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운드 오브 뮤직>에서 폰 트랍 대령을 연기하는 유태웅

<사운드 오브 뮤직>에서 폰 트랍 대령을 연기하는 유태웅 ⓒ 현대극장


"폰 트랍 대령, 그렇게 노래 많지 않아."

연기자 유태웅이 뮤지컬 <사운드 오브 뮤직>의 폰 트랍 대령 역을 제의 받고 주저했을 때, 연출가가 던진 말이다. 주위 배우들의 도움을 받아가며 연습에 임한다는 유태웅. 하지만 이건 전적으로 유태웅의 엄살 아닌 엄살(?)로 보인다. 이미 음원을 발표한 경력이 있는 데다가 하이톤의 노래가 많지 않은 폰 트랍 대령의 넘버를 소화하는 게 땅 짚고 헤엄치기이기 때문이다.

유태웅은 뮤지컬에 데뷔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알고 보면 그는 2008년부터 일 년에 한 번 꼴로 무대에 오르고 있다. 마치 연어가 자기 고향을 잊지 못하고 고향에서 알을 낳듯이 무대라는 고향을 잊지 못하고 반드시 돌아오는 배우가 유태웅이다. 그는 극 중 폰 트랍 대령과 비슷해 보인다. 폰 트랍 대령의 자녀가 일곱이었던 것처럼 유태웅 역시 세 아들을 키우지 않던가. 유태웅을 대학로에서 만났다.

 <사운드 오브 뮤직>에서 폰 트랍 대령을 연기하는 유태웅과 마리아를 연기하는 최윤정

<사운드 오브 뮤직>에서 폰 트랍 대령을 연기하는 유태웅과 마리아를 연기하는 최윤정 ⓒ 현대극장


- 폰 트랍 대령이 마리아에게 마음을 여는 이유는 무엇인가.
"마리아가 가정교사로 오기 전에는 집안에서 노랫소리를 듣기 어려웠다. 하지만 마리아가 들어오고부터는 집안에서 노랫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이런 변화로부터 마리아에 대한 감정이 열리지 않았을까 싶다. 마리아에게 마음을 열 당시 폰 트랍 대령의 곁에는 엘자라는 여자가 있었다. 그런데 폰 트랍 대령과 엘자는 가치관과 가야 할 노선이 달랐다. 반면에 마리아는 아이들과 호흡할 줄 알았다. 이런 면에서 감정이 더 많이 갈 수밖에 없다."

- 폰 트랍 대령은 왜 아이를 엄하게 키울까.
"처음부터 아이들을 엄하게 키우겠다는 것보다는 군인이라는 직업의 특수성이 느껴졌다. 아이가 하나였으면 그렇게 엄하게 키우지 않았을 거다. 재미있는 점은 폰 트랍 대령이 집에 별로 없다. 아내가 죽고 난 다음의 쓸쓸함을 밖에서 채운다. 밖에 많이 있지, 정작 집에는 행정관과 슈미트 부인, 집사, 가정교사만 있었다.

생각해 보라. 가정교사가 일곱 아이를 키우고 돌본다는 게 얼마나 힘들고 어려웠겠는가. 가정교사가 금방 사직서를 내는 게 당연하다. 폰 트랍이 엄하게 키운다기보다는 사랑이 군대식으로 다르게 표현되는 거다."

- 같은 역할에 캐스팅된 김형묵씨와는 다른, 어떤 색깔로 폰 트랍 대령을 연기할 예정인가.
"폰 트랍 대령 하면 딱딱한 이미지를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나는 딱딱하게 가고 싶지 않다. 오래된 친구인 막스와 장난도 치고, 아이들을 풀어줄 때는 더 많이 풀어줄 것 같다. 온화한 폰 트랍 대령이 되지 않을까 싶다."

