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평상 주요 수상자들. (왼쪽부터) 배우 최민식, 천우희, 조여정, 임지연, 박유천 배우.

영평상 주요 수상자들. (왼쪽부터) 배우 최민식, 천우희, 조여정, 임지연, 박유천 배우. ⓒ 한국영화평론가협회


지난 11월 열린 영화평론가협회상(이하 영평상)과 대종상이 올해 수상자를 선정한 가운데 17일 열리는 청룡영화상(이하 청룡상) 수상자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세 개의 영화상이 연말 비슷한 시기에 열리면서 경쟁 구도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상별로 나름의 권위를 강조하고 있지만 어떤 작품을 수상작으로 선택했는지가 각 영화상의 비교 기준이 되는 모습이다.

대종상은 계속되는 심사논란으로 권위가 거의 없어지면서 청룡상이 상대적으로 부각되고 있지만, 대종상과 마찬가지로 흥행 상업영화를 중심에 두는 틀 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많다. 이에 비해 영평상은 독립영화나 상업영화 구분 없이 평론가들이 투표를 통해 작품성 위주의 선택을 하면서 무게감을 쌓아 나가고 있다.

하지만 영화상들이 해마다 시상식을 하면서 자비는 몇 푼 없이 거의 모든 비용을 외부 스폰서로 조달해 거창한 행사를 여는 행태는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부분의 비용을 십시일반 모은 회비나 자체 조달한 돈으로 하고 약간의 후원을 받는다면 모르지만, 외부 후원이나 공공자금으로 영화상을 주고 생색만 낸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는 것이다.

신인상은 영평상과 대종상 일치, 박유천 신인남우상 대세

 영평상과 대종상에서 남녀신인상을 수상한 박유천과 임지연

영평상과 대종상에서 남녀신인상을 수상한 박유천과 임지연 ⓒ 이정민


올해 연말 영화상 흐름을 보면 영평상과 대종상이 일치하는 부분은 신인상과 남우주연상이다. 일단 신인남우상은 <해무>의 박유천이 대세를 형성하고 있다. 박유천은 영평상 남자신인상과 대종상 신인남우상을 수상했다. 게다가 지난 4일 부산영화평론가협회상(이하 부산영평상) 신인남자연기자상까지 수상해, 청룡상까지 휩쓸 경우 4관왕에 오르게 된다.

<인간중독>의 임지연과 <변호인>의 양우석 감독도 영평상과 대종상에서 각각 신인상을 받은 데 이어 역시 청룡상 후보에 올라 3관왕 달성여부가 주목되고 있다. 영평상과 대종상은 남우주연상에도 <명량>의 최민식으로 의견 일치를 이뤘다. 

최우수작품상과 감독상, 여우주연상은 영평상과 대종상의 선택이 달랐다는 점에서 청룡상이 누구를 수상자로 선정할지 주목되고 있다. 영평상은 홍상수 감독의 <자유의 언덕>을 최우수작품으로 꼽으며 평론가들의 시각을 확인시켰다. 이에 비해 대종상은 김한민 감독의 <명량>을 선정했으나 작품성을 놓고 의문을 나타내는 시선이 없지 않았다. <명량>은 <변호인> <끝까지간다> <제보자> <수상한 그녀> 등과 함께 청룡상 최우수작품상 후보에 올라 있다.

감독상은 영평상이 독립영화 <경주>의 장률 감독을 선정했으나, 대종상은 <끝까지 간다> 김성훈 감독을 수상자로 결정하면서 역시 차이를 나타냈다. 김성훈 감독은 청룡상 후보에 올라 <명량> 김한민 감독, <제보자> 임순례 감독 등과 수상을 다툰다.

여우주연상도 영평상이 독립영화 <한공주>의 천우희를 수상자로 결정한 데 비해, 대종상은 <해적: 바다로 간 산적> 손예진을 선정하며 선택의 기준이 다름을 나타냈다. 청룡상에도 천우희와 손예진이 후보에 올라 있으나, 손예진은 <해적: 바다로 간 산적>이 아닌 <공범>으로 후보에 선정됐다.

"청룡상도 절충주의 한계 벗어나기 어려울 것"

 12월 17일 열리는 청룡영화상과 지난 11월 21일 열린 대종상영화제 포스터

12월 17일 열리는 청룡영화상과 지난 11월 21일 열린 대종상영화제 포스터 ⓒ 청룡영화상, 대종상영화제


영평상의 한 관계자는 올해의 수상 경향에 대해 "대종상의 경우 영평상을 뒤따라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심사의 공정성 문제 등이 제기되면서 평론가들의 시선을 참고하다보니 영평상과 대종상의 수상자가 겹치는 부분이 여럿 발생했다는 주장이었다. 

