있다고요? 솔직히 지나간 시간을 막 되새기고 느끼진 않아요. 가끔 올해가 2005년인가 할 때도 있어요. 순간순간을 바라보고 제가 또 배우 일을 해서 그런 거 같아요. 조선시대도 살아보다가 미래도 경험하곤 하니까 배우 아닌 여자 하지원에 대한 시간 개념을 잘 인지 못했던 거죠. 그래서 결혼 생각도 못하며 살지 않았나 싶어요.

시간이 지나도 오히려 더  작품을 많이 하고 싶어요. <허삼관>의 옥란을 하고 나니 다음 작품으로 계속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커졌어요. 개성 있는 캐릭터도 좋지만 누군가의 인생을 깊이 표현해보고 싶기도 해요. 원래 제 자신의 정신을 위해 밝고 건강한 역을 원하고 있었는데 요즘 들어 스릴러나 매혹적인 악역에도 마음이 가더라고요."

여러 작품 이야기를 전하며 문득 하지원은 올해의 또 다른 계획을 밝혔다. 지난해 국제 의료 NGO인 오퍼레이션 스마일 홍보대사 활동을 했던 만큼 올해 아이들을 위한 선행에도 힘을 쏟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안면 기형이 있는 아이들에게 새 인생을 찾게 해주는 수술 현장을 직접 보며 많이 울었던 사연을 전한 하지원은 "이런 좋은 마음으로 세계를 정복할 수도 있다"며 "가족에게도 함께 하자고 권했다"고 말했다. 이렇게 여러 모로 인생을 아름답게 채우는 모습이 인간 하지원의 참 매력 중 하나가 아닐까.

 영화 <허삼관>에서 허옥란 역의 배우 하지원이 14일 오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하지원 "시간이 지나도 오히려 더 작품을 많이 하고 싶어요. <허삼관>의 옥란을 하고 나니 다음 작품으로 계속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커졌어요. 개성 있는 캐릭터도 좋지만 누군가의 인생을 깊이 표현해보고 싶기도 해요." ⓒ 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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