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라이어 게임> 포스터

tvN <라이어 게임> 포스터ⓒ CJ E&M


|오마이스타 ■취재/이미나 기자| tvN <라이어 게임>의 류용재 작가는 아직도 2011년의 '그 날'을 기억한다. 애니메이션 원화가에서 2007년 MBC <개와 늑대의 시간> 공동집필로 드라마 작가의 세계에 입문한 후 몇 년, 차기작을 준비하고 있었던 류 작가는 그날 '일본 만화 <라이어 게임>을 드라마로 만들려 한다'는 연락을 받았다. 원작은 그에게도 익숙한 것이었다. 좋아하는 작품이기도 했다. 별 다른 고민 없이 '하겠다'고 했다. 그게 몇 년간의 '숙제'가 될 줄은, 그때는 몰랐다.

"경영학을 전공했는데 '협상론'이라는 수업이 있었어요. 과제 중에 영화나 드라마 속에 나오는 협상 사례를 발표하는 게 있었는데 저는 <라이어 게임>을 쓴 카이타니 시노부 작가의 또 다른 작품인 <원아웃>을 택했죠. 야구 만화인데 타자와 심리 게임을 벌이거나 심판과 협상해 결과를 뒤집는 내용이 나와요. 그걸로 칭찬을 많이 받았죠. (웃음) 그런 기억이 있어 (제안을) 받아들였는데, 그게 고난의 시작이었어요."

1, 2부만 놓고 몇 개의 대본을 썼는지 모른다. 그런데 편성을 논의할 때마다 '어렵다'는 이야기가 공통적으로 나왔다. 그러던 중 '라이어 게임이 시작되는 걸 시청자가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할 장치가 필요하다'는 조언을 받았다. 류 작가는 "그 말을 듣고 원작의 정체성인 '게임'은 그대로 가져가되, (내용을) 리얼리티 쇼로 바꾸자는 생각이 들었다"며 "그 후로 가장 많이 고민한 것은 '게임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가 아니라 '라이어 게임의 실체를 어떻게 시청자에게 전달할 것인가'가 됐다"고 설명했다.

"이미 일본 드라마 <라이어 게임>이 원작을 충실히 잘 옮겨 둔 상황에서, 같은 걸 또 만드는 건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어요. 저도 두 작품을 다 좋아하고, 그래서 원작 만화와 일본 드라마를 좋아하는 분들의 마음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그것만으로는 한국에서 드라마화하기가 어려울 것 같았어요.

원작대로만 하는 것도 물론 어려운 길이 됐겠죠. 하지만 그걸 이미 일본 드라마가 너무 잘 해놨고, 그게 (한국에선) 드라마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걸 그간 확인해 왔던 만큼 (원작대로만)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욕먹을 각오를 하고 손을 대기로 했죠. 원작의 미덕이라 할 수 있는, 라이어 게임 속에 내재된 세계관과 가치관을 잘 구현해 내는 것이 더욱 훌륭한 일이 될 거라 생각했거든요."

"이상윤 캐스팅, 나도 처음엔 의아했지만...'진심'을 믿었다"

 tvN <라이어 게임> 스틸컷

"현장에서 대본에 나온 게임을 최종적으로 해석해 주는 역할이 이상윤이었다. 가끔 의견을 보내주기도 했는데 그게 결정적인 때도 있었고. 작가들끼리는 농담으로 '이상윤을 보조 작가로 데려와 감수를 시켜야 한다'는 얘기도 할 정도였다."ⓒ CJ E&M


- 막바지로 갈수록 좋은 반응이 늘었지만, 처음엔 반응이 호의적이지만은 않았다.
"초반엔 (반응이) 좋지 않았다. 원작과의 비교에, 캐스팅 이야기까지…. 솔직히 나도 처음엔 이상윤이 하우진 역을 맡는다는 데 의구심이 있었다. 하우진은 양면성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그동안 작품에서 접해 온 이상윤은 너무 선해 보이니까. (웃음) 처음 만났는데도 눈빛이 너무 선해서 '혹시 카드 게임 같은 거 하시냐'고 물었다. 나는 지인들과 자주 하거든. 속여먹고 그러는 것도 좋아하고. (웃음) 그런데 '꼬박꼬박 적금 든다'고 말하더라.

