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월화특별기획 <유나의 거리>에서 강유나 역의 배우 김옥빈이 19일 오후 서울 한남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jtbc월화특별기획 <유나의 거리>에서 강유나 역의 배우 김옥빈이 19일 오후 서울 한남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오마이스타 ■취재/이선필 기자·사진/이정민 기자| 만나면 참 고생 많았다고 말해주고 싶었다. 장장 50부작 드라마에서 김옥빈은 이리저리 눈치를 보고 세간의 편견에 맞서야 했던 소매치기였다.

JTBC 드라마 <유나의 거리>의 종영 이후 만난 김옥빈은 밝고 쾌활한 모습이었다. "처음 경험했던 50부작 드라마였고, 무엇보다 도중에 아프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연기했다"며 "다행히 한 번도 앓지 않고 끝냈다"고 웃어 보였다.

소매치기라는 범죄에도 당당했던 유나, 그리고 그녀의 주변에서 물심양면으로 돕고 마음을 주었던 인물들은 다행히 행복한 결말을 맞았다. 어찌 보면 그 자체가 판타지일 수도 있다. 세상을 적대시했던 유나가 감화돼 가족의 품으로 돌아간다는 내용, 유나를 버렸던 엄마와 새아버지가 유나에게 일방적인 변화만을 강요하지 않고 자신들 역시 생각을 바꿔 주변 전과자들이 일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한다는 설정도 말이다.

"(심호흡을 한 번 한 후) 유나도 자기가 하는 짓이 나쁜 줄은 알고 있어요. 다만 해온 건 없었고 할 줄 아는 게 그것뿐이었던 거죠. 또 유나를 인정해주고 받아주는 게 그쪽 바닥이었으니 떠날 수 없었을 겁니다. 친구들도 다 그곳에 있었고요. 누구든 자신을 인정해주는 사람들과 함께 하고 싶어 하잖아요. 유나에겐 그런 사람들이 소매치기 집단에 있던 거였죠."

"해피엔딩이라 다행, 어쩌면 인생 자체가 드라마 아닐까"

 jtbc월화특별기획 <유나의 거리>에서 강유나 역의 배우 김옥빈이 19일 오후 서울 한남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외로운 사람들의 비명이 가득했던 이야기'. 김옥빈은 <유나의 거리>를 이렇게 정의했다. 세상에 보내진 존재는 본질적으로 외롭다. 특히 유나처럼 버림받고 소외를 경험했던 이들이라면 타인에게 더욱 마음의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 "나쁜 사람들 집단이라도 몸을 기대고 의지할 곳이 있다는 건 정말 중요한 지점이에요"라며 김옥빈이 유나를 변호했다.

버림받은 한 여자의 일갈 내지는 복수극으로 끝났다면 처참했을 테지만 다행스럽게 <유나의 거리>는 행복한 결말을 맞았다. "결말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지만 그래도 해피엔딩이라 다행이었다"며 김옥빈은 당시 연기했던 현장 분위기와 자신의 마음상태를 전했다.

"등장인물 누군가는 죽거나 어떻게 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그렇게 끝나지 않았어요. 진심으로 긴 호흡의 드라마를 소화하는 모든 배우들을 존경하게 됐어요. 다만 제가 힘들었던 건 그간 해보지 않았던 연기에 대한 불안함 때문이었죠. 김운경 작가님과 딱 한 번 통화한 적이 있었는데, 연기가 막혔던 때였어요. 저도 참 문제인 게 먼저 연락을 잘 못하고 그래요. 작가님 역시 별 말씀 없었는데 아무래도 그만큼 절 믿어주신 거 같아요.

