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시청률 조사회사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지난 26일 방송된 SBS 수목드라마 <피노키오>는 전국 시청률 10.2%를 기록했다. 전회에 이은 연속 두 자릿수의 시청률 수치다. 동시간대 방송된 MBC <미스터백>(10.9%)과는 0.7% 차이, KBS 2TV <왕의 얼굴>(6.2%)과는 4%이상의 격차를 벌이고 있다.

<피노키오> 5회는 기자가 된 최달포(이종석 분)의 적응기와 갑작스레 홍보용 인턴기자가 된 최인하(박신혜 분)의 이야기를 보여줬다. 또한, 최달포와 그의 형 기재명(윤균상 분)의 서로 다른 복수극이 시작됨을 알려줬다. 둘의 사랑이야기와 엇갈린 복수의 시작으로 추후 시청률의 상승을 예감케 했다.

사실만을 말하는 '피노키오'가 기자가 된다면?

 SBS 수목드라마 <피노키오>에서 피노키오 증후군인 최인하(박신혜 분).

SBS 수목드라마 <피노키오>에서 피노키오 증후군인 최인하(박신혜 분). ⓒ SBS


이 드라마는 가상의 증상을 다룬다. 바로 거짓말을 하면 딸꾹질을 하는 피노키오 증후군이다. '피노키오가 기자를 할 수 있을까'라는 가정으로 드라마는 출발한다. 그 배경에는 사실만을 말하는 피노키오가 기자가 될 수 없다는 전제가 있다. 진실만을 전달해야 하는 기자의 숙명에 반하는 기본설정은 기자에 대한 깊은 의심에서 출발한다. 기자에 대한 가식적 허위의식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며 피노키오 증후군을 통해 통렬히 조롱하는 것이다.

우리는 상상한다. 권력을 견제하기 위해 목숨을 걸고 진실을 밝혀내는 기자, 황색 바바리에 수첩하나를 들고 오직 진실을 찾아내기 위해 현장을 뛰어다니는 기자, 수시로 허기진 배를 참고 밤을 새기도 하는 정의감에 불타는 기자, 약자의 아픔에 눈물을 흘리고 권력 앞에 당당한 기자. 우리는 기자와 언론을 정의와 동일 선상에 놓고 매섭게 응시한다.

허나 현실에 존재하는 모습은 사뭇 다른 경우가 많다. 오보보다 방송 사고를 더 걱정하고 있는 기자, 사실을 밝혀내기보다 당장의 기사거리를 걱정해야하는 기자, 기사보다는 광고 영업에 쫓기며 자신의 실적을 걱정하는 기자, 사실 확인을 하지 않은 포털사이트의 수많은 어뷰징 기사들을 만들기 위해 복사와 붙여넣기를 반복하는 기자. 이 기괴한 상황은 어찌 보면 우리 주변에 흔히 볼 수 있다. 요새는 흔히 사이비기자, '기레기(기자+쓰레기)'라고 조롱을 하지 않는가?

그렇게 국민의 관심과 호응이 없는 언론은 권력 앞에 비릿한 웃음을 지으며 슬그머니 고개를 숙일지 모른다. 약자들의 고통을 외면할지 모른다. 아예 관심조차 없을지도 모른다. 자신의 딸에게조차 관심이 없는 송차옥(진경 분) 기자처럼. 이러한 드라마와 현실의 상황 속에서 <피노키오>는 기자와 언론에게 의미심장한 반성을 하게 한다.

현실의 기자들이 '피노키오'가 되기를 호소하다

팩트보다 임팩트를 중요시 하는 기자, 하이에나와 같은 모습으로 진실을 밝혀낸다는 가식적인 가면을 쓴 드라마속의 기자들. 드라마는 그러한 행동들이 초래할 무서운 결과들로 우리의 시선을 이동시킨다. 피해자인지 가해자인지 구분하지 않고 희생양을 찾아 공격하고, 진실과 아닌 것의 경계에서 교묘하게 팩트의 가치기준을 흔드는 드라마 속 기자의 잔인함, 그 위선과 허구를 매섭게 조롱한다.

드라마는 거짓말을 못하는 피노키오를 통해 거짓말을 해야 하는 사회, 진실과 거짓 사이에서 외줄타기를 하고 있는 기자와 언론을 삐딱하지만 절묘하게 보여준다. 불신이 가득한 눈으로 기자를 바라보는 시선은 현실이 피노키오 같은 기자를 갈구하고 있음을 오히려 간절히 말하고 있는 듯하다.

피노키오인 최인하는 "거짓말을 못하는 사람이 기자가 되는 게 헛꿈입니까?"라고 절규한다. 진실을 알아내기 위해 거짓말을 수월히 하는 사람이 아니라, 오직 진실만을 말할 수밖에 없는 사람이 기자가 되어야 함을 절실히 호소하며, 기자와 언론을 각성시키고 있는 것이다.

피노키오라 착각하지 말고 언론의 숙명을 가슴에 새겨야

 SBS <피노키오>에서 잘못된 언론 보도로 인해 가족과 기하명이라는 이름을 잃고 다른 삶을 살아야 했던 최달포(이종석 분).

SBS <피노키오>에서 잘못된 언론 보도로 인해 가족과 기하명이라는 이름을 잃고 다른 삶을 살아야 했던 최달포(이종석 분). ⓒ SBS


허나 우리가 착각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피노키오가 없는 현실이 무서운 게 아니라 자신이 피노키오라 착각하는 사람들이 존재하는 것이 훨씬 더 공포스럽다는 것이다. 자신이 100% 옳다고 생각하는 순간, 주인공이 가장 증오하는 거짓을 말하고 있는 피노키오가 되어버릴 수 있다.

사람의 시각과 기억에 100%는 없다. 관점과 상황에 따라 다르게 각인되기 때문이다. 언제나 왜곡될 수 있는 인간의 한계를 망각하고 확신에 빠지는 순간, 사람은 위태로워진다. 이 세상의 독재자와 잔학한 학살자들이 모두 자신의 신념이 100% 옳다고 믿는 피노키오들이었기 때문이다.

'모든 시민은 기자다'라는 <오마이뉴스>의 구호를 번외로 치더라도, 이미 개인은 미디어와 언론의 역할을 일정부분 수행하고 있다. 이런 현실에서 자신이 피노키오라고 착각한 개개인이 각종 SNS를 통해 정제되지 않은 책임 없는 발언을 쏟아내는 순간. 우리는 드라마 속 누명을 쓰고 죽어간 소방관 최달포의 아버지 기호상(정인기 분)과 그의 부인(장영남 분)을 현실에서 마주할 수도 있음을 상기해야 할 것이다. 이제 개인들도 '약자의 편에서고 권력을 감시한다'는 언론의 기본 숙명을 자신들의 가슴속에 각인해야 할 것이다.

<피노키오>에서 기자와 언론에 반성을 촉구하는 최달포의 대사가 기억에 남는다.

"444번을 보니까 피노키오가 기자가 되면 안 되는 이유를 이제야 알겠네요. 자신이 틀릴 수 있는 것을 무시하고 떠드는 사람이 기자가 되면 얼마나 위험한지. 자기말의 무게를 모른 체 함부로 말하는 사람이 얼마나 무서운지... 알겠어요."

덧붙이는 글 미디어리포트에도 송고됩니다.
피노키오 이종석 박신혜 기자 언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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