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브 리그의 꽃' 겨울 이적 시장의 막이 올랐다. 자유계약선수(FA)를 비롯해 신생 구단 특별지명 등으로 불과 며칠 사이에 잇따른 대형 계약과 선수 대이동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2015 시즌 10구단 시대를 앞두고 전력 보강을 노리는 각 구단들의 희비도 엇갈리고 있다.

구단 희비 엇갈려... 전력 누수 또는 보강

지난 28일 화제의 중심은 단연 신생구단 KT 위즈였다. KT는 각 구단 보호 선수 20인 외 명단을 받아 특별 지명 선수를 발표했다. 투수로는 넥센 장시환, 두산 정대현, 한화 윤근영, NC 이성민을, 야수로는 포수 롯데 용덕한, 외야수 KIA 이대형, LG 배병옥, SK 김상현, 내야수 삼성 정현을 선택해 투수 4명, 내야수 1명, 외야수 3명, 포수 1명 등 총 9명을 지명했다. KT는 각 구단에 보상금으로 한 선수 당 10억씩을 지급하게 된다.

여기에 KT는 FA 시장에서도 공격적인 행보를 이어갔다. 특별 지명 선수를 발표한 날, FA로 풀린 김사율(투수, 총액 14억 5000만 원), 박기혁(내야수,11억 4000만 원), 박경수(내야수, 18억 2000만 원) 등 3명을 한꺼번에 영입했다. 하루 만에 무려 12명의 선수를 보강한 KT는 다음 시즌을 대비한 1차 전력 구상을 사실상 완료했다.

KT의 전력 보강은 수비와 마운드 강화에 중점을 둔 모습이다. 특별 지명과 FA로 투수만 5명을 영입했다. 김사율은 롯데에서 마무리와 주장을 역임한 전력이 있어서 경험이 부족한 KT 마운드에 노련미와 리더십을 불어넣을 전망이다. 좌완 윤근영은 선발과 롱릴리프로 두루 활용도가 높다. 장시환과 이성민, 경찰청 입대를 앞둔 정대현은 미래를 대비한 유망주 전력으로 분류된다.

야수 역시 수비력과 안정감에 초점을 맞췄다. 포수 용덕한, 키스톤 콤비 박경수와 박기혁, 중견수 이대형을 영입해 확실한 센터라인을 구축했다. 화려함보다 수비와 기본기를 중시하는 조범현 감독의 성향을 보여준다. 지난 시즌 KIA에서 제 2의 전성기를 맞이한 톱 타자 이대형의 영입은 이번 특별 지명 최대의 깜짝 수확으로 평가된다.

김상현-장성호와 조범현 감독의 재회도 눈길을 끈다. KIA 시절 조범현 감독과 한솥밥을 먹었던 김상현은 2009년 홈런왕과 시즌 MVP(최우수 선수)에 오른 경험이 있는 강타자다. 최근 성적이 저조하지만 KIA 시절 조범현 감독의 전폭적인 신뢰를 등에 업고 3년 연속 두 자릿수 홈런을 기록한 인연을 KT에서도 이어갈 지 관심사다. 장성호 역시 최근 롯데의 보류 선수 명단에서 제외되어 조만간 정식으로 KT 입단이 유력하다. 한편 KT는 두산에서 풀린 김동주의 영입 가능성도 끊임없이 거론되고 있다.

이밖에 상무 입대 예정인 정현은 삼성 시절 차세대 3루수로 주목받은 유망주 자원이고, 배병옥 역시 LG가 공들여 키우고 있던 외야수 자원이다. 당장의 성적을 위한 즉시 전력감 뿐 아니라 3~4년뒤를 대비한 조범현 감독의 포석이 돋보인다.

KT 외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여준 팀은 지난 시즌 꼴찌 한화다. 김성근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한화는 최근 삼성에서 FA 선수로 풀린 좌완 불펜 권혁(4년 32억)을 영입하며 KT로 떠난 윤근영의 공백을 메웠다. KT를 제외하고 현재 외부에서 FA를 영입한 구단은 한화가 유일하다. 김성근 감독으로서도 첫 FA 영입이다.

한화는 내부 FA였던 김경언(3년 8억5천)마저 잔류시키며 기존 전력을 지키는데도 성공했다. 최근 거품 논란을 일으키고있는 FA 시장에서 상대적이긴 하지만 '착한 가격'으로 실속있는 투자를 하고 있다는 점에서 차별화됐다는 평가다. 한화는 남아있는 외부 FA들에 대한 영입 가능성도 아직 열어두고 있다.

다른 팀들은 아직 시장의 동향을 주시하고 있다. 내부 FA가 유난히 많았던 삼성과 SK는 새로운 선수의 영입보다는 내부 단속에 더 주력하는 분위기다. 삼성은 FA 5인방중 윤성환(4년 80억), 안지만(4년 65억), 조동찬(4년 28억)을 잔류시키는데 성공했다. 최근 몇 년간 팀내 비중이 줄어든 권혁이 한화로 이적했만 차우찬, 백정현 등이 있어서 큰 전력 누수는 아니다. 다만 FA로 풀린 프랜차이즈스타 배영수를 잡지못한 것은 다소 아쉽다.

