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김없이, 케빈도 돌아온다. '해리포터' 시리즈도 8편이 연이어 기다린다. 가족끼리, 연인끼리 보면 더 좋은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은 이제는 로맨틱 멜로의 고전에 속한다. '솔로천국 커플지옥'이란 이름하에 커플들이 살인마를 만나는 호러영화 특집도 마련됐다. 스튜디오 지브리의 <벼랑 위의 포뇨>와 <마녀배달부 키키>도 연속 방영된다.

또 다시 찾아 온 크리스마스. 이런 날 바깥출입은 엄두가 안 나고, 술독에 빠지기도 싫으며, <나홀로 집에> 케빈이 지겨운 이들에게 필요한 것이 바로 연속드라마다. 한 번 빠지면 헤어 나올 수 없는 일드, 미드, 한드의 늪은 길어서 더 안온하다. 올 해 더 포근해서 길 것 같은 크리스마스 이브, 귤 한 박스에 '허니버터칩'이라도 공수한다면 더할 나위 없겠다.

여기, 이미 검증된 한·미·일 대표 드라마들을 추천한다. 동네 멀티플렉스 영화관도 가기 지친 이들이라면 두 손 두 발 들고 환영할 만한 몰입도 높은 작품들이다. 케이블 채널에서 방영 중이거나 방영됐던 작품도 있고, 합법 다운로드를 통해서도 찾아 볼 수 있다. 더불어, '덕후'들의 필수 아이템인 <반지의 제왕> 시리즈는 덤이다.

크리스마스에도 어김없이 문을 열 것 같은 <심야식당>의 정취

 일본드라마 <심야식당> 시즌3의 한 장면.

일본드라마 <심야식당> 시즌3의 한 장면. ⓒ 채널W


'먹방'이 한물 간 유행이라고? 이 드라마를 보며 생각이 달라진다. 맞다. 일본 아베 야로 작가의 만화 원작으로 유명한 <심야식당> 말이다. 최근 국내 뮤지컬로 상연되기까지 한 이 인기 콘텐츠가 시즌3로 돌아왔다는 소식을 아는 이들은 많지 않은 것 같다. 채널W를 통해 지난 10월부터 한일 동시 방영되고 있는 <심야식당> 시즌3는 마니아들은 물론 겨울밤이 적적할 모든 이들에게 '강추'하는 일드의 '본좌'되겠다.

코바야시 카오루가 연기하는 주인장도, 군침 돌게 만드는 요리들도, 갖가지 사연을 지닌 손님들도 매회 그대로다. 짝을 잃고 노래를 잃었던 가수의 재기(1회)부터 '절친'에게 짝사랑을 뺏긴 여성(5회), 첫사랑 선생님과 재회한 야쿠자의 아픈 사연(8회) 등 특유의 인간미 짙은 드라마가 물 흐르듯 펼쳐진다. 짧은 단편 속에서 확인하는 코끝 찡한 사연들은 크리스마스 밤에도 유효하다. 매일 자정, 어김없이 문을 여는 <심야식당>으로 여러분을 초대한다.

코엔 형제의 걸작, 한 번 빠지면 헤어 나올 수 없을 걸 

 코엔 형제의 드라마 <파고>.

코엔 형제의 드라마 <파고>. ⓒ 티캐스트


코엔 형제는 지금 미국영화의 최전선을 이끄는 유일무이한 아티스트다. 일찌감치 인디영화의 거장이던 그들은 이제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로 오스카를 점령했고, <인사이드 르윈>이란 음악영화로 심금을 울리며, 안젤리나 졸리의 신작 <언브로큰>의 각본을 쓰기도 한다. 그리고 마틴 스콜세지, 리들리 스코트, 데이비드 핀처 등 거장들이 속속 진출한 미드 업계에서도 성공적으로, 아니 '어마무시'한 족적을 남겼다. 바로 <파고>를 통해서다.

팬이라면 눈치 챘겠지만, 드라마큐브 채널을 통해 방영됐던 <파고>는 칸영화제 감독상과 아카데미 각본상을 수상했던 본인들의 동명 영화를 '버전업' 시켰다. 찌질한 보험맨이 한 살인 청부업자를 만나 연쇄 사건에 휘말리게 되는 이 사이코스릴러 드라마는 예측불허의 삶과 인간의 선과 악을 조명하는 데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는 제작자 코엔 형제의 솜씨가 명불허전에 가까이 발휘된다.

