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상의원>에서 천재 디자이너 이공진 역의 배우 고수가 17일 오후 서울 가회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 인터뷰를 마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영화<상의원>에서 천재 디자이너 이공진 역의 배우 고수가 17일 오후 서울 가회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 인터뷰를 마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오마이스타 ■취재/이선필 기자·사진/이정민 기자| "노력으로 자수성가했다가 장벽을 만난 돌석과 자유로운 세상을 꿈꿨지만 결국 미움을 받았던 공진 중 누가 더 짠한 인물인가요?"

고수가 물었다. 영화 <상의원>으로 첫 사극에 도전한 그는 조선시대 궁중 의복을 관장하는 상의원에서 공진 역을 맡았다. 권력과 구습을 흔드는 인물이다. 시대를 뛰어넘는 그 인물을 연기한 것은 그만큼 도전이었기에 여러 모로 타인의 해석이 궁금했던 셈이다.

천민 출신으로 각고의 노력 끝에 상의원 내 최고 위치인 어침장이 된 돌석(한석규 분)과 공진은 비슷하면서도 다른 인물이었다. 둘 다 미천한 신분 출신이고, 옷에 대한 남다른 애정이 있었다는 점은 이들을 잇는 공통점이었다. 반면 기존 계급 구조에 편입하고자 했던 돌석과 그저 자유롭게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었던 공진은 영영 닿을 수 없는 사이기도 했다.

"공진은 신분과 출신, 배경 이런 것들부터 자유로운 인물입니다. 또한 자신의 마음에서 울리는 소리에 잘 귀 기울이는 사람이라 생각했어요. 돌석과 공진 모두 능력이 뛰어나지만 돌석은 자신과 다른 사람을 받아들이지 않고, 공진은 타인과의 차이를 인정했어요. 다르다는 게 틀린 건 아니잖아요."

사극 첫 경험 "시나리오 탄탄, 걱정은 전혀 없었다"

 영화<상의원>에서 천재 디자이너 이공진 역의 배우 고수가 17일 오후 서울 가회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 인터뷰를 마친 뒤 차가워진 손을 비비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기존 조직에서 공진은 분명 얄미워 보일 수도 있는 인물이다. 고수 역시 이 점을 인정했다. "결국 다들 자신의 감정을 이입해 볼 수밖에 없는 것"이라며 공진을 지지했다. 왕을 연기한 유연석도 있었고, 어침장 돌석의 한석규도 있었지만 고수는 "공진이 참 매력적인 인물이었다"며 "사극을 처음으로 경험하지만 개인적으로 궐 안보다는 궐 밖 인물이 더 끌린다"고 말했다. 그만큼 입체적이고 전형적이지 않은 면이 마음에 든다는 소리였다. 

"사실 역사에 대해서는 많이 모르는 편이에요. 다만 시대를 초월한 교감에 관심이 많죠. 등산을 좋아해서 자주 산에 오르는데 길을 지날 때마다 이 길을 몇 백 년 전 누군가가 걸었을 거라는 상상을 자주 하곤 해요. 사극이 존재하는 이유도 바로 그 당시 사람과 지금 우리 사이에서 소통할 수 있는 거리를 던지기 위해서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고수뿐만이 아닌 연출을 맡은 이원석 감독 역시 사극은 처음이었다. 이 감독의 전작 <남자 사용설명서>와는 전혀 다른 장르였기에 배우로서 염려할 지점도 있을 법했지만 고수는 "전혀 걱정 없었고, 오히려 재밌었다"며 당시 생각을 전했다.

"일단 시나리오 자체가 완벽했어요. 다 읽고 감독님을 만났는데 그 분의 거침없는 행동을 보며 좀 다른 사람인 것 같다고 생각했죠. <남자 사용설명서>도 봤어요. 제 취향의 영화는 아니었지만(웃음) 독특하더라고요. <상의원>은 어떻게 만드실까 궁금했죠.

일단 현장에서 일반적인 연기를 원하진 않으셨어요. 기존 캐릭터와 좀 다르게 반응하길 원했죠. 공진이 돌석의 미움을 받고 온갖 고통을 당하지만 억울함이나 분노의 반응이 나오진 않도록 주문했어요. 여러 주문은 많았지만 감독님의 평소 성격처럼 현장도 늘 유쾌했어요. 워낙 권위적인 분이 아니었죠."

더욱 많은 작품 원해 "연기관 정립할 때가 됐다"

 영화<상의원>에서 천재 디자이너 이공진 역의 배우 고수가 17일 오후 서울 가회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 인터뷰를 마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영화<상의원>에서 천재 디자이너 이공진 역의 배우 고수가 17일 오후 서울 가회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 인터뷰를 마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3년 전 영화 <고지전>에서 고수는 총을 들었고, 이번 <상의원>에선 바늘을 들었다. 손에 들었던 물건의 무게가 줄어든 만큼 그의 연기적 부담과 욕심도 줄어 있었다. 고수 스스로도 "부담이 컸고, 뭔가 증명해보이려 했던 그때보다 지금의 마음이 훨씬 편하다"고 전했다.

"연기뿐만 아니라 그 어떤 것이든 남과 비교하기 시작하면 누구나 열등감을 느낄 거예요. 그런 의미에서 좋은 연기를 보여주는 사람을 발견하면 전 그저 감사하다고 말해요. 예전엔 물론 그런 사람을 보면 힘들었죠. 그런데 내가 갖지 못한 것에 대해 말하는 게 무슨 소용일까요? 부족한 게 있다면 스스로 채워가야죠. 그게 가장 빠른 길이고 옳은 길이라 생각해요.

또 제 입장에선 모든 사람들이 다 매력적이에요. 사람마다 개성이 다르잖아요. 가장 소중한 게 바로 내 안에 있는데 그걸 멀리서 찾으려니까 불행해지는 거죠. 남을 보기보다 스스로에 대해 먼저 알아가는 게 중요해요. 오히려 그래야 더 잘 표현할 수 있죠.

조각 배우라는 수식어요?(웃음) 저도 늙어요! 원체 제가 외모를 꾸미는 성향은 아닙니다. 물론 겉모습을 통해 내면이 보일 수도 있지만 그건 남이 보는 내 모습이잖아요. 전 그저 제가 좋아하는 걸 해나가는 것에 집중하려 해요. 어떤 선배가 이런 말씀을 했어요. '젊은 사람은 신이 만들고, 나이든 사람은 사람이 만든다'고요. 저 역시 먼 훗날 멋진 날 바라보며 잘 만들어가야죠."

좋은 외형 조건을 지닌 그라고 두려움이 없었을까. 고수는 "그 두려움을 알지만 이젠 더 도전할 시기라고 생각한다"며 "다양한 작품을 통해 관객과 만나고 싶다"는 바람을 밝혔다. 그가 고민하는 만큼 언젠가 다른 작품을 통해 만날 때 그만의 연기관을 들을 수 있는 때가 올 것이다. 고수 역시 "다양한 모습과 함께 깊어진 모습을 보이겠다"며 충실한 작품 활동을 다짐했다.

고수 상의원 한석규 박신혜 유연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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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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