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9일 오전 CGV대학로 앞에서 영화인들과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멀티플렉스 극장들의 다이빙벨 상영 차별에 대해 공정위에 제소하는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11월 19일 오전 CGV대학로 앞에서 영화인들과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멀티플렉스 극장들의 다이빙벨 상영 차별에 대해 공정위에 제소하는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시네마달


<다이빙벨> <또 하나의 약속> <천안함 프로젝트> 이 세 영화의 공통점은? 하나같이 대기업 멀티플렉스(복합상영관)에서 상영되지 않아 관객과의 만남이 가로막혔다는 점이다. 지난해와 올해 개봉됐던 세 영화는 온갖 악조건 속에서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세월호 참사를 다큐 영화로 담아 요즘 한창 논란의 중심이 되고 있는 <다이빙벨>은 현재 진행형이다.

대기업들이 멀티플렉스를 앞세워 극장을 독과점하고 있는 현실에서 창작과 표현의 자유가 위축되는 모습이다. 권력과 자본의 커넥션에 힘없는 영화들이 속수무책 당하고 있다는 자조가 나온다. 언급한 영화들이 다루고 있는 천안함 사건과 대기업 삼성, 세월호 참사 등 예민한 사안을 소재로 하면 작품을 선보이는 것도 쉽지 않다는 것을 예시하는 듯하다.

<다이빙벨>은 논란의 정도가 심할 만큼 이 같은 횡포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보다 못한 영화·시민단체가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에 제소했다.

"극장에 돈을 벌어주는 영화를 거부하고 있다"

"관객이 없는데 무작정 틀어달라는 의미가 아니다. <다이빙벨>은 분명 독립영화로서 좋은 기록을 세우고 있다. 심지어 관객들이 돈을 모아 대관 신청을 했는데도 거부당했다. 극장에 돈을 벌어주고 있는데 이를 거부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19일 오전 CGV 대학로에서 열린 멀티플렉스 차별행위 공정위 신고 기자회견에서 <다이빙벨> 배급사 시네마달 김일권 대표는 멀티플렉스의 불공정 행위에 대해 부당함을 토로했다.

김 대표의 말대로 멀티플렉스의 <다이빙벨> 죽이기는 너무 노골적이다. 대부분의 멀티플렉스 상영관들이 <다이빙벨>을 철저히 외면하고 있다. 특히 CGV와 롯데는 대관 상영마저 거부하며 지탄을 받고 있다. 메가박스는 경기영상위원회의 다양성영화상영지원 프로그램인 G시네마 극장(안산 백석 영통 평택)에서만 한시적으로 상영됐다.

메가박스 상영의 경우 G시네마 예산을 지원하는 경기도청 쪽에서 <다이빙벨> 상영에 대한 불편함을 나타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규정상 프로그램 선정위원회가 결정한 작품을 상영하는 것이기에 제약은 받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했다. 롯데시네마는 이번 주부터 목포점 한 곳에서 상영관을 열었으나 지역 시민단체들의 요구가 있었던 상황에서 형식적으로 비쳐지고 있다.

국내 멀티플렉스의 한 관계자는 "개봉 한 달이 다 된 시점에서 <다이빙벨>을 상영할 계획이 없다"고 강조했다. 대관 상영에 대해서도 "일부 상영관에서 상영했던 사례가 있던 것 같은데 직영관이 아닌 위탁 극장들이었다"며 "일반적으로 우리 극장에서 상영하고 있는 작품이 아닌 경우는 원칙적으로 대관 상영을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공정위 등에서 불공정행위로 결정이 나면 상영해야 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그 부분에 대해서 딱히 더 이상 언급할 말이 없다"고 덧붙였다.

일부 멀티플렉스 관계자는 개인 의견을 전제로 "우리도 답답한데 뭐라고 할 말이 없다. 욕먹어도 달리 방법이 없다"며 "비판여론이 일고 있지만 직원으로서 의견을 밝히기는 어려운 현실"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권력의 눈치를 보는 행태임을 묵시적으로 시인하는 모습이다.

권력 개입 의혹 속 자유시장경제 외면하는 멀티플렉스

 대기업이 운영하는 멀티플렉스 CGV와 롯데시네마

대기업이 운영하는 멀티플렉스 CGV와 롯데시네마ⓒ CGV, 롯데시네마


문제는 대기업 멀티플렉스들이 국내 영화관의 90%정도를 차지하고 있는 현실에서, '갑'이라고 할 수 있는 극장들의 일방적 행태에 '을'의 위치에 있는 영화들이 일방적으로 당할 수밖에 없는 점이다. 지난해 9월 <천안함 프로젝트>가 일방적으로 상영이 취소되는 봉변을 당한 이후 같은 일이 연이어 되풀이되고 있다.

지난 2월에는 삼성반도체 피해자를 소재로 한 영화 <또 하나의 약속>이 큰 피해를 입었다. 예매율과 좌석점유율 등 흥행과 관련한 수치가 높았음에도 멀티플렉스들이 상영관 배정을 노골적으로 회피하면서 사실상 흥행을 가로막았다.

<다이빙벨>로 같은 일이 세 번째 반복되는 것이다. 영화산업의 대기업 수직계열화가 심화되면서 생겨난 폐해로 독과점 체계가 공고화되면서 영화의 흥행을 방해하는 정도까지 된 것은 심각한 문제로 인식되고 있다. 여기에 정치권력에 대한 눈치 보기가 결합되면서 시장을 교란하는 상황으로 발전하고 있는 모습이다.

권력의 개입 의혹이나 눈치 보기 행태에 대해 이들 멀티플렉스들은 "상영할 작품들이 너무 많다"거나 "자체 상영 기준과 부합하지 않는다"는 이유를 들며 부인하는 모습이지만 설득력이 떨어진다. 세 작품 모두 