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소찬휘

가수 소찬휘 ⓒ 와이드엔터테인먼트


|오마이스타 ■취재/이언혁 기자| 1990년대 이후에도 꾸준히 신곡을 발표하며 활동했던 가수 소찬휘는 오랜만에 '방송의 힘'을 제대로 느꼈다. 거리를 지나가면 유독 젊은 친구들이 많이 알아본다고. 예전에는 모자에 안경을 쓰고 맘놓고 다녔지만, 이제는 "안녕하세요"라며 반갑게 인사를 건네는 이들 덕에 외출할 때 조금은 신경을 더 쓰게 됐다. '소찬휘'라는 강렬한 이름 대신 김경희라는 친근한 본명을 찾은 것도, 유재석과 김정남(터보)이라는 친구를 얻은 것도 수확이다.

MBC <무한도전>의 기획 '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이하 '토토가')에서 소찬휘는 '그 시절' 못지않은 고음으로 관객과 시청자들을 놀라게 했다. 영화 <우뢰매>의 주인공을 연상케 하는 파란색 레자(인조 가죽) 의상에 반짝이는 은갈치색 부츠, 전성기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긴 머리에 폭발적인 고음이 더해지자 시간은 순식간에 1990년대로 돌아갔다. 정작 본인은 "체형이 바뀌어서 의상을 입고 팔도 못 올렸다"지만 보는 이들은 그저 행복했다.

그런 그가 신년 벽두부터 발빠르게 신곡을 발표했다. 'Tears(티어스)' '현명한 선택' 등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의 발라드 'Glass Heart(글래스 하트)'다. 감성을 한껏 살려 속삭이듯 노래하지만, 거침 없이 내지르는 뒷부분을 들으면 '그래도 소찬휘'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토토가'의 영향인지, 신곡을 발표하자마자 음원차트 상위권에 들었다. 지난 6일 서울 마포구 상수동 한 카페에서 만난 소찬휘는 "가을부터 준비한 곡"이라면서 "참 좋다"고 미소 지었다.

옛날처럼 부를 수 있을까?..."목 관리 꾸준히 하며 버텨"

 가수 소찬휘

▲ 소찬휘 "'아직도 소찬휘가 옛날 노래를 부를 수 있을까' 하시더라. 키를 내려서 부른 적도 있는데 그럴 때는 듣는 분들이 여지없이 알아차린다. 그 뒤로 '내가 진짜 이 노래를 언제까지 할지 모르겠지만 원곡 그대로 불러보자'는 생각이다. 목 관리를 꾸준히 하면서 버티고 있다." ⓒ 와이드엔터테인먼트


소찬휘는 그동안 <열린음악회> <콘서트 7080> 등 다양한 무대에서 노래를 불렀다. <무한도전>의 '토토가'가 방송되기 2주 전까지도 출연했을 정도. 하지만 <무한도전>의 파급력은 대단했다. 그가 꾸준히 쉬었다고 생각하는 이들은 '토토가'를 보고 "아직도 노래를 그렇게 하느냐"고 묻기도 했다. 소찬휘는 "열심히 활동했다고 생각했는데 혼자만의 테두리 안에서 했나 보더라"면서 "오랜만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어서 더욱 더 잘하고 싶었다"고 털어놨다.

당시 '토토가'의 공연 분위기는 열광적이었다. 관객들이 열린 마음으로 즐기자, 소찬휘에게도 순간 '그분'이 왔다. 특히 'Tears'는 부를 때마다 "완만하게 부른다는 보장이 없는" 곡이라지만, 이날만큼은 집중력이 최고조에 달했다. 관객이 전해주는 에너지를 고스란히 받으며 무대를 소화한 그는 "기분이 너무 붕 떠서 어떻게 불렀는지도 모르겠더라"면서 "방송 날짜가 다가오니까 슬슬 걱정이 돼서 가슴 졸이면서 봤다. '다시보기'를 했더니 음정이 두 군데 갔더라"고 쑥스러워했다.

"사실 나이를 먹으면서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하는 서운함이 있다. '많이 늙었더라' 이런 거?(웃음) '세월이 많이 흘렀구나' 하면 좋은데 '늙었다'고 하면 아무래도 신경이 쓰인다. 그러면서 '아직도 소찬휘가 옛날 노래를 부를 수 있을까' 하시더라. 키를 내려서 부른 적도 있는데 그럴 때는 듣는 분들이 여지없이 알아차린다. 그 뒤로 '내가 진짜 이 노래를 언제까지 할지 모르겠지만 원곡 그대로 불러보자'는 생각이다. 목 관리를 꾸준히 하면서 버티고 있다."