이 때문에 올해 청룡상 역시 큰 차이가 없을 것이라고 보는 견해가 많다. 곽영진 영화평론가협회 이사는 "청룡상이 대종상보다는 나은 모습을 보이려고 하겠지만 <스포츠조선>이 주최하는 영화상으로서 <조선일보>라는 매체적 특성을 벗어나기는 힘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흥행한 상업영화들을 대상으로 할 수밖에 없기에 영평상처럼 작품성 위주의 독립예술영화 등을 파격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가능성은 높지 않다"면서 청룡상이 갖는 절충주의의 한계 때문에 기존 수상자들의 범주를 못 벗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영화상들이 흥행 상업영화 중심으로 운영되면서 독립영화나 예술영화의 가치를 제대로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해외 영화제에서 높은 평가를 받은 작품이 국내 영화사에서 주목을 받는 경우가 많지 않다.

특히 심사위원에 나서는 원로영화인들의 경우 다양한 영화를 접하지 않다보니 한국영화의 변화된 흐름을 반영하지 못하고, 역량 있는 감독들을 제대로 평가하지 못하고 있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상대적으로 변화를 수용하지 못하면서 흥행영화는 우대하고 독립영화는 홀대하는 경향이 강하는 것

 영평상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한 <자유의 언덕> 홍상수 감독과 민병록 영화평론가협회장.

영평상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한 <자유의 언덕> 홍상수 감독과 민병록 영화평론가협회장. ⓒ 한국영화평론가협회


그나마 평론가들이 선정한 상이 다양한 작품들에 관심을 기울이는 정도다. 영평상은 홍상수 감독의 <자유의 언덕>과 경주의 <장률> 감독, <한공주> 등의 저예산 독립영화를 주요 수상자로 선택한 데 이어 독립영화지원상을 신설해 <이것이 우리의 끝이다>의 김경묵 감독을 선정했다. 독립영화 지원에 기여하는 취지로 마련된 상인데, 차기작의 극장 상영을 지원한다.

평론가들의 다른 시선은 지난 4일 열린 부산영평상에서도 드러났는데, 대상에 <경주>와 <풍경>을 만든 장률 감독, 심사위원특별상에는 <스톤>의 조세래 감독을 선정했다. 남자연기상은 이경영이 받았고, 여자연기상은 수상자 없음으로 결정하는 등 작품성 있는 독립영화에 비중을 두는 모습을 보였다.

국내 영화상들이 다큐멘터리 등에 대한 수상 부문을 따로 마련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오고 있다. 최근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가 크게 주목받으면서 독립다큐에 대한 관심을 지속적으로 환기시킬 필요성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심사위원 전문성 강화 주장에 다양성 확보 필요 반론

영화학계와 평론가단체에서는 영화상 심사의 권위를 위해 전문성 있는 영화학자들이나 평론가들의 역할이 강화되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일부 영화상의 경우 주최 측의 성향이나 몇몇 영향력 있는 인사들의 입김에 따라 좌우되면서 위상과 가치가 떨어졌다는 것이다. 심사과정에서 개인적인 친분이나 관계에 얽매일 가능성이 적고 오직 작품적인 면을 중심으로 평가할 수 있는 면에서는 학자들과 평론가들의 비중이 높아져야 한다는 논리다.

하지만 반대 의견도 있다. 한 영화인은 "학자 평론가들이 나서지 말아야 한다"며 "일부 교수 평론가들이 존재 증명에 욕심이 나서 정치하려는 것으로 보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국내 영화상들이 망가진 배경에는 일부 학자 교수들의 책임도 일정 부분 있다"면서 "교수와 평론가들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그들이 주역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그는 "오히려 영화계 현업에서 활동하는 현장영화인들과 문화예술계, 인문사회학자 등 영화에 대한 전문성은 없더라도 명망과 자기 영역의 전문성을 가진 사람들이 주요 역할을 맡아야 한다"고 말했다. 소설가, 시인, 철학자, 사회학자, 가수 음악인 등등 다양한 전문가도 심사에 참여시키고, 자기 작품 없는 제작자, 감독, 배우도 심사위원 시켜 다양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논리다.

이어 "요즘 세상에 어쭙잖은 영화과 교수나 평론가보다 영화적 내공과 감식안이 높은 전문가들 지천에 널렸다"면서 "직업이 영화교수이고 영화평론가인 사람들이 자기 영역 주장할 처지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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