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봄>에서 준구 역의 배우 박용우가 18일 오후 서울 삼청동의 한 갤러리에서 오마이스타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영화<봄>에서 준구 역의 배우 박용우가 18일 오후 서울 삼청동의 한 갤러리에서 오마이스타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오마이스타 ■취재/이선필 기자·사진/이정민 기자| 빠른 호흡과 높은 몰입도 일색의 한국영화 분위기와는 좀 다른 영화인 <봄>은 분명 존재 자체로 의미를 짚을 만한 작품이다.

배우 박용우가 바로 그 <봄>과 닮아 있었다고 하면 과장일까. 1년여 전 촬영한 작품이 마땅한 배급사를 찾지 못해 극장에 걸리지 못하는 건 아닌지 우려할 때가 있었다. 박용우로서는 이미 2012년 한 작품이 촬영 직전 제작이 무산되는 경험을 했기에 충분히 이해할만한 걱정이다. 다행히 <봄>의 배급을 맡을 회사가 나왔고, 지난 20일 개봉해 관객들을 만나고 있다.

꾸준하게 공력을 쌓아온 그도 이 같은 일을 겪는다. 쉬운 길을 갈 수도 있을 테지만 타협하지 않는 성정 때문일 수도 있겠다. <봄>에서 1960년대를 배경으로 중풍에 걸린 한 저명한 조각가 준구의 삶을 표현하려 결심한 것도 큰 흥행이나 캐릭터 변신을 노리기 이전에 "왠지 모르게 재밌고, 아름다운 작품인 거 같아서"였다.

"<봄>은 곧 인간 감정에 대한 숨은그림찾기"

 영화 <봄>의 한 장면.

영화 <봄>의 한 장면. ⓒ 스튜디오 후크


"아무리 시대가 변하고 과학이 발전해도 달라지지 않는 것들이 있어요. 그 중 하나가 도덕, 다른 말로 양심이죠. 교육을 통해 이런 게 강해지기도 하지만 다들 타고나는 거 같아요. 전 그렇게 믿습니다. <봄>에서 그걸 발견할 수 있는 거 같아요. 좋은 인성, 혹은 감정이라고 할까요."

그는 최근 출연한 SBS <식사하셨어요?>에 영화를 비유했다. "요리 연구가 임지호 선생님이 함께 출연했고, 그분이 조미료를 전혀 넣지 않고 요리하기에 음식에서 쓴 맛이 난다"라며 그는 "쓰지만 희한하게 음식이 맛있다. 이처럼 인생의 쓴맛을 공감하면 단맛도 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중풍에 걸린 준구를 물심양면으로 돌보는 아내 정숙(김서형 분)과 가난과 가정 폭력에 시달리다 준구의 누드모델이 되는 민경(이유영 분)은 내심 답답하고 불행한 삶이라 생각할 수 있으나, 준구를 중심으로 또 다른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인물들이다. 박용우의 말처럼 한편으로는 쓰디쓴 인생을 경험하지만, 공감하다보면 인생의 참맛을 느끼게 하는 캐릭터라는 것이다.  

박용우는 함께 출연한 김서형에 대해 "(드라마에서 강한 역할을 맡아왔기에) 내심 편견이 있었던 건 사실이지만, 오히려 그래서 더 크게 감정을 서로 주고받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신인 이유영에 대해서도 "최대한 배려하려 했다"며 촬영 때 이야기를 전했다.

"편견이 반대급부로 작용해서 김서형씨와 호흡할 때 (부부로서의 애틋한) 감정이 극대화되더라고요. 분명 그에게 새로운 모습이 있는데 그간 기회를 못 얻었을 뿐이죠. 이유영씨는 그간 어떤 경험을 쌓아왔는지는 모르지만 분명 신인이고 아직은 나이가 어리기에 편하게 대하려 했어요. 그래도 힘든 촬영이었을 겁니다. 

관객 분들이 준구와 정숙, 그리고 민경을 통해 어떤 감정을 발견할지 궁금해요. 자칫 치정극으로 흐를 수도 있었지만 세 사람 사이에서 우정과 사랑의 감정이 오가며 관계를 쌓아가거든요. 감정의 숨은그림찾기라고 생각하시면 더 재밌게 보실 수 있을 거 같아요."

