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9회 골든디스크 시상식은 지난 14~15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렸다.

제29회 골든디스크 시상식은 지난 14~15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렸다. ⓒ 골든디스크 공식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언젠가부터 가요 팬들에게 '시상식'이란, 단순히 상을 주고받는 자리가 아니라 한 해 동안 사랑 받았던 가요들을 한 자리에서 부르고 들을 수 있는 좋은 기회로 여겨지고 있다. 가수들은 시상식에서만 선보일 특별한 무대를 꾸미기 위해 오랜 기간을 준비하고, 팬들은 그런 가수들을 손꼽아 기다리며 시상식의 내용을 예측하기도 한다. 어쩌면 시상식의 권위란, 이런 소소하고 작은 기대들이 모여 성립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런 점에서 지난 14~15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제 29회 골든디스크의 파행은 주최 측이 스스로 기대를 깨뜨림으로써 권위를 무너뜨린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미숙한 준비는 전체적인 공연의 질을 떨어뜨리는 데에 일조했고, 원활하지 못한 진행은 결국 열심히 준비하고 기대했던 공연을 취소시키는 데에 이르렀다.

유료 투표 - 팬덤 과열 양상, 3억 원 넘은 투표 금액

좋아하는 가수의 특별한 무대를 보기 위한 팬들의 투표 열기는, 특히 신인가수가 대거 등장했던 올해 더욱 치열했다. 문제는 유료 투표로 진행되었다는 점이다. 골든디스크는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 '위팬즈'를 통해 투표를 진행했는데, 특정 업체의 광고를 구독하거나 현금 결제를 통해 투표권 하나 당 55원에 해당하는 가격으로 구매해야 했다.

이렇게 모인 총 투표수가 645만 9807표에 달했는데, 이는 환산하면 약 3억 5000만 원에 해당한다. 단 한 번뿐인 신인상 수상에 목마른 신인가수 팬덤들의 투표 과열 양상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졌으나, 이미 시작된 치킨게임을 팬덤이 자체적으로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공연비자 발급 - 트로피만 받고 돌아온 비스트

'SBS가요대전' 비스트, 변치않는 짐승돌 비스트가 21일 오후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 SBS 가요대전 포토월 >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그룹 비스트 ⓒ 이정민


14일 음원 부문 시상식을 시작하면서부터 본격적인 파행이 시작되었다. 음원 부문 후보에 올라 시상식 참석이 예정되어 있었던 그룹 비스트와 방탄소년단, 갓세븐의 멤버 중 일부가 공연 비자 발급 문제로 시상식에 참여하지 못하게 된 것.

골든디스크 측은 이와 관련해 공식 사과를 했지만, 처음도 아닌 해외 공연을 주최하는 입장에서 어떻게 초보 여행자들이나 할 법한 실수를 저질렀는지는 여전히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다. 결국 비스트는 전체 공연이 취소된 채 트로피만을 수령하고 돌아와야 했고, 화려한 퍼포먼스로 유명한 방탄소년단과 갓세븐은 한두 명의 멤버가 빠진 채로 완벽하지 못한 무대를 올릴 수밖에 없었다. 이것이 공연을 준비하고 모든 무대가 하나의 작품이 되는 아티스트들에게 큰 피해가 되는 일임은 자명하다.

빛 바랜 공연 - '타령' 같았던 엑소 '중독'

이튿날인 15일에도 문제는 이어졌다. 본상 수상자인 그룹 인피니트와 소녀시대 유닛 태티서의 공연이 예고된 바와 달랐던 것. 골든디스크는 공식 SNS 계정을 통해 인피니트가 '소나기' 'Back' 'Last Romeo'의 3곡의 리허설을, 태티서는 'Holler' 'Adrenaline' 등 2곡의 리허설을 진행했음을 알렸다. 그러나 본 시상식 무대에서 두 팀 모두 중간 인사말와 마지막 1곡을 생략했다. 이날 두 곡 이상 진행한 모든 팀은 중간 인사말을 넣었다.

