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스타에게 에서 노순정을 연기하는 노현희와 딸 노스타를 연기하는 한영은

▲ 나의 스타에게 에서 노순정을 연기하는 노현희와 딸 노스타를 연기하는 한영은 ⓒ 박정환


배우 노현희가 연극 <나의 스타에게>에서 연기하는 노순정은 한 물 간 여배우로, 연기를 못 한다고 질타를 받는다. 하지만 아직도 자신이 스타라는 콧대 하나는 센 여자다. 그러면서도 세상 사람들이 자신이 낳은 딸의 존재를 알까봐, 딸에게 엄마가 아닌 이모라고 부르게 한다.

하루는 촬영장에서 실랑이가 붙었던 노순정이 실신을 하고 병원 응급실에 들어온다. 여기서 간호사들이 "젊은 여자가 시한부 인생을 살게 돼 불쌍하다"고 하는 이상한 이야기를 듣는다. 사실 그들은 드라마 속 이야기를 하고 있었지만, 노순정은 자신의 이야기인 줄 알고 충격을 받는다. 자신이 죽는 건 괜찮지만 남겨진 딸을 위해 버킷리스트를 만들게 된다.

극단을 운영하는 것도 모자라 배우로 활동하는 노현희에게는 큰 아군이 있다. 그를 사랑하는 팬이다. 그와 극단 배우들을 위해 누군가가 매표소에 음료수 혹은 롤 케이크 열 개를 익명으로 놓고 가는 식으로 사랑받고 있다. 배우 외에는 그 어떤 꿈도 가져본 적이 없다고 하는 노현희를 대학로에서 만났다.

"퇴물이 된 노순정과 그의 딸 '스타'의 이야기"

- <나의 스타에게>라는 제목에서 '스타'는 무슨 의미인가.
"'스타'는 노순정의 딸을 의미한다. 딸 이름이 '노스타'다. <나의 스타에게>는 엄마가 딸에게 바라는 이야기, 딸이 엄마에게 바라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노순정은 한때 스타로 잘 나갔지만 지금은 퇴물이 된 엄마다. 대학로 공연에는 늙은 엄마와 성장한 딸의 이야기가 많은데, <나의 스타에게>는 젊은 엄마와 아주 어린 딸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아역 배우가 긴 호흡으로 출연하는 공연은 흔하지 않다.

노순정이 남겨진 딸을 위해 버킷리스트를 만든다. 버킷리스트 가운데에는 딸의 아버지를 찾아주는 것과, 매년 딸의 생일에 익명으로 생일 선물을 보내고자 하는 계획이 담겨 있다. 딸을 통해 스타라는 자의식으로 가득 찬 엄마가 철이 드는 이야기이면서, 엄마와 딸의 진솔한 사랑이야기가 담겨 있다."

- 극 중 엄마와 딸은 어떤 관계인가.
"엄마와 딸 사이에는 세상 어느 것과도 바꿀 수 없는 가장 진한 사랑이 있다. 가장 편한 관계이면서 말이다. 하지만 엄마와 딸의 관계가 꼭 좋은 것만은 아니다. 딸이 밖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엄마에게 화풀이 대상으로 퍼붓기도 한다. 극 중에서는 속이 상한 엄마가 술을 퍼마시고 집에 들어오면 어린 딸이 해장국을 끓이는 식으로 엄마를 보듬어준다."

"라면으로 끼니, 아르바이트 해서 공연 제작비 벌기도"

<나의 스타에게> 노현희 "배우 외에는 다른 꿈을 꿔본 적이 없다. 죽기 전에 꿈이 있다면 할머니가 되었을 때 한평생 연기에 몸 바친 공로를 치하 받는 연기 공로상을 받아보고 싶다. 그만큼 가장 사랑하는 단어가 '배우'다. 배우라는 소명의식에 극단 배우라고 이름 짓게 되었다."

