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는 '음악 천재'들이 참으로 많은 거 같다. 특히 M-net <슈퍼스타K>와 SBS <K팝스타>등 오디션 프로그램 도전자를 보면, 대체 어디서 저런 숨은 고수들이 끊임없이 쏟아져 나올까 하는 의문마저 생겨날 정도다. 그만큼 음악에 대한 열정과 실력을 겸비한 많은 인재들이 있다는 의미일 테고, 또 한편으로는 '방송의 힘'이 아니면 음악으로 생계를 이어간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님을 방증하는 현상일 것이다.

하지만, 재능있는 참가자를 지켜보는 즐거움이 때때로 불편하게 다가오기도 하는데, 입에 침이 마르도록 특정 참가자를 칭찬하는 심사위원들의 모습을 볼 때 특히 더 그렇다. 오랜 시간동안 수많은 참가자의 노래를 들어야 하는 '지루함' 속에서 간혹 '원석'을 만날 때, 제작자의 입장에서 그 반가움을 다소 과하게 표현할 수 있겠지만, 요즘  SBS <K팝스타> 시즌4를 보면, 그 과한 표현이 오히려 음악을 헤치는 듯 보인다. 심사평이 음악보다 더 주목받으면서 정작 음악은 소외받는 기현상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본격적인 2라운드 경쟁에 들어간 <K팝스타> 시즌4는 '호평 경쟁'이라도 벌이듯, 세 심사위원의 극찬이 이어지고 있다. 14일 방영된 감성보컬조 랭킹 오디션에서 케이티 김은 유희열, 박진영, 양현석으로부터 "역대 최고"라는 찬사를 이끌어 냈다. 박진영은 그녀에게 "아시안 소울이라는 필명을 줘야 할 것 같다"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고, 유희열은 "케이티 만이 가진 날 것 그대로의 소울이 예술" 엄지를 치켜세웠다. 양현석 또한 "몸에 배어 있는 소울이다. 소울로 따지자면 '케이팝스타4' 최고의 멤버"라고 감탄을 보냈다.

 독특한 음색과 자작곡 능력으로 심사위원들의 찬사를 이끌어낸 <K팝스타4> 참가자 이진아.

독특한 음색과 자작곡 능력으로 심사위원들의 찬사를 이끌어낸 참가자 이진아. ⓒ SBS


참가자들의 노래가 끝날 때마다 감탄사를 연발하고, 흐뭇한 미소를 감추지 못했던 이들의 극찬세례는 키보드조 랭킹 오디션에 모습을 드러낸 이진아의 무대에서 정점을 찍었다. 두 번째 자작곡 '마음대로'를 선보인 이진아 앞에서 세 사람은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고, 한참 후 박진영은 "나 이제 음악 관둘래"라는 말로 이진아의 음악성을 높게 평가했다. 덧붙여 그는 "전주 들을 때 이미 의식을 잃었다. 이런 음악을 들어본 적이 없다. 숨고 싶을 정도다"라며, 음악인으로서의 자신을 반성(?)하는 모습까지 보였다.

진지한 표정으로 무대를 지켜본 유희열 역시 "지금까지 2~300곡은 쓴 것 같은데 이진아씨 곡보다 좋은 곡이 없는 것 같다"며 그녀의 자작곡에 찬사를 보냈다. 이어 그는 "이진아는 한음 한음을 정말 소중하게 쓴다. 내가 지금껏 해보려 했지만 하지 못했던 음악"이라며 그녀의 음악에 존경심을 표현했다.

양현석 역시 두 사람의 심사평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는 "사람을 먹먹하게 하고, 또 멍청하게 만다는 것이 음악의 힘"이라며, "1라운드 때보다 10배 좋았던 것 같다"라는 말로, 호평에 힘을 더했다.

심사위원들의 찬사가 불편하게 느껴진 이유

그렇다면, 이날 심사위원들이 극찬을 쏟아낸 참가자들은 정말로 20~30년동안 음악이라는 외길을 걸어온 사람들을 충격(?)과 공포(?)로 몰아넣을 만큼의 실력과 재능을 겸비한 '괴물'인 것일까?

물론, 이들이 예사 참가자가 아닌 것만은 분명하다. 그러나 냉정하게 이야기해서 기존 가수와 작곡가를 모두 바보로 만들만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앞으로의 가능성과 이들이 가진 희소성을 생각했을 때 칭찬은 아깝지 않지만, 이것이 정녕 참가자를 위한 응원인지 아니면 프로그램의 재미를 위한 장치인지는 한번쯤 냉정하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을 거 같다.

 찬사가 끊이지 않는 <K팝스타4>. 프로그램의 재미를 위해서인지, 참가자들을 위한 응원인지,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찬사가 끊이지 않는 . 프로그램의 재미를 위해서인지, 참가자들을 위한 응원인지,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 SBS


<슈퍼스타K>를 생각해보자. 1,2시즌 까지만 하더라도 <슈퍼스타K>는 이승철의 '독설'로 화제를 모았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슈퍼스타K> 이후 만들어진 오디션 프로그램은 하나같이 참가자들의 눈물을 쏙 뺄 만큼 냉정하고 직설적인 심사평으로 화제를 모았다. 이후 '독설'이 시들해진 시점에서는 '따뜻한 심사평'이 대세를 이뤘고, 질책보다는 보완점을 알려주고 격려해주는 쪽으로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K팝스타> 역시 네 번째 시즌까지 오는 동안 여러 가지 심사평으로 화제를 모았고, 매년 '천재'가 수도 없이 쏟아져 나왔다. 다른 오디션 프로그램보다 상대적으로 참가자들의 나이가 어리다보니 심사위원들은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않았고, 그래서 매 시즌, 매 무대 마다 "역대급"이란 찬사가 빼놓지 않고 등장하고 있다.

참가자들을 띄우는 것이 곧 이 프로그램에 기대를 갖게 만드는 것이니 만큼, 이러한 '칭찬 릴레이'를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자신들의 음악은 아무것도 아니었다"라며 고개를 숙이고 반성하는 지점에선 의문이 가시지 않는다.

음악은 다양성을 전제로 한다. 누구는 보컬 음색이 장점일수도 있고, 또 누구는 시원한 고음이, 그리고 또 다른 누군가는 감성이 풍부할 수 있고, 리듬을 잘 탈 수 있다. 어떤 게 더 뛰어난 가치인지, 또 우선 순위를 갖는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비오는 날 들으며 최고라고 평가했던 음악이 화창한 날에는 별로일수도 있는 법이다.

무조건 "최고"라고 칭찬하고 "천재"라며 호들갑 떠는 심시위원들이 반응이 과하게 느껴지는 것은 그래서다. 아무리 이 프로그램이 재미를 위한 예능프로그램이라 할지라도, 마치 음악에 절대적인 기준이 있는 것처럼 딱딱 구분하는 것은 그야말로 이들이 경계하는 "'음악'이 아닌 '음학'적 접근"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노래를 부를 때 감정이 지나치면 안되 듯, 심사평 또한 극찬만이 능사는 아니다. 응원과 격려는 좋지만, 수차례 반복되다 보니 이제는 그것마저 '감동 없는 수사'가 되어가는 것은 아닌지 고민해봤으면 좋겠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개인 블로그(saintpcw.tistory.com), 미디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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