'너무 아쉬워' 12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넥센 히어로즈 대 SK 와이번스의 경기. 6회말 2사 2루 상황에서 SK 최정이 삼진 아웃당한 뒤 아쉬운 표정을 짓고 있다.

SK 와이번스의 최정 ⓒ 연합뉴스


SK도 최정(4년 86억), 김강민(4년 56억), 조동화(4년 22억)를 잡는 데 성공했다. 그동안 'FA 자격을 얻은 선수들이 팀을 떠나는 구단'이라는 이미지를 어느 정도 불식시켰다는 평가다. 또 다른 FA 2루수 나주환과 불펜 이재영을 놓친 것은 아쉽지만 이들의 경우 내부적으로 충분히 대안 자원들이 있다. 특별 지명으로 KT로 떠난 김상현은 어차피 김용희 감독의 다음 시즌 구상에서 제외된 상태였다.

내홍 겪은 롯데, 다음 시즌 전망 불투명

반면 타격이 큰 것은 롯데다. 최근까지 구단 내홍으로 곤욕을 치렀던 롯데는 최대어 장원준이 FA를 선언한데 이어, 김사율, 박기혁(이상 KT)까지 팀을 떠나며 전력 누수는 물론이고 구단 이미지에도 타격을 안게 됐다. 장원준이 구단으로부터 88억이라는 역대 최고액을 제시받고도 이를 거부한 것은, 돈 문제가 아니라 롯데 자체가 선수들로부터 외면 받고있는 현실을 보여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롯데는 FA 시장에서 사실상 철수해 내부 유망주 육성에 전념하겠다는 분위기지만 현재 상황으로서는 다음 시즌 전망이 몹시 불투명해졌다.

KIA 역시 상황이 좋지 않다. 이미 키스톤 콤비 안치홍-김선빈이 군 입대가 확정된 상황에서 신생팀 특별 지명으로 올 시즌 맹활약했던 이대형을 KT에 넘겨주게 됐고, 투수 송은범과 포수 차일목도 FA 시장에 나왔다. 사실상 센터라인이 완전 붕괴된 상황이다. 여론도 급격이 악화되며 KIA 팬들은 이대형이 보호선수 명단에서 제외된 것을 쉽게 납득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출혈은 많은데 FA 시장에서도 아직 별다른 전력 보강 소식이 없다. 미국 진출이 유력했단 양현종이 구단의 포스팅 거부로 메이저리그 도전이 불발되면서 팀 잔류 가능성이 높아진 건 그나마 다행이지만, 아직 일본 진출 가능성도 열려있어서 더 지켜봐야하는 상황이다.

LG는 프랜차이즈스타 박용택(4년 50억)을 잔류시켰고, 박경수는 FA를 통하여 KT로 자리를 옮겼다. LG는 롯데에서 풀린 투수 최대어 장원준의 영입 가능성을 놓고 끊임없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양상문 감독은 장원준의 영입에 관심이 있지만 몸값이 너무 비싸다는 반응이다. 유력한 경쟁자로 꼽히던 한화가 일단 장원준 영입에 한 발을 뺀 모양새여서 그간 'FA 대어 잔혹사'로 악명 높던 LG가 어떤 선택을 할지 주목된다.

FA시장 나온 장원준의 선택은? 자유계약선수(FA) 자격으로 롯데 자이언츠로부터 4년간 88억원을 제시받고도 이를 거부, FA 시장으로 발걸음을 옮긴 투수 장원준에게 프로야구 각 구단 및 팬들의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 2011년 10월 프로야구 플레이오프 4차전 SK 와이번스와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에서 역투하는 장원준.

▲ FA시장 나온 장원준의 선택은? 자유계약선수(FA) 자격으로 롯데 자이언츠로부터 4년간 88억원을 제시받고도 이를 거부, FA 시장으로 발걸음을 옮긴 투수 장원준에게 프로야구 각 구단 및 팬들의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 2011년 10월 프로야구 플레이오프 4차전 SK 와이번스와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에서 역투하는 장원준. ⓒ 연합뉴스


두산과 넥센 등은 상대적으로 조용하다. 두산은 올해 FA 선수가 없는 상황에서 지난해처럼 요란한 선수단 개편보다 내부적으로 팀 분위기를 다잡는데 주력하고 있다. 내내 2군에 방치되었던 프랜차이즈스타 김동주와 결별한 정도가 유일한 화제였다.

넥센 역시 이성열이 FA시장에 나왔지만 팀전력에 큰 영향은 없을 전망. 메이저리그 진출을 노리는 강정호의 공백을 메우기 위하여 LG에서 풀린 외국인 야수 스나이더를 영입하며 빠르게 전력보강을 마쳤다. FA 대어들의 몸값이 크게 올라간 상황에서 올해는 일단 적극적인 투자보다는 관망하는 자세로 바뀐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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