▲ <나의 스타에게> 노현희 "배우 외에는 다른 꿈을 꿔본 적이 없다. 죽기 전에 꿈이 있다면 할머니가 되었을 때 한평생 연기에 몸 바친 공로를 치하 받는 연기 공로상을 받아보고 싶다. 그만큼 가장 사랑하는 단어가 '배우'다. 배우라는 소명의식에 극단 배우라고 이름 짓게 되었다." ⓒ 박정환


- '극단 배우'를 만들었는데, 극단 이름이 배우가 된 특별한 유래가 있다면.
"걸음마를 시작했을 때부터 배우가 꿈이었다. 어릴 적부터 연극 무대에 올랐다. 무명 생활이 길었다. 공연에서 유명한 아역 스타들의 대역을 맡았다. 물 떠다주고 옷 갈아입혀 주는 일을 무대 뒤에서 했다. 그들이 방송 스케줄이 있는 날에는 아역 스타를 대신해서 무대에 오르곤 했다.

배우 외에는 다른 꿈을 꿔본 적이 없다. 죽기 전에 꿈이 있다면 할머니가 되었을 때 한평생 연기에 몸 바친 공로를 치하 받는 연기 공로상을 받아보고 싶다. 그만큼 가장 사랑하는 단어가 '배우'다. 배우라는 소명의식에 극단 배우라고 이름 짓게 되었다."

- 극단 배우가 창단된 지 1년 6개월이 흘렀다.
"처음에는 학교 동아리 수준밖에 되지 않아서 대관료가 가장 저렴한 극장에서 일주일이 채 안되게 공연했다. 홍보가 되질 않아 가족만 초대하는 수준이었다. 요즘 보기 어려운 쥐와 거미줄이 있는 건물에서 생활하면서 삼각김밥과 라면으로 하루 식사를 했다.

배우들이 생활고에 시달리니 아르바이트를 해야 했다. 뮤지컬 <무녀도동리>에서 받은 수입과 작년 드라마에서 받은 개런티를 공연 제작비에 쏟아 부었다. 그렇게 공연을 두세 번 올릴 수 있었다."

- 공연 제작비를 마련하기 위해서라도 TV에 얼굴을 좀 더 비쳐야 하는 것 아닌가.
"제가 출연했던 드라마가 나름 성과가 있었다. 아침드라마는 저녁이나 밤에 방영하는 드라마에 비해 시청률이 낮다. 다행히 <강연 100℃>에서 연예인으로는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편집자 주- 강연이 끝나면 방청객이 얼마만큼 공감을 했는지 그 자리에서 점수를 매기는 방식으로 진행됐을 당시) 덕분에 강연으로 연락이 들어온다. 한 분 한 분 찾아뵙고 강연으로 직접 소통하는 게 행복하다."

- 극 중에서 성형에 대한 희화가 등장한다. 개인적으로 민감한 소재 아닌가.
"성형을 해서 의사가 극 중 노순정을 알아보지 못하는 건 '셀프 디스'다. 극의 마지막이 극적으로 전개되어 여성 관객은 물론이고 남자 관객도 펑펑 운다. 이 장면에서 제가 개인적인 시련이 없었다면 연극에서처럼 극적으로 표현하지는 못했을 거다.

사람에게는 '회복 탄력성'이라는 게 있다. 처음 상처가 났을 때 빨간 약을 바르면 고통스럽다. 상처가 조금씩 아물고 연고를 바르면서 처음처럼 큰 아픔이 느껴지지 않는다. 저 역시 악플에 시달려 상처를 받았고, 가시에 찔렸을 때 세상에 있는 모든 상처는 저 혼자 끌어안은 것만 같았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자 지난날에 상처를 받은 일은 예전처럼 큰 상처가 되지 않는다.

연예인이 잘못된 생각을 하고 세상을 떠날 때 '너 괜찮니?' 하는 연락이 제일 먼저 온다. 제가 가장 극단적인 선택을 할 것처럼 보이는 것 같다. 포털에서 제 이름을 치면 연관 검색어가 가십거리로 오르락내리락 한다. 실제 위험한 생각도 해보고 시도도 해보았다. 하지만 죽는 건 아무나 하는 게 아니구나 하는 걸 깨달았다. 저는 매일 무대에서 살아나는 사람이다. 무대에만 오면 모든 상처가 치유된다."

노현희 나의 스타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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