 <사운드 오브 뮤직>에서 폰 트랍 대령을 연기하는 유태웅과 마리아를 연기하는 최윤정, 원장수녀를 연기하는 양희경

<사운드 오브 뮤직>에서 폰 트랍 대령을 연기하는 유태웅과 마리아를 연기하는 최윤정, 원장수녀를 연기하는 양희경 ⓒ 현대극장


- 폰 트랍 대령은 아이가 일곱이고, 유태웅씨는 아들만 셋이다.
"연출가 선생님으로부터 '아이들을 보면서 너무 쉽게 변하지 않아야 하는데 너무 쉽게 가는 거 아냐? 처음부터 마음의 문을 많이 여는 것 같아. 냉정해져'라는 장난기 어린 지적(?)을 받았다. 아역 배우들이 정말 잘한다.

대령과 아이들 사이에는 처음에 정서적인 거리가 있다. 하지만 점점 가까워진다. 배우의 감정선이라는 건 배우 혼자만 갖는 게 아니다. 호흡하는 배우들과 감정선을 잡아야 한다. 배우들과 더불어 감정선을 쌓는 중이다.

아이가 셋인데 모두 아들이다. 극 중 폰 트랍 대령의 큰딸이 16살인데, 누나가 이 정도 나이면 동생을 돌봐준다. 그런데 아들들은 돌봐주는 게 없다. 각자 자기 몫만 챙긴다. 공연하면서도 누나가 있고 없고가 눈에 확연히 들어온다. 집에는 아들도 필요하지만 딸도 있어야 한다.

아들들이 착하다. 그런데도 아들들만 있으면 전쟁이다. 아내가 통제하지 않으면 어렵다. 아내가 버겁다고 판단될 때는 내가 후방지원을 한다. 아이들이 크면 사춘기를 맞을 거다. 사춘기에는 자의식이 강해진다. 이럴 때에는 충돌이 일어나지 않도록 잘 돌봐야 할 것이다."

- 아들 둘을 낳고 셋째는 딸이길 바랐는가.
"매번 딸이 태어나기를 바랐다. 맨 처음에 아내와 가족계획을 세울 때는 아들 둘, 딸 둘이었다. 지금처럼 셋이 아니라 넷이다. 첫 애를 임신했을 때 병원에서는 딸이라고 이야기했다. 그런데 낳아보니 아들이었다. 아내는 울었지만 저는 (아들이라) '또 딸 낳으면 되지' 하며 쾌재를 불렀다. 이럴(아들만 셋인 상황) 줄은 몰랐던 거다.(웃음)"

- 그럼 넷째 계획도 있나. 
"이제는 그만 낳아야 할 것 같다. 아내가 '나를 딸이라고 생각하고 사는 건 어떻겠냐'고 할 정도가 되었다.(웃음) 크게 웃을 수밖에 없었다."

ⓒ 현대극장


- 2008년부터 꾸준히 연극에 출연하고 있다.
"대학교에서 연극을 전공했다. 방송, 영화와는 다른 살아있는 느낌이 있다. 무대에 오르면 관객과 그 즉시 호흡할 수 있다. 두 달가량 함께 고민하고 작업해서 하나의 작품이 나왔을 때, 방송과는 다른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이런 점이 라이브의 묘미가 아닌가 생각한다.

관객의 반응에 따라 공연의 완성도가 달라질 수도 있다. 극이 열릴 때 관객이 빨리 극에 몰입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배우의 몫이다. 관객이 극에 몰입하면 함께 호흡할 수 있는 건 그만큼 많아진다."

- 유태웅씨가 공연한 극단 화동연우회는 경기고등학교 출신만 가입할 수 있는 극단이다. 경기고등학교면 학업의 강도가 셌을 텐데 어떻게 연극에 심취할 수 있었는가.
"경기고등학교는 다른 학교에 비해 공부를 많이 하는 학교로 유명하다. 연극반 출신이 아니었지만 연극반 친구들과 교류가 있었다. 경기고등학교는 축제가 크게 열린다. 축제 때 연극반 친구들이 무대를 만들고 조명을 세워가며 공연하는 것을 봤다. 매력이 넘쳤다.

이때부터 연극에 대한 매력이 꽃피기 시작했다. 무대가 어릴 적부터 낯설지 않았다. 성극을 해보기는 했지만 연극이 내 전공이 될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되돌아보면 고등학교 연극반 친구들이 내 진로에 영향을 끼친 게 아닌가 생각한다."

유태웅 사운드 오브 뮤직 오! 마이 베이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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