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우연히 기사 하나를 보았습니다. '발달장애 1급 장애인이 복지관 3층에서 두 살배기 아이를 아래로 던져 죽게 했는데, 한 달이 지나도록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그렇게 이 일이 조용히 덮이는 것 같아 글을 쓴다'는 피해 아동의 엄마가 올린 글을 토대로 한 기사였습니다.

두 아이를 둔 평범한 엄마는 장애인의 순간적인 행동 때문에 어느 날 갑자기 자신의 눈앞에서 아이를 잃었습니다. 아마 살면서 단 한 번도 상상해본 적 없는 일일 겁니다. 아니, 상상할 수조차 없는 일이겠지요. 지금 그녀는 어떻게,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기사를 읽는 내내 저도 말문이 막혔습니다. 그러다 문득 얼마 전 보았던 영화 <마미>가 떠올랐습니다.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현실을 마주하다

 <마미> 영화 포스터

<마미> 영화 포스터 ⓒ (주)엣나인필름


<마미>는 행동 장애가 있는 아들과 그의 엄마, 그리고 마음의 병으로 말을 더듬게 된 이 모자의 이웃이 이끌어가는 영화입니다. 아들 스티브(앙투안-올리비에 필롱 분)는 ADHD와 엄마에 대한 일종의 애착 장애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의 엄마 디안(안느 도발 분)은 몇 년 전 남편을 잃으면서 아들에게 이런 증세가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남편이 남긴 빚 때문에 혼자 힘으로는 아들을 볼보기 어려워 사회 시설에 맡긴 상태였습니다.

그런데 스티브가 시설에서 문제를 일으켜 결국 아들을 집으로 데려오게 됩니다. 디안은 스티브에게 홈스쿨링을 시도하지만, 배움이 부족한 자신의 힘으로는 쉽지가 않습니다. 이때 생각난 사람이 바로 이웃에 사는 카일라(쉬잔느 클레몽 분)였습니다. 카일라는 어떤 이유에선지 말을 더듬습니다(영화 속에서도 그 이유를 확실히 말해주지 않지만 미루어 짐작할 수는 있습니다). 잘 웃지도 않고 외출도 하지 않던 그녀가 차츰 디안, 스티브와 친해지고 그들에게 도움을 주는 존재가 되면서 조금씩 달라집니다.

영화 속 장면.  스티브를 집으로 데려가는 디안.

▲ 영화 속 장면. 스티브를 집으로 데려가는 디안. ⓒ (주)엣나인필름


영화는 세상에 쉽게 어울리지 못하고, 평범한 인생과도 거리가 먼 이들 세 사람이 조금씩 서로에게 기대고 서로를 의지하며 세상으로 나아가는 모습을 비춥니다. 그런데 영화라서 그렇다고 하기엔 현실과 너무도 닮은 듯, 이들이 가장 행복한 순간에 생각지 못한 문제가 튀어나옵니다. 이로 인해 이들의 행복한 일상은 처절하게 깨지고 맙니다.

그 순간에도 스티브는 말합니다.

"언젠가는 엄마도 나를 사랑하지 않을 거야. 진짜로 나를 사랑하지 않게 될 거야. 하지만 나는 항상 엄마를 위해 살게. 엄마가 내 1순위야."

엄마는 낮지만 강한 울림으로 대답합니다.

"엄마가 아들을 덜 사랑하게 될 일은 없어. 시간이 갈수록 엄마는 너를 더 많이 사랑할 거야. 넌 갈수록 엄마를 덜 사랑하겠지만. 인생이란 게 원래 그렇잖니?"

이렇게 <마미>는 평범함과는 거리가 먼 모자를 보여주며 모성, 조금 더 크게는 '사랑'을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처음엔 저도 자비에 돌란 감독이 내세운 사랑에 집중했습니다. 그런데 앞서 말한 기사를 본 뒤 시선이 조금 달라졌습니다.

영화 속 장면. 울고 있는 엄마를 달래는 아들.

▲ 영화 속 장면. 울고 있는 엄마를 달래는 아들. ⓒ (주)엣나인필름


가까운 미래, 이제는 '현재'가 되다

디안과 스티브가 살고 있는 배경은 2015년의 캐나다입니다. 이 영화가 2014년에 개봉한 것을 기준으로 하면, 그들이 살던 2015년은 '아주 가까운' 미래를 말한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영화 속 2015년 캐나다에서는 행동 장애가 있는 자녀를 둔 부모가 경제적·신체적·심리적으로 위험한 상황에 처할 경우 법적 절차를 밟지 않고도 자녀를 공공병원에 위탁할 수 있다는 내용의 보건법이 통과되었습니다.

감독은 이런 보건법, 즉 복지에 관한 사회문제를 멀리에서 이야기하지 않았습니다. 이미 도래한 2015년으로 가져왔습니다. 물론, 실제 감독이 이러한 시기에 대해 염두에 두었는지는 모릅니다. 하지만 영화를 본 관객 입장에서는 그렇게 느껴집니다. 당장이라도 우리가 함께 고민하고 해결해야 하는 복지가 바로 이것이라고. 다만, 영화 속 보건법이 꼭 옳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어쩔 수 없이 필요한 복지라고는 말할 수 있어 보입니다.

사실 앞서 언급한 기사와 영화 <마미>는 좀 다른 맥락이긴 합니다. 기사 속 엄마는 장애인에 의해 아이를 잃었고, <마미> 속 엄마는 세상이 질타하는 장애인 아들을 두었으니까요. 그런데 조금만 생각의 틀을 넓히면 우리는 바로 이러한 세상에 살고 있습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공존하는 세상, '공존해야 하는' 세상에 말입니다.

기사 속 사건이 일어난 곳이 다름 아닌 복지관이었다고 해서 정말 답답했습니다. 복지관이라 칭해지는 그곳에서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 복지가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다면, 과연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싶습니다. 개인의 치적을 세우려는 복지가 아니라 진정 국민들이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진짜 복지'를 위해 고민하고 노력하는 나라였으면 좋겠습니다. 더불어 아이를 잃은 가족에게 더 이상의 억울함은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추신 : 자비에 돌란 감독은 제67회 칸 영화제에서 이 영화 <마미>를 통해 최연소 심사위원상을 수상했습니다. 해외 영화제에서 상을 받은 영화들은 재미없다는 선입견이 있는데, 그런 이유로 외면하기에 <마미>는 꽤나 흥미로운 영화입니다.

감독은 가로가 넓은 스크린에 익숙한 우리에게 정사각 비율의 스크린을 경험하게 함으로써 눈을 더 크게 뜨게 하고, 익숙한 음악들을 OST로 사용해 귀를 즐겁게 합니다. 특히, 디안, 스티브, 카일라를 연기한 세 배우가 내뿜는 강렬한 에너지는 영화가 담고 있는 메시지 그 이상을 느끼게 합니다. 주류 영화들이 줄 수 없는 새로운 경험 한번 해보시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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