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을 느껴요" 공연 <카발리아> '블라인드 터치 투어'에서 한빛맹학교에 재학중인 어린이가 말의 숨결을 느끼고 있다.

▲ "말을 느껴요" 공연 <카발리아> '블라인드 터치 투어'에서 한빛맹학교에 재학중인 어린이가 말의 숨결을 느끼고 있다. ⓒ 박정환


10일 오전, 아트 서커스 <카발리아>가 공연되는 화이트 빅탑 씨어터에는 눈발이 간간히 날리는 추운 날씨에도 삼삼오오 어린이들이 모여들었다. 한빛맹학교 1~3학년에 재학 중인 16명의 시각장애 어린이들이 '블라인드 터치 투어', 말 그대로 <카발리아>에 공연 중인 말을 청각과 촉각으로 만나는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모였다.

마구간에서 건초와 말이 먹는 곡물, 소금 등을 손으로 만져본 어린이들은 말의 신발에 해당하는 편자도 만져보고, 편자가 어떻게 말의 발굽에 박히는지 간접 체험하는 시간을 가졌다. 말의 털을 만져 보고, 말의 몸에 기대 숨결을 귀로 직접 들어보기도 했다.

'블라인드 터치 투어'는 6마리의 말이 아이들을 둘러싼 채 처음에는 천천히 달리다가 나중에는 시속 45km의 속도로 달리는 장관을, 눈이 아닌 청각으로 체험하는 시간으로 끝을 맺었다.

<카발리아>는 <태양의 서커스> 공동설립자인 노만 라투렐이 선보이는 말을 이용한 아트 서커스로, 2003년 캐나다에서 초연된 이후 전 세계 65개 도시에서 400만 명 이상의 관객과 만났다. 10일 오전 한국에서 이 '블라인드 터치 투어'를 진행한 여러 아티스트 가운데서 미국인 기수 페어랜드 퍼거슨을 만나보았다.

"보지 않아도...말과 만지고 느끼며 교감할 수 있어"

<카발리아> '블라인드 터치 투어' 아티스트가 어린이의 신발에 편자를 박는 시범을 보여주는 장면. 이 시범을 통해 어린이는 말 발굽에 어떻게 편자가 박히는가를 체험할 수 있었다.

▲ <카발리아> '블라인드 터치 투어' 아티스트가 어린이의 신발에 편자를 박는 시범을 보여주는 장면. 이 시범을 통해 어린이는 말 발굽에 어떻게 편자가 박히는가를 체험할 수 있었다. ⓒ 박정환


- '블라인드 터치 투어'는 앞을 못 보는 아이들에게 어떤 희망을 제공할 수 있나.
"<카발리아>는 말을 이용해 서커스를 하는 공연이다. 말을 갖고 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 게 무엇일까를 고민하다가 착안했다. 우리는 말이 인간의 오감을 만족시킬 수 있는 동물이라는 확신이 섰다. 앞을 못 보는 아이들도 문제없이 말과 교감을 나누는 체험을 할 수 있도록 진행했다."

- <카발리아>를 공연하는 나라에서 매번 '블라인드 터치 투어'를 진행하는가.
"<카발리아>가 열리는 도시에서는 가급적 '블라인드 터치 투어'를 진행하고자 한다. 하지만 앞을 못 보는 아이를 매개할 만한 단체를 찾지 못할 때가 있다. 그럴 때에는 행사를 진행하지 못한다."

- 다른 나라에 비해 한국에서 연 '블라인드 터치 투어'는 진행하는 입장에서 어땠나.
"시작하기 전에는 언어적인 문제, 통역으로 살짝 걱정했다. 하지만 막상 진행하고 보니 아이들의 집중력이 높아서 제가 하는 이야기를 잘 들어주었다. 기다려주는 마음도 느낄 수 있었고, 말을 존중하는 마음이 어린이들에게 있어서 기뻤다."

<카발리아> '블라인드 터치 투어' 아린이들 주위에 카발리아 기수와 말 6필이 시속 45km의 속도로 빙글빙글 주위를 도는 장면.