휴식다운 휴식 착은 박용우 "외로움 느낄 시간이 없었다"

 영화<봄>에서 준구 역의 배우 박용우가 18일 오후 서울 삼청동의 한 갤러리에서 오마이스타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봄> 이후 박용우는 "삶의 태도가 좀 바뀌었다"고 말했다. 영화의 전반적 분위기처럼 박용우도 차분하게 당시를 보냈고, 이후 약 7개월 동안 온전히 자신을 위한 시간을 가졌다. 취미로 쳐왔던 드럼도 본격적으로 배웠고, 읽고 싶은 책을 잡았으며, 운동도 꾸준하게 했다.

"주변에선 제가 연락을 안 한다며 잠수 탔다고 생각할 정도였어요. 걱정하는 분도 있었죠. 예전 같았으면 친구가 떨어져 나갈까봐, 사람들이 날 잊을까봐, 혹은 관계를 놓치면 일을 안 시켜줄까봐 억지로라도 술자리에 참여하고 그랬을 거예요. 물론 그게 의미 없는 시간은 아니지만 나만을 위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걸 깨달았죠. 재충전은 이렇게 하는 거란 걸 알았어요. 외로움을 느낄 시간이 없었어요. 진짜(웃음)."

시사교양과 예능의 성격을 모두 지닌 <식사하셨어요?>에 출연한 것도 변화의 연장선이었을까. 박용우는 "여전히 이런 프로에 나오는 건 연기보다 힘들지만 이왕 하는 거 가식적이지 않으면서도 내가 느끼는 대로 표현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10여 년 전 한 예능 프로 출연 경험을 떠올리며 그는 "예전의 나였다면 최대한 방송사에서 원하는 걸 맞추려 했을 것"이라 덧붙였다.

<식사하셨어요?>에서 박용우는 그간 자신이 품고 있었던 연기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20대엔 연기가 괴로움이었고, 30대엔 생계수단이었으며, 지금은 즐거움'이라는 게 요지였다. 박용우는 그 말의 진의에 대해 보다 자세하게 설명했다. 

 영화<봄>에서 준구 역의 배우 박용우가 18일 오후 서울 삼청동의 한 갤러리에서 오마이스타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영원히 연기하면서 편할 수는 없을 거 같아요. 다만 이제 즐기기 시작한 초기 단계라는 거죠. 좋게 얘기하면 30대엔 열정을 쏟았어요. 열정을 쏟아도 바뀌지 않을 것까지 바꾸려 했던 거 같습니다. 지금은 애써봤자 안 변하는 건 내버려두자는 마음이에요. 내가 할 수 있는 부분에서 보람을 찾자는 거죠. 그래서 즐기는 부분에서는 시작 단계라는 거예요. 물론 다음에 이게 무너져 내릴 수도 있을 겁니다. 다만 그 반대급부 역시 있을 것이기에 더 성장하겠죠."

<봄> 이후 박용우는 2부작 TV 드라마 <이놈>을 통해 시청자들을 만난다. 충분히 자신감을 내비추고 포부를 전할만도 하지만 박용우는 '감히'라는 수식어를 붙였다.

"이제 즐겁게 연기하는 시작점에서 사람들에게 감히 봐 달라 말할 수 있는 작품들이에요. <봄>도 그렇고, 이후 드라마도요. 연기를 시작한 이후 20년 동안 고민했던 게 점차 구체화되고 있어요. 어떤 소망이 있고, 확실한 화두가 있다면 (끈질기게) 고민하는 것도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2년 전 박용우는 "사랑에 있어서만큼은 철들고 싶지 않다"와 "연기에 있어서는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겠다"는 화두를 본지와 인터뷰에서 던진 바 있다. 그 고민은 여전히 유효하며 그의 말처럼 보다 구체적이 되고 있다. 그만큼 그는 성실하게 삶을 채우며 살아가고 있었다.
 영화<봄>에서 준구 역의 배우 박용우가 18일 오후 서울 삼청동의 한 갤러리에서 오마이스타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박용우 식사하셨어요? 김서형 이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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