그러던 중 그 바른 눈으로 이런 말을 하더라. '원작도 정말 좋아하고, 대본을 보니 정말 하고 싶더라'고. 그렇게 거짓말 못할 것 같은 사람이 말하니 진짜구나 싶었다. 그 후로 마음 놓고 '잘 해보자'고 했는데…. 초반에 댓글을 보고 상처를 받았다더라. 그게 정말 마음이 아팠다. 실제로 이상윤의 역할이 컸다. 현장에서 대본에 나온 게임을 최종적으로 해석해 주는 역할이 이상윤이었다. 가끔 의견을 보내주기도 했는데 그게 결정적인 때도 있었고. 작가들끼리는 농담으로 '이상윤을 보조 작가로 데려와 감수를 시켜야 한다'는 얘기도 할 정도였다."

- 하우진의 대척점에 있었던 강도영은 원작의 여러 인물을 합친 느낌이었다. 게다가 <별에서 온 그대> 등으로 비슷한 역할을 해 온 신성록이 캐스팅됐다는 것도 흥미로웠다.
"겹치는 부분이 없잖아 있는 데다, 캐릭터 설명에 '비밀을 갖고 있는 라이어게임의 사회자' 정도만 언급돼 있었으니 본인도 모험이라 생각했을 거다. 처음 만났을 때도 내게 '그 비밀이 뭐냐'고 묻기도 했는데, '셜록 홈즈에게 모리아티 교수가 있다면 하우진에겐 강도영이 있다' 정도로만 말한 기억이 있다. (웃음) 강도영이 질문을 던지는 사람이라면, 하우진은 답하는 사람이었다. 남다정(김소은 분)은 그 틀에서 벗어나 다른 답을 내놓는 사람이고.

그래서 이 역할이 중요했다. 어떻게 보면 <라이어 게임>의 가장 큰 각색 포인트이기도 했다. 드라마로 만들 때 사무국의 무게를 와닿게 만들지 않으면 힘들 거라 생각했다. 대신 이를 한 인물로 형상화했으면 좋겠다 싶었고, 그게 강도영이 된 거다. 겉으로는 실적이 떨어지자 방송을 기웃거리는 증권가 애널리스트로 보이지만 결국은 게임의 설계자였고, 그 조차도 거대한 조직의 수하였다는…. 그러면서도 어린 시절 친구였던 하우진과 남다정을 끌어들여 '이들이라면 어쩌면 나를 막아줄 수 있지 않을까' 시험해 보고 싶었던 인물이기도 하고."

 tvN <라이어 게임> 스틸컷

"강도영은 '극중 가장 많이 웃고 적극적으로 감정을 표현하면서 자신이 벌려놓은 게임판에서 신나서 뛰어노는 어린 애처럼 보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중후반 들어 이 배우가 강도영을 완전히 해석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진짜 표정이 나오더라."ⓒ CJ E&M


- 배우들에 대한 이야기를 좀 더 해 봤으면 한다.
"초반에 배우들에게 각 인물의 뇌구조랄까, '소울 맵'을 그려준 적이 있다. 그걸 보면 하우진은 겉에 딱딱하게 '의심의 벽'이 있지만 그 안에 휴머니티가 가득한 인물이다. 남다정은 벽이 없고 휴머니티로 점철된 인물이다. 그 가운데 희망도 있고. 반면 강도영은 피부는 있는데 속이 텅 빈 인물이라는 식이었다. 그래서 셋을 움직이는 장기가 있다면 하우진은 뇌, 남다정은 심장, 강도영은 피부라고 설정하기도 했다.

그런데 진짜 배우들이 잘 해줬다. <개와 늑대의 시간>을 할 때, 모든 게 다 처음 하는 작업이라 재밌었지만 그중 가장 재미있었던 게 배우들의 연기였다. 드라마라는 건 작가가 쓴 글이 감독의 연출과 배우들의 연기를 통해 재해석되는 건데, 그러면서 대본 속 인물이 살아난다는 느낌이 있었다. 처음 작가가 생각했던 인물의 범위는 이 정도인데, (연기에서) 그걸 넘어서는 모습을 발견할 때가 있는 거다. <라이어 게임>의 경우에도 배우들의 연기가 영감을 많이 줬다."