'토토가' 녹화가 끝나고, 출연했던 가수들은 뒤풀이를 통해 미처 다 풀어내지 못한 '흥'을 분출하기도 했다. 서로 연락처를 주고받은 이들은 단체채팅방을 개설해 새해 인사를 전하고, '토토가'를 모니터하며 의견을 나눴다. 새해가 되자마자 지누션의 션과 함께 연탄봉사활동에 나서기도 했다. "'토토가' 시즌2를 한다면 샵, 이예린, 영턱스클럽, 룰라, 김원준, 벅스, 투투, 백지영, 자자 등 많은 이들을 보고 싶다"고 전한 소찬휘는 "유재석은 빈틈 없고, 깔끔하고 정갈한 친구"라고 미소 지었다.

'Tears' 거부하기도 했지만..."가수로서는 운 있는 사람"

 가수 소찬휘

▲ 소찬휘 "'소찬휘'라서 스트레스를 받으며 힘들게 살 때도 있었지만 내가 가르치는 제자들이나, 음악 생활을 하는데 잘되지 않아서 힘들어하는 후배들을 보면 '난 정말 행복한 사람이구나' 생각한다. 난 히트곡도 나름 있고. 가수로서는 운이 있는 사람이 아니었나 싶다." ⓒ 와이드엔터테인먼트


15년이나 지났지만, 많은 이들은 여전히 소찬휘에게 2000년에 발표한 'Tears'를 듣고 싶어한다. 한때는 "신곡이 나왔는데 왜 자꾸 옛날 노래를 불러달라고 하느냐"며 거부하기도 했지만, 소찬휘는 언젠가부터 'Tears'의 유명세를 당연하다고 생각하게 됐다. 기성 가수이기 때문에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하게 된 것. "어쨌든 이 노래로 지금까지 버티고 있다"고 너스레를 떤 소찬휘는 "'Tears'는 복불복이다. 잘 부르려면 걱정하지 말고 집중해서 지르라"고 조언했다.

데뷔 후 20년간의 활동을 두고 "워낙 롤러코스터 타는 인생"이라고 표현한 그는 "지금의 가요계에도 1990년대처럼 시대를 풍미하는 아이돌 가수와 솔로, 몇몇 그룹이 있다"면서 "음악도 지금 보면 상당히 돌고 도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음악에 퍼포먼스가 더해지면서 '종합예술'이 되었기에, 한류라는 게 있지 않을까 싶다"고 밝힌 소찬휘는 "아깝다. (한류가) 조금만 더 일찍 왔으면 활동을 더 많이 했을텐데"라며 아쉬워하기도 했다.

1990년대로 돌아간다면 노래하기보다는 다른 이들처럼 결혼해서 가정을 꾸리고 살고 싶다는 소찬휘. "평범한 삶이 가장 어렵더라"고 털어놓은 그는 앞으로의 활동에 대해 "지금과 똑같을 것"이라고 했다. <나는 가수다 시즌3> 등 방송 출연 제의가 오면 하겠지만, 앨범을 내면 1주일에 4~5만장은 금세 팔리던 시대는 잊고 계속 음악을 하고 있다는 것에 만족하겠다고. 소찬휘는 '슈퍼스타'보다는 '믿고 듣는 음악'을 위해 꾸준히 노력할 계획이다.

"'소찬휘'라서 스트레스를 받으며 힘들게 살 때도 있었지만 내가 가르치는 제자들이나, 음악 생활을 하는데 잘되지 않아서 힘들어하는 후배들을 보면 '난 정말 행복한 사람이구나' 생각한다. 난 히트곡도 나름 있고. 가수로서는 운이 있는 사람이 아니었나 싶다. 2012년부터 1년에 한 번씩은 싱글을 내면서 하고 싶은 다양한 음악을 했는데 아직도 하고 싶은 것이 많다. 글렌체크처럼 세련된 음악을 하는 이들과도 함께 작업해보고 싶고. 올해는 공연을 통해 많은 관객들과 만나고 싶다." 

소찬휘 GLASS HEART 무한도전 토토가 유재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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