▲ <카발리아> '블라인드 터치 투어' 아린이들 주위에 카발리아 기수와 말 6필이 시속 45km의 속도로 빙글빙글 주위를 도는 장면. ⓒ 박정환


<카발리아> '블라인드 터치 투어' 행사를 마치고 어린이와 기수, 말이 기념촬영을 하는 장면.

▲ <카발리아> '블라인드 터치 투어' 행사를 마치고 어린이와 기수, 말이 기념촬영을 하는 장면. ⓒ 박정환


- 앞을 못 보는 아이들이라 진행할 때 각별한 신경을 썼을 텐데.
"보는 것 이외의 감각을 만족시켜 주기 위해 말을 많이 만질 수 있게 했다. 많은 어린이들에게 둘러싸이면 말이 스트레스를 받기 쉽다. 사람을 잘 따르고 조용한 말 위주로 행사를 진행했다. '보다'라는 말을 일절 사용하지 않고 '체험하다'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도 중요했다."

- 말이 스트레스 받는 건 어떻게 관리하는가.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말은 <카발리아> 무대에 서지 못한다. 도시를 두 달마다 바꿔서 공연한다. 매일 공연을 해야 하는데, 공연으로 말이 스트레스 받는 걸 바라지 않는다. 공연에 서는 말은 규칙적으로 관리하는 것에 신경 쓴다."

- 기수들이 어린이 주위를 빙글빙글 도는 마지막 순서가 인상적이었다.
"말이 느리게 달릴 때 아이들은 '말이 느리게 달리네요', 말이 한 바퀴를 돌면 '지금 말이 한 바퀴 돌지 않았나요?' 하는 식으로 청각적으로 빠르게 반응했다. 아이들의 이런 민감한 반응에 놀랐다."

"4년 호흡 맞춘 말 헨리, 아이들 기다려주는 게 눈에 보여"

<카발리아> '블라인드 터치 투어' 아티스트 중 미국인 기수 페어랜드 퍼거슨과 그의 애마 헨리.

▲ <카발리아> '블라인드 터치 투어' 아티스트 중 미국인 기수 페어랜드 퍼거슨과 그의 애마 헨리. ⓒ 박정환


- 페어랜드 퍼거슨씨가 타는 말에 대해 들려 달라.
"제가 타는 말 이름이 '헨리'다. 헨리는 미국에서 온 말이고 '페인트' 종이다. 아이들 한 명 한 명이 말을 만지는 동안 헨리가 인내하고 기다려주는 게 눈에 보였다. 헨리와 호흡을 함께 한 건 4년이다. 4년 동안 말과 깊은 우정을 나누었다. 기수들과도 친해질 수밖에 없다."

- 말은 언제부터 탔는가.
"4살 때부터 말을 탔다. 하지만 어릴 적부터 말을 탔다고 해서 기수를 직업으로 택하려고 하지는 않았다. 되레 씨월드의 고래 조련사가 되고 싶었다.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카발리아>에 근무하던 친구가 권유한 오디션을 보고 합격해서 6년 동안 각 나라를 다니며 <카발리아> 공연을 하고 있다. 헨리를 타기 전에는 첫 2년 동안 '크리올로'를 탔다."

- <카발리아>는 말을 조련할 때 채찍을 사용하지 않는다고 들었다.
"채찍을 사용할 때는 말을 때리는 게 아니다. 말이 줄을 맞춰야 할 때 땅바닥을 때린다. 그것만으로도 말들이 충분히 이해한다. 이를 위해서는 규칙적이면서도 많은 훈련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공연 가운데 '리버티'라는 순서가 있다. 아티스트가 말을 하면 말들이 아티스트의 말만 듣고 일률적으로 움직인다."

- <카발리아>와 다른 서커스의 차이점은?
<카발리아>는 한국 관객이 많이 접한 <태양의 서커스>같은 곡예에 50마리의 말과 기수가 합쳐서 만들어진 공연이다. 음악은 라이브로 연주되고, 배경화면이 비치는 와이드 스크린은 무려 크기가 50m나 된다. 인간과 말이 교감할 수 있다는 점은 <카발리아>의 가장 큰 장점이다."

카발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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