- 구체적으로 어떤 모습에 감탄했나. 또 그들의 연기에서 영감을 얻은 부분이 있다면.
"하우진은 남다정과 같이 잠복을 하는 장면에서 경찰차가 오니 갑자기 순둥이 눈이 됐다가 경찰이 사라지니 다시 눈빛이 차가워지는 장면이 있었다. 그걸 보면서 확실히 캐릭터를 잡았다는 걸 느꼈다. 강도영은 '극중 가장 많이 웃고 적극적으로 감정을 표현하면서 자신이 벌려놓은 게임판에서 신나서 뛰어노는 어린 애처럼 보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중후반 들어 이 배우가 강도영을 완전히 해석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진짜 표정이 나오더라.

남다정은 상대방과의 '케미스트리'가 좋다고 해야 할까. 김소은은 날 만나면 '멜로를 넣어 달라'는 투정 아닌 투정도 했지만 하우진을 올려다보는 눈빛에서 이미 그런 느낌을 충분히 발산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 외에 조달구 역의 조재윤도 '나는 이게 멜로다'라고 생각한다고 했는데, 그 이야길 듣고 '왜 조달구는 남다정에게 그 정도로 마음을 쓸까'라는 생각이 들더라. 그러다가 술 취해 하우진에게 독백하는 장면을 넣게 됐고. 배우들이 대본 리딩하는 거나 고민하고 있는 부분을 체크하고 있다가 고친 부분이 꽤 있다."

"한국 드라마의 관성인 '러브라인'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tvN <라이어 게임> 스틸컷

"결국 정치 제도나 신자유주의적인 논리, 국가와 같은 것들이 우리의 삶을 모두 구원해줄 수는 없다는 이야기였다. 강도영처럼 카리스마 있고 모든 걸 해결해 줄 수 있는 지도자가 있다고 해도, 그에게 모든 걸 맡겼을 때 우리가 구원받을 수 있으리라 생각하지 말라는 이야기이기도 했다."ⓒ CJ E&M


- 원작을 각색하면서 염두에 두었던 또 다른 포인트가 있었나.
"'하우진의 복수를 현재진행형으로 보여주고, 남다정을 민폐녀가 아니라 설득력 있는 인물로 만들자. 그리고 사무국의 실체를 강도영으로 집약해 보여주자'는 것 외에 또 하나의 포인트는 게임의 결과가 참가자들이 빚을 지고 말고의 문제로 끝나는 게 아니라 우리 사회의 중요한 가치와 직결됐으면 했다는 것이었다. '한 인물이 패하는 건 저 인물이 가진 가치가 패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져야 주인공을 시청자가 응원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예를 들어 소수결 게임 땐 '대의제가 얼마든지 조작 가능하다, 허점이 있다'는 얘길 하고 싶었고, 정리해고 게임 때도 나름대로의 메시지가 있었다. 결국 정치 제도나 신자유주의적인 논리, 국가와 같은 것들이 우리의 삶을 모두 구원해줄 수는 없다는 이야기였다. 강도영처럼 카리스마 있고 모든 걸 해결해 줄 수 있는 지도자가 있다고 해도, 그에게 모든 걸 맡겼을 때 우리가 구원받을 수 있으리라 생각하지 말라는 이야기이기도 했다."

- 대신 드라마에 흔하게 등장하는 '러브라인'은 찾기 힘들었다.
"원작에서 보여준 느낌이 좋았던 데다, '한국 드라마에선 꼭 연애가 나온다'는 관성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처음엔 '원작을 얼마나 망칠지 두고 보자, 주인공끼리 연애하기만 해봐'라는 반응이 있었는데 그걸 보고 '당연히 안할 건데'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웃음) 사실 인물들이 갖고 있는 갈등이 많은데 그걸 해결하기 전에 섣불리 연애를 하면 본질이 흐려질 것 같았다.