영화는 모든 내용을 알고 배우가 통제하면서 젖어들 수 있지만 드라마는 개요 한 줄만 받아들고 바로 촬영에 들어가거든요. 유나에 대한 설명은 '현재 전과 3범이고 직설적이며 바람기가 다분함' 이거 딱 한 줄이었어요. 그래서 유나가 고아라고 생각하고 분석을 했는데 찍으면서 보니 다음 대본에 엄마가 살아있다고 나오더라고요! (웃음) 이게 드라마의 매력인 거 같아요. 변화무쌍한 게 마치 인생의 한 조각 같았죠. 당장 내일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것처럼."

편견은 버리자..."사람은 누구나 양면성 있죠"

 jtbc월화특별기획 <유나의 거리>에서 강유나 역의 배우 김옥빈이 19일 오후 서울 한남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긴 호흡의 드라마도 그렇고 캐릭터 연기와 함께 일상 연기를 한 것도 김옥빈에겐 도전이었다. 스스로 "새로운 연기에 도전해서 한 부분을 잘 끝낸 거 같다"고 자평한하며 그간 연기하면서 들었던 생각과 사람들의 조언을 받아들였던 과정을 공개했다.

"전작이 사극(<칼과 꽃>)이었잖아요. 나름 새롭게 해보고 싶어서 사극 말투를 안 쓰며 버텼는데 말투 때문에 시청자 분들에게 욕먹기도 했죠. 한 선배에게 고민을 말했는데 오랫동안 그 어투를 써온 건 나름의 이유가 있는 것이니 좋은 건 받아들이며 새로움을 추구하면 어떻겠느냐고 하셨어요. 제가 본래 전형성, 관습적인 걸 거부하는 습성이 있거든요. 다음 사극 때는 더 잘할 수 있을 거 같아요. 일상 연기도 막 재미를 들였고요. 다음엔 연기에 활력과 함께 창의적인 걸 더하고 싶어요."

<유나의 거리>를 통해 편견에 대한 생각도 다잡게 됐다. "어느덧 20대 후반이지 않나"라는 일상적인 말에 김옥빈은 "사실 스무 살 때부터 나이 묻고 답하는 걸 싫어했다. 편견이 생기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jtbc월화특별기획 <유나의 거리>에서 강유나 역의 배우 김옥빈이 19일 오후 서울 한남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나이를 말하면 '요 어린 게!'라는 말을 들을까봐 그랬어요. 하긴 저부터도 누굴 만나면 나이를 묻더라고요(웃음). 연기자를 하면서 좋은 건 어떤 사람이 특정 행동을 하면 그걸로 규정짓지 않고, '무슨 이유가 있겠지'라고 생각할 수 있다는 거예요. 요즘 우리 사회도 그렇고 사람을 행동 하나로 평가하고 규정하잖아요. 그거 안 좋다고 생각합니다.

<유나의 거리>를 하면서 항상 착한 사람, 항상 나쁜 사람만 있는 게 아니란 걸 배웠어요. 오늘 착했다고 내일도 착한 건 아니더라고요. 그래서 감히 사람에 대해 평가를 못 내리겠어요. 잘 알지 못하는 사람임에도 그의 어떤 행동을 보면 저도 모르게 평가하곤 했는데 그때마다 속으로 '어디서 감히 평가질이야!'라고 외쳐요.

(연기 공부 중인) 동생에게도 종종 놀라는데요. 마냥 어리다고 생각했는데 어느 순간 저보다 더 어른스러울 때가 있더라고요. 은근히 서운하기도 해요. 얘가 이렇게 컸는데 난 성장하지 못한 건가 생각도 들고요."

김옥빈은 여러 모로 이번 드라마를 통해 느낀 바가 커 보였다. 그렇다고 마냥 순응하는 김옥빈을 기대하진 말라. 요즘처럼 인터뷰로 한 공간에 갇혀 있다 보면 짜증도 내는 그녀니까. 사실 솔직하면서도 당당한 게 그녀의 매력이다. 여기에 공감 능력을 장착한 김옥빈을 상상해보자. 앞으로 보일 연기에 대한 기대감이 또한 커졌다.

김옥빈 유나의 거리 JTBC 소수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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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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