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양을 막론하고 '가족'은 드라마나 영화, 소설 등에서 훌륭한 소재가 된다. 특히 대한민국에서는 그것이 없었다면 드라마의 태반이 탄생하지 못했을 수도 있는, 그야말로 주 종목 중의 주 종목이라 할 수 있겠다.

현재 주말을 장식하고 있는 KBS의 <가족끼리 왜 이래>는 그 제목에서부터 범상치 않은 기운을 풍긴다. 수많은 가족 관련 드라마가 있었지만, 이 드라마에는 '불효 소송'이라는, 전대미문이랄 수 있는 이야깃거리가 튀어나와 우리의 흥미를 돋우는 중이다.

'가족끼리 왜 이래' 공식 포스터

▲ '가족끼리 왜 이래'공식 포스터ⓒ KBS


동서양을 막론한 주요 소재 '가족', 가족 내 갈등과 위기는 삶을 송두리째 흔든다

1973년의 미국은 에너지 위기, 베트남전 패배의 충격, 경기 침체와 물가 상승, 그리고 무엇보다 닉슨 사태를 견뎌내야 했다. 대만 출신의 영화감독 이안의 작품 <아이스 스톰>은 그 1970년대의 미국 코네티컷 주 뉴케넌 소재의 '유리의 집'을 배경으로 가족 간의 갈등, 해체의 위기, 그리고 봉합의 과정 등을 그렸다.

이 영화에서 불륜 등으로 도덕성을 잃은 부모는 아이들에게 권위를 내세울 수 없고, 아이들은 마약과 섹스, 술 등으로 일탈해간다. 가족 구성원 간의 무관심과 소통의 부재, 그로 인한 소외감 등을 그보다 더 차가운 것은 없을 것으로 여겨질 법한 느낌의 눈 폭풍(아이스 스톰)을 배경으로 했다.

영화에서 눈 폭풍은 얼음과 꽁꽁 언 사물들, 그리고 그것들이 바람에 날리며 부대끼는 날카로운 소리 등으로 사방에 드리워진 심리적 공포를 명징하게 그려낸다. 그 공포는 가족의 해체로 인해 기댈 곳 하나 없는 등장인물들의 심적 상태에서 기인한 것이기도 하고, 그것이 어떤 식으로든 봉합되기 어렵다는 두려움은 그 공포의 깊이를 가일층 더한다.

퓰리처상에 빛나는 자전적 희곡 <밤으로의 긴 여로>의 유진 오닐은 이 작품에 대해 자신의 사후 이십오 년 동안 발표를 금지했고, 그 후로도 무대에조차 올리지 말라고 당부했다. 자신의 아픈 가족사를 작품에 담긴 했지만, 그것이 세상에 알려지는 것은 마다했을 정도의 엄청난 고통이었기 때문이리라.

이 작품에는 부부와 두 아들이 등장하는데, 막내아들 에드먼드는 폐병으로 병색이 완연하며, 어머니 메리는 신경과민에 시달리는 모르핀 환자다. 큰아들 제임스는 주색에 빠져 많은 재산을 탕진했으며, 배우였던 아버지 티론은 매사 인색하기 짝이 없는 사람이다. 그들은 일상의 모든 것에서 이해를 좁히지 못하고 사사건건 충돌하며 대립하고 서로의 상처를 후벼 판다. 갈등이 쉽사리 봉합될 리 없다.

'가족끼리 왜 이래' 세 남매에 대한 아버지의 불효소송, 우리네 드라마 속 이야깃거리로서는 매우 신선하며 그 결과가 매우 궁금한 것이 아닐 수 없다.

▲ '가족끼리 왜 이래'세 남매에 대한 아버지의 불효소송, 우리네 드라마 속 이야깃거리로서는 매우 신선하며 그 결과가 매우 궁금한 것이 아닐 수 없다.ⓒ KBS


불효소송의 결말 궁금한 <가족끼리 왜 이래>, 전개 섬세하게 이루어지길

드라마의 제목으로서 <가족끼리 왜 이래>는 많은 뜻을 함축하고 있다. 가족 내에서는 있을 수 없는, 있어서는 안 될 어떤 일들이 벌어질 것이라는 것을 말이다. 실제로 가족들은 갖가지 기묘한 사건들에 얽히게 되는데, 자식들의 태도를 불효라 여긴 아버지의 불효소송은 그 화룡점정이다.

가족에 대한 의무보다는 개인의 행복의 추구가 더욱 중시되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되고, 고령화 사회에 이르러 그에 관한 갈등의 사례가 늘어나는 가운데, <가족끼리 왜 이래>의 독특한 전개는 많은 이들에게 서늘한(!) 공감을 느끼게 만드는 어떤 것들이 있다.

그러나 드라마의 전개가 만일 <아이스 스톰>이나 <밤으로의 긴 여로>처럼 음습하고 비장하게 흐른다면 그 공감은 결국 혐오나 반감 쪽으로 흐르게 될는지도 모른다. 아무리 가족의 가치가 변했다고 해도, 우리에게 있어 아직 '가족은 가족'이며, 모두가 맞닥뜨리고 있을지도 모를 현실의 무거운 문제들에 대한 개별적 인식과는 별개로, 가족 간 갈등의 봉합은 결국 우리의 이상향이 되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주말드라마답게 유머 섞인 가벼운 전개를 잊지 않은 것. <가족끼리 왜 이래>의 가장 큰 장점은 바로 그것이 아닐까. 

많은 이들은 전통적인 가족의 가치가 붕괴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사실 어찌 보면 가족의 가치가 다양화되고 있다고 하는 편이 보다 '괜찮은', 그리고 '마음 놓이는' 표현일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그 다양함 속에서 <가족끼리 왜 이래>의 불효 소송은 꽤나 신선하며 그 결과가 매우 궁금해지는 것이 되었다.

<아이스 스톰>의 명징한 갈등은 아슬아슬하게 봉합이 되었지만, <밤으로의 긴 여로>에 드리워진 짙은 안개는 결국 걷히지 못했다. 결론이 쉽게 나지 않을 수 있는 인간, 가족 관계의 어려움. 삶이란 얼마나 치열하며 복잡미묘한 것이던가. <가족끼리 왜 이래>가 던진 모처럼의 신선한 화두가 그저 싱겁지만은 않게, 그 전개과정에 우리네 인간사, 가족사 등이 제대로 담겨지기를 바라는 마음이 점점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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