주최 측이 공식 SNS를 통해 사전에 예고했던 무대를 기다린 팬들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진행자는 물론 시상식 이후 주최 측으로부터도 아무런 해명을 들을 수 없었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대상 수상으로 시상식의 주인공이 된 그룹 엑소의 앵콜곡 '중독'이 원곡보다 느리게 재생된 것. 전체 시상식을 대표하는 대상 수상곡이 '타령'처럼 늘어져 나오는 장면에 팬들도 웃음을 거둘 수밖에 없었다. 음향 사고인지, 특별한 이유 때문에 느리게 재생된 건지 알 수 없지만 팬들 사이에서는 이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들렸다.

공연을 통해 그 권위와 가치를 지니게 되는 시상식인 만큼 그 빛은 바랠 수밖에 없었다. 공연이 예정대로, 원활하게 진행되지 못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티켓을 구매해 입장했던 현장 관람객과 온라인 생중계를 통해 이를 본 시청자들은 그 이유에 대한 설명과 사과를 들을 권리가 있다.

'KBS가요대축제' 엑소가 최고! 그룹 엑소가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신관에서 열린 < KBS 가요대축제 > 포토월에서 엄지손가락을 들어보이고 있다.

그룹 엑소 ⓒ 이정민


어색한 진행 - MC의 어눌한 2개국어

중국에서 열린 이번 시상식은 전문 통역사나 현지 MC나 없이 한국인 MC가 수시로 중국어를 곁들여 진행해야 했다. 14일은 그룹 미쓰에이의 중국인 멤버 페이가 MC로 나서 원활한 소통이 가능했지만, MC가 모두 한국인으로만 구성된 15일이 문제였다. 방송인 전현무가 꾸준히 중국어 진행을 도맡았지만, 중국인은커녕 국내 시청자들에게도 어색하게만 들렸다.

게다가 한국어로 진행되는 순서 역시 중간 공백이 지나치게 길거나 즉흥적인 부분이 많아 온라인 중계방송의 버퍼링보다도 시청자를 불안하게 했다. 중국어 진행이 계획되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원어민 진행자를 섭외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이와 관련해서는 작년 제28회 골든디스크 시상식과의 비교를 해 볼 필요가 있다. 경희대학교 평화의 전당에서 진행되었던 당시 행사는 거대한 규모의 공연장이나 화려한 다국어의 진행 없이도 충분히 성황을 이루었다.

역대 최악의 골든디스크로 꼽히는 것은 말레이시아에서 열린 제27회와 중국에서 열린 이번 시상식이었다. 출연진이 모두 한국 가수이고, 한국 가수만을 대상으로 시상하며, 하다못해 '한국의 그래미상'으로 불리길 원하여 자처했던 시상식이 어째서 중국에서 중국어로 열려야만 했는지에 대해 많은 시청자들이 의문을 품게 되었으며, 이는 비단 '국수주의'라 몰고 가기에는 지나친 비효율과 불합리를 보인다.

'실수'라 하기엔 너무 잦았던 '잘못'

물론 한국의 대중음악 관련 시상식이 모두 저마다의 장단점을 갖고 있지만, 시상식 시작 전부터 종료 후까지 이렇게 다채로운 사건·사고가 이어진 경우는 근래 들어 유일할 것이다. 늘 있어왔던 공정성이나 시상 기준에 대한 논란이 아니라, 말 그대로 시상식 진행 자체에 대한 문제였기 때문에 골든디스크의 신뢰도 상실은 물론, 국제적 망신까지도 피하기 어렵게 되었다.

이번 시상식에 참석한 모든 아티스트가 국제적 인기를 얻고 있음을 생각했을 때, 시상식을 주최하고 진행하는 측에서는 보다 더 충실하고 치밀한 기획을 보일 필요가 있었다. 그리고 이미 일어난 사고에 대해서는 즉각적인 사과부터 이루어졌어야 했다. 내년으로 30회를 맞이하는 골든디스크 시상식이 과연 이 실추된 명예를 어떻게 극복해낼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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