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취미의 방>에서 미카를 연기하는 박민정

연극 <취미의 방>에서 미카를 연기하는 박민정 ⓒ 연극열전


연극 <취미의 방> 속 '취미의 방'은 취미를 위해 모인 남자들의 공간이면서, 여자는 들어올 수 없는 '금녀'의 방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 방에 불문율을 깨고 당당하게 입성한 한 여자가 있다. 경찰관 미카(박민정 분)는 한 남자의 사망 사건을 수사하기 위해 취미의 방을 찾았는데, 취미의 방에 있는 남자들이 하나같이 용의자로 의심되기 시작한다.

미카는 이들 가운데서 누구를 마지막 용의자로 지목하고 수사해야 할까. 영화 <러시안 소설> <후궁-제왕의 첩>, 드라마 <대풍수> 등으로 영화와 드라마도 심심찮게 오가는 박민정을 대학로에서 만났다.

"<취미의 방>, 코미디 가미됐을 뿐 일본 추리소설의 특징 가진 작품"

 연극 <취미의 방>의 한 장면

연극 <취미의 방>의 한 장면 ⓒ 연극열전


- 미카는 취미의 방에 있는 여러 남자들 가운데서 유독 아마노(최범석, 김진수 분)를 맨 먼저 범인으로 지목한다.
"미카가 방에 있는 여러 남자 가운데서 범인을 지목하는 이유는 이 취미의 방에서 나가면 안 될 것 같아서다. 아마노를 용의자로 지목하는 꼬투리를 잡고는, 미카가 오버하는 거다."

- 미카는 아마노뿐만 아니라 취미의 방에 있는 모든 멤버를 용의자로 의심한다. 그 가운데서 미카가 보기에 가장 의심스러운 용의자 후보는 누구였을까.
"다른 멤버들이 서로를 의심할 때 미즈사와(김늘메, 최대철 분)에 대한 추측과 증언이 다른 멤버보다 유독 많이 나왔다. 카네다(남문철, 최진석 분) 역시 미즈사와에게 '넌 이런 전과가 있잖아' 하는 식으로 몰아붙인다. 미카뿐만 아니라 취미의 방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미즈사와를 가장 많이 의심했다."

- <취미의 방>은 추리의 묘미가 있다. 추리소설을 즐겨 읽는 편인가.
"추리소설을 즐겨 읽지는 않지만 히가시노 게이고의 대표 소설인 <용의자 X의 헌신>이나 <성녀의 구제>를 읽은 적이 있다. 일본 추리소설의 특징이라고 하면 이야기를 꼬고 꼬아서 마지막까지 범인이 도통 누구인가를 모르게 만들다가, 전혀 다른 제3의 인물이 범인이었다고 밝히는 특징이 있다. <취미의 방> 역시 코미디가 가미되었지, 일본 추리소설의 특징을 가지고 있다."

- 미카는 <키사라기 미키짱>의 딸기소녀처럼 반전의 카드를 쥐고 있다. 반전의 카드를 쥔  캐릭터를 연기한다는 건.
"쉽지만은 않다. 미카의 애인이 죽었다고 하지만, 사실은 살아 있다. 미카의 죽은 애인이 냉장고에 있지 않을까 하고 취미의 방 멤버들이 의심한다는 건, 웃길 수도 있는 부분이기는 하지만 미카의 모든 걸 어느 정도 감추면서 연기해야 한다는 어려움이 있다.

미카의 모든 것을 극 중반까지는 철저하게 감춰야 한다. 미카의 숨겨진 카드를 조금씩 드러내며 연기해야 하는 게 맞나, 아니면 완전히 미카의 카드를 드러내지 않아야 하는가를 두고 많은 고민을 했다. 결국에는 후자의 입장에서 연기 가닥을 잡아갔다."

"'졸업만 하자'는 목표로 다닌 대학...슬럼프 극복하고 지금까지 오게 됐다"

 "나 같은 경우는 극 중 미카처럼 남자들 앞에서도 주눅 들지 않고 당당한 것 같다. 한 번은 버스를 탔는데 여성 승객은 하나도 없고 남자 승객만 있었던 적이 있었다. 거꾸로 남자들이 여자인 저를 의식하는 걸 즐기는 것 같다."

"나 같은 경우는 극 중 미카처럼 남자들 앞에서도 주눅 들지 않고 당당한 것 같다. 한 번은 버스를 탔는데 여성 승객은 하나도 없고 남자 승객만 있었던 적이 있었다. 거꾸로 남자들이 여자인 저를 의식하는 걸 즐기는 것 같다." ⓒ 연극열전


- 미카는 남자들만 있는 공간에서도 혼자 기 죽지 않고 수사한다. 박민정씨 역시 미카처럼 당당한 스타일인가.
"남자는 여자가 많은 공간, 이를테면 여대 같은 곳에 가면 여자를 의식한다고들 한다. 하지만 나 같은 경우는 극 중 미카처럼 남자들 앞에서도 주눅 들지 않고 당당한 것 같다. 한 번은 버스를 탔는데 여성 승객은 하나도 없고 남자 승객만 있었던 적이 있었다. 거꾸로 남자들이 여자인 저를 의식하는 걸 즐기는 것 같다. (웃음)"

- 연기는 어떻게 시작했나.
"중 3때 길을 걷다가 시립청소년연극단원을 모집한다는 현수막을 보았다. '저걸 해볼까' 하고 입단한 뒤 예고에 입학했다. 당시 예고는 연예인을 꿈꾸는 학생들만 지망하던 빵빵한 곳이라, 합격할 줄 모르고 지원했는데 차석으로 합격했다. 예고를 진학했으니 기왕이면 연극영화과를 목표로 삼고 진로를 택했다.

고등학생 때에는 연기가 재미있다가 대학교 들어서는 고등학생 때만큼의 재미를 붙이지 못했다. 대학교에 들어가 보니 연기 잘 하는 사람이 너무나도 많았다. '내가 알던 연기가 다가 아니구나'하는 문화적인 쇼크를 받았다.

연기를 위해 달려왔지만, 당시에는 아이러니하게도 연기가 하기 싫어서 울면서 학교를 다녔다. '졸업만 하자'는 목표로 다녔지만, 그런 슬럼프를 극복하고 지금까지 오게 되었다."

- <후궁: 제왕의 첩>에서 중전으로 출연하기도 했다.
"성원대군으로 출연한 (김)동욱이가 학교 후배다. 학교 다닐 때 친했다. 촬영하면서 어려운 점이 있을 때 동욱이가 정말로 잘 챙겨주었다. 그 후로 <대풍수>처럼 사극에 출연했다. 얼굴이 사극에 잘 어울린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 편이다. 사극에 자주 캐스팅되는 게 내 스스로도 신기하다."

취미의 방 박민정 김동욱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