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수목드라마 <피노키오>의 최달포(이종석 분, 위)와 최인하(박신혜 분).

SBS 수목드라마 <피노키오>의 최달포(이종석 분, 위)와 최인하(박신혜 분). ⓒ SBS


SBS 수목드라마 <피노키오>가 4회 만에 두 자릿수 시청률을 기록하며 흥행의 초석을 다졌다. <피노키오>는 근래 지상파에서 보기 힘들었던 짜임새 있는 구성과 탄탄한 이야기를 바탕으로 시청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피노키오>가 사회적인 문제를 던지면서도 오락성을 동시에 잡을 수 있었던 이유는 어두운 사건 속에서도 적절하게 유머를 구사하고 로맨스를 펼치며, 주인공들의 위기와 극복을 통한 성장까지 담아내는 유려한 이야기 구성에 있다. 다양한 이야기가 펼쳐지는 와중에서도 균형을 무너뜨리지 않는 작가의 필력은 갈수록 드라마를 흥미진진하게 만들고 있다.

<피노키오>의 가장 큰 이야기의 줄기는 남자 주인공 최달포(이종석 분)의 과거와 그 과거로 인해 펼쳐지는 현재의 상황이다. 여자 주인공인 최인하(박신혜 분)와의 만남도, 기자가 되는 운명도 모두 과거의 잔재로부터 시작된다. 그 과거는 모두 '거짓'으로 시작되었다. 최달포는 다른 이들의 거짓된 행동으로 말미암아 기하명으로 살았던 행복했던 일상을 모두 잃어버리게 된다.

거짓말로 인생이 무너진 남자와 거짓말을 할 수 없는 여자

'거짓말'은 이 드라마를 관통하는 가장 큰 화두다. 공장 인부들의 잘못된 정보로 인해, 소방대장이었던 기하명의 아버지 기호상(정인기 분)은 대원들을 이끌고 불이 난 공장에 들어간다. 이후 거짓말을 하지 못하는 피노키오 증후군인 목격자가 잘못된 사실을 전하면서 기호상은 소방관 9명을 사지로 내몰고 혼자만 살아남아 숨어버린 파렴치한 범죄자자가 된다. 그 오명을 뒤집어 쓴 가족들은 정상적인 삶을 살아갈 수가 없었고, 기하명의 어머니는 끝내 자살했다.

극 중에서 언론은 사건을 자극적으로 부풀리고 과장한다. 거짓말을 확대 재생산하고 피해자들보다는 화젯거리에 초점을 맞춘다. 그 결과로 나타난 한 가족의 파멸은 그들에게 '자살'이라는 또 다른 화젯거리일 뿐이다. 그 뒤에 숨은 그들의 고통이나 아픔은 너무나도 쉽게 치부되고 언론에 떠오른 표면만 부각되어, 그들에 대한 비난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는다. 과장도 허풍의 일종이라고 본다면, 현실에 살을 덧대고 자극적인 이야기를 만들어 낸 사람도 거짓과 깊은 관련이 되어 있다.

드라마는 그 거짓말을 함으로써 한 가정을 파멸로 몰아간 송차옥 기자(진경 분)에게 책임을 묻는 뉘앙스를 취한다. 그러나 여전히 그 기자 역시 자신의 직업상 최선을 다한 것뿐이라는 변호 역시 잊지 않는다. 그러나 거짓말로 인생이 파탄난 주인공이 부각되는 것은, 그 거짓이 결국은 단죄 받아야 하는 잘못이란 점에 더 무게를 싣는 일이다.

아이러니하게도 기하명은 거짓말에 희생된 후, 최달포라는 이름으로 자신의 인생을 거짓으로 살아야 한다. 더욱이 피노키오 증후군을 가지고 있어 거짓말을 할 수 없는 최인하는 거짓말로 얼룩진 최달포 인생의 대척점에 선다. 피노키오는 작가가 만들어 낸 가상의 증후군으로, 거짓말을 하려고 하면 딸꾹질을 하게 되는 증상을 일컫는다.

송차옥 기자의 딸이기도 한 최인하는 어머니에 대한 동경과 거짓말을 할 수 없는 성격 탓에 기자가 되기를 꿈꾼다. 그러나 그가 마주해야 하는 현실은, "수많은 거짓 속에서 진실이 떠오른다"는, "거짓말을 할 수 없는 기자는 기자가 될 수 없다"는 송차옥의 말처럼 냉정하다. 흔히들 '거짓말을 하면 나쁜 아이'라는 말을 하지만, 진실을 말할 수밖에 없는 것이 단점이 되는 세상의 냉정한 한마디이자 차디찬 현실이다. 

작가는 여주인공이 거짓말을 할 때뿐 아니라, 진실을 말하지 못할 때 딸꾹질이 멈추지 않는 설정을 통해 '정의'를 대변한다. 그리고 이 설정은 결국 어머니의 거짓된 행동에 스스로 철퇴를 내릴 수밖에 없는 딸의 운명에 대한 복선이다.

거짓말로 인해 인생이 무너지고 자신의 인생을 거짓으로 살아야 하는 최달포와 거짓을 말할 수 없어 그 거짓을 깨부수어야 하는 최인하을 통해 <피노키오>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영향력 있는 말 한마디의 무게다. 그런 무거운 주제를 긴박감 넘치는 이야기로 재탄생시켰기에 <피노키오>는 '명품'이라는 칭호를 듣기에 부족함이 없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기자의 개인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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