원작의 남자주인공이 여자주인공을 감싸는 이유가 '엄마를 떠올리게 한다'는 거였는데, 그 지점은 좋았다. 그래서 그 설정은 한국판에서도 그대로 살렸다. 대신 원작에선 남자주인공의 복수가 완결된 상태였는데, 여기선 현재진행형으로 복수는 하고 있는 것으로 바뀌었다. 그럼 '복수에도 바쁜 하우진이 왜 남다정을 도와주는가'라는 이유가 필요한데, 나는 그게 일종의 속죄라 봤다. 단순히 사랑 때문이라고 해석하면, 주제가 흐려질 것 같았다."

 tvN <라이어 게임> 스틸컷

"'복수에도 바쁜 하우진이 왜 남다정을 도와주는가'라는 이유가 필요한데, 나는 그게 일종의 속죄라 봤다. 단순히 사랑 때문이라고 해석하면, 주제가 흐려질 것 같았다."ⓒ CJ E&M


- 하우진의 '나에게 필승법이 있어'라는 대사는 어떻게 나왔나.
"원작에서 아이콘과도 같은 말이다. 다만 한국어로는 어울리지 않아 빼자는 의견도 있었는데 '뭐 어떠냐' 싶었다. '필승법'이라는 말이 좋은 게, 현실엔 그게 없잖나. 하우진이 좋았던 건 현실에 복잡다단한 문제가 있고 그걸 개인이 풀기가 어려운 상황에서 '나에게 필승법이 있어'라는 말을 할 수 있는 인물이라는 것 때문이었다. 그런 말을 들으면 얼마나 속이 시원할까 싶어 어색해도 넣고 싶었다. 또 그걸 이상윤도 어색하지 않게 소화해 줬고."

- 새롭게 각색하며 넣은 부분 중, 주인공 세 사람의 관계를 보여주는 우물 그림도 드라마의 분위기와 잘 맞아떨어졌다.
"사실 직접 그린 거다. (웃음) 처음 내가 대충 스케치해 보낸 것을 소품팀이 만들어 줬는데, 촬영 당일에 보니 내가 생각했던 느낌과 조금 달랐다. '촬영을 하루 미뤄도 괜찮다'고 해서 그릴 수 있는 사람을 수배해 봐도 '하루'라는 기간에 모두 부담을 느끼더라. 결국 내가 막 그려서 보냈다. '그로테스크하면서도 인상에 남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다."

- 그 그림이 '가내수공업'의 결과였다니 놀랍다. (웃음) 혹시 드라마에 나온 것 중 직접 한 것이 또 있다든지, 소개하지 못한 뒷이야기가 있나.
"마지막 회 하우진의 내레이션 부분에서 CG 두 컷을 직접 만들었다. 원래 CG가 없는 장면이었는데 편집본을 본 감독님이 '뭔가 있어야 할 것 같다'고 해서 보다 보니 정말 뭔가 아쉽더라. 그게 마지막 회 방송날 아침이었다. '두 시간만 달라'고 하고 CG 작업을 했다. 우리 CG팀이 그동안 잘 해줬는데…그 상황에 부탁하는 건 정말 민폐가 될 것 같았다. (웃음)

인물의 이름을 짓는 데도 나름 생각한 게 있다. 조달구는 '조동아리만 달싹거리면 다 구라'라는 내 대학교 시절 별명에서 따 왔다. (웃음) 남다정은 극중 나온 대로 '남달리 다정한'이라는 뜻인데, 다른 작품에도 한 번 나왔다지만 바꾸기 싫었다. 하우진은 원래 차우진이었는데, OCN <리셋>의 주인공 차우진과 겹치더라. 그래서 작가들끼리 어떻게 바꿀까 고민하던 중 '하우 지니어스?'(How genius?)라는 말장난이 나왔고, 거기서 하우진으로 결정됐다."

=== '라이어 게임' 류용재 작가 인터뷰 관련 기사===

[인터뷰 ①]"원작에 일본 드라마 있는데도 '라이어 게임'한 것은..."
[인터뷰 ②]"'라이어 게임' 시즌 2? 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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