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피노키오> 포스터

SBS <피노키오> 포스터 ⓒ SBS


"말 한 마디로 사람도 죽일 수 있는 게 방송인데 어떻게, 감히 장난이라고 생각하겠습니까? 여긴(방송국)말이죠, 되지도 않는 추측으로 함부로 짐작하고 떠들어대는 인간들이 득실댑니다. 마이크랑 카메라를 완장인 양 차고 나대는 인간들 투성이에요."

SBS 수목드라마 <피노키오>의 방영 초반 대사 중 한 구절이다. 정확히 2014년 말 대한민국 언론의 민낯을 드라마를 통해 보는 듯하다. 거대 신문사가 방송을 겸하면서 형성된 '편파 여론'의 전형인 종합편성채널을 차치하더라도 지상파 언론 역시 드라마 속 최달포(이종석 분)의 이 외침에 결코 자유롭지는 못할 것이다.

<피노키오>는 잘못된 방송 보도로 파탄 난 한 가정을 통해 언론 보도의 중요성과 기자가 추구해야 할 사실에 대한 무게를 다룬다. 거짓말을 하면 딸꾹질을 하는 '피노키오 증후군'을 가상으로 설정해 거짓말과 기자와의 고리를 연결한다. 사실만을 말해야 하는 기자와 거짓말을 못하면 기자가 될 수 없다는 묘한 논리적 모순이 첨예하게 대립한다.

<피노키오>는 방송 기자에 대한 이야기를 다룸으로써 검사나 의사, 재벌가 등의 드라마 단골 직업군에 식상해있던 시청자에게 새로운 볼거리를 주고 있다. 극중 등장하는 기자들만의 은어는 물론 경쟁사 기자들과의 취재 경쟁, 영상 확보를 위한 나름대로의 취재 방식 등은 회를 거듭할수록 흥미를 더해가고 있다.

또한 단순히 기자라는 직업만을 묘사하는 것이 아닌 한 사회에서 언론이 갖는 막중한 책임과 의무까지도 상징적이고 교화적인 대사를 통해 '기레기'('기자 쓰레기'의 줄임말)로 위상이 추락한 현 언론계에 우회적 조롱의 메시지를 던진다.

그중에서도 이 드라마는 2014년에 불어 닥친 한국사회의 비극의 책임을 확인된 사실만을 보도해야 하는 저널리즘의 기본원칙 마저 무시해버린 기자들과, 속보경쟁에 함몰된 언론에게도 있다고 말한다. 그 중심에 있는 두 인물은 최달포와 최인하(박신혜 분)다.

권력과 자본에 맞서는 기자의 모습도 그려졌으면...

손석희 "수상한 사람이 되지 않고 확실한 사람 되겠다" 'JTBC 뉴스룸'을 진행하고 있는 손석희 JTBC 보도담당사장이 제13회 '송건호 언론상'을 수상했다.
언론민주화에 기여한 고 청암 송건호 선생의 언론정신을 기리기 위해 <한겨레신문사>와 청암언론문화재단이 함께 주최하는 제13회 송건호 언론상 시상식이 16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렸다.
이날 상을 수상한 손 사장은 함께 해준 JTBC 동료들에게 고마움을 전한 뒤 "수상한 사람이 되지 않고 확실한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수상 소감을 말했다.
이어 손 사장은 "앞으로 책임은 저와 JTBC 식구들이 함께 지겠다"며 "큰 힘이 되어달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시상식에는 손석희 팬클럽 회원들이 참석해 수상을 축하했다.

▲ 손석희 "수상한 사람이 되지 않고 확실한 사람 되겠다" 'JTBC 뉴스룸'을 진행하고 있는 손석희 JTBC 보도담당사장이 제13회 '송건호 언론상'을 수상했다. 언론민주화에 기여한 고 청암 송건호 선생의 언론정신을 기리기 위해 <한겨레신문사>와 청암언론문화재단이 함께 주최하는 제13회 송건호 언론상 시상식이 16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렸다. 이날 상을 수상한 손 사장은 함께 해준 JTBC 동료들에게 고마움을 전한 뒤 "수상한 사람이 되지 않고 확실한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수상 소감을 말했다. 이어 손 사장은 "앞으로 책임은 저와 JTBC 식구들이 함께 지겠다"며 "큰 힘이 되어달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시상식에는 손석희 팬클럽 회원들이 참석해 수상을 축하했다. ⓒ 유성호


하지만 <피노키오>에는 한계가 있다. 드라마는 정확한 보도, 진실만을 전달해야 하는 언론의 책무를 기자 개인의 양심에 의존한다. 시청률을 올리기 위해 선정적인 내용을 여과없이 보도하고, 진실에 접근하기 보다는 이슈를 형성해 주목받고자 하는 언론의 모습을 영리만을 추구하는 기업체와 같은 모습으로 그린다.

"비판의 칼날은 위로 향할 수록 더 날카로워야 되는 게 아닙니까?"

MSC 방송국 시경캡 김공주(김광규 분)의 말이다. 그렇다. 비판의 칼날은 위로 향할수록 날카로워야 한다. 드라마에서는 사수 송차옥(진경 분)을 두고 한 말이지만, 사실 자본과 정치권력을 두고 한 말일 게다. 그런 면에서 사회부 기자들의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 <피노키오>는 그 비판의 칼날을 휘두를 '위'가 없다. 오로지 기자의 양심만이 있을뿐이다.

지난 16일 JTBC <뉴스룸>을 진행하고 있는 손석희 JTBC 보도담당사장이 '송건호 언론상'을 받았다. 이 상은 언론민주화에 기여한 고 청암 송건호 선생의 언론정신을 기리기 위한 상이다. 손석희 사장이 이 상을 받을 수 있었던 것도, <피노키오>속 김공주의 말처럼 비판의 칼날이 위로 향할수록 날카로웠기 때문일 것이다.

작금의 언론 현실을 꼬집는 드라마 <피노키오>는 현재 보여지는 모습만으로도 많은 공감을 주기에는 충분하다. 정치 권력과 자본에 굴복한 언론, 그리고 그 언론의 보호막 안에서 자신이 기자인지 직장인인지 정체성을 찾지 못하는 기자들에게는 분명 부끄러움으로 투영될 것이다. 

그럼에도 이 드라마에 대해 아쉬움이 남는것은 오랜만에 기자를 소재로 한 드라마에서 권력의 달콤함에 편승해 스스로가 권력이 되어버린 언론, 공권력의 칼날 앞에서 어떠한 방패도 되지 못하는 언론, 자본의 거대한 힘 앞에서 국민의 알 권리는 안중에도 없는 언론의 추악한 실태를 보여주지 않는데 있다.

진실만을 말해야 하는 것이 기자라면 진실만을 말할 수 있도록 해 주는 것이 기자가 소속된 언론사일것이다. 권력과 자본의 외압 앞에서도 진실만을 말하기 위해 뛰는 <피노키오>속 기자의 모습이 그려졌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 이유다.

피노키오 이종석 박신혜 손석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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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이 가야할 곳을 현실이 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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