무시무시한 사이코패스를 연기한 빌리 밥 손튼과 <셜록> <호빗>의 마틴 프리먼의 연기도 놓치지 마시라. "크리스마스 따위 개나 줘버려"란 이들에게 더더욱 추천하는 바다.

일드 리메이크는 다 망했다? <라이어 게임>은 다르다 

 드라마 <라이어 게임> 중에서.

드라마 <라이어 게임> 중에서. ⓒ tvN


얼마 전 종영한 KBS 2TV <내일도 칸타빌레>까지, 일본 드라마의 한국 리메이크작들은 '망작'들이 대부분이었다. 일본식 정서나 과한 장르성을 제거하지 못하거나 그대로 흡수한 작품들은 우리네 현실과는 동떨어진 채로 소재만 비슷한 국적불명의 드라마에 머물렀다. tvN에서 방영됐던 <라이어 게임>은 다르다. 개인적으로, 최고의 일드 리메이크 드라마로 꼽을 만큼 독창성이 빛난다.

일본에서 만화에 이어 시즌2까지 제작된 동명의 드라마 <라이어 게임>. 거액의 돈을 놓고 서로 속고 속이는 인간 군상들을 냉정하고 재치있게 그린 원작에 TV 리얼리티쇼라는 배경을 더했다. 독한 소재 자체에 에피소드를 적절하게 배합했고, 세 주인공의 과거나 감정선도 무리 없이 매만졌다. 질질 끄는 여타 미니시리즈와 달리 12회로 마무리한 것도 성공의 요인. 한 번 시작하면 끊을 수 없는 연속 드라마의 재미를 한드에서 느껴 보시라.

중간계로 떠나는 여행...크리스마스도 '훅' 간다

 <반지의 제왕>과 <호빗> 시리즈에서 모두 맹활약하는 마법사 간달프.

<반지의 제왕>과 <호빗> 시리즈에서 모두 맹활약하는 마법사 간달프. ⓒ 워너브러더스코리아


그리고 피터 잭슨 사단의 근 20년에 걸친 중간계 모험이 마무리되려는 2014년 끝자락, 팬이라면 마땅히 <반지의 제왕>과 <호빗> 시리즈를 복습해야 하지 않겠는가. 지난 17일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른 <호빗: 다섯 군대 전투>를 아직 못 본 관객이라면 더더욱. 이미 지난 10년 간 <반지의 제왕> DVD 박스 세트는 크리스마스를 홀로 보내려는 '덕후'들이 사랑하는 시리즈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절대 반지를 없애려는 프로도와 친구들의 여정을 그린 <반지의 제왕>이 조금 더 심각하고 진중했다면, 60여 년 전으로 시계를 되돌린 <호빗> 시리즈는 그 무거움은 소린에게 넘겨 버린 채 홀가분한 마음으로 감상할 수 있었던 것이 사실. 용 스마우그의 활약으로 시작하는 <호빗: 다섯 군대 전투>는 곳곳에, 그리고 에필로그까지도 <반지의 제왕> 시리즈와의 연결점을 숨겨 놓았다.

그만큼 시리즈 전편을 마무리하는 느낌으로 봐도 충분하다는 얘기다. 아마도 <호빗: 다섯 군대 전투>를 본 관객이라면 더더욱 <반지의 제왕> 시리즈에 대한 향수가 짙게 느껴질 것이다. 자자, 확장판은 3시간에 달하는 이 시리즈야말로 24일과 25일 양일을 후회없이, 그리고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보낼 수 있는 '여행'과도 같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앞서 소개한 케이블 채널의 크리스마스 특집 영화 리스트는 여기 소개한다.

- OCN :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24일 오전 5시 50분), <가디언즈>(24일 오후 1시 40분), <해리포터> 시리즈(24일 오후 11시~ 25일 오후까지 8편 연속 방영), <다이하드: 굿데이 투다이>(25일 오후 11시 50분)
- 채널 CGV : <나홀로 집에> (25일 오전 9시부터 3편 연속 방영)
-  수퍼액션 : <파이널 데스티네이션3>(24일 오후 10시), <하우스 오브 왁스>(24일 밤 12시), <스크림 4G>(25일 오전 2시), <캐빈 인 더 우즈>(25일 오전 3시 30분), <데드 캠프3>(25일 오전 5시).
- 스크린 : <레미제라블>(24일 오후 11시)
- 챔프 : <벼랑 위의 포뇨>(25일 오전 10시), <마녀배달부 키키>(25일 낮 12시),
- 씨네프 : <그녀>(25일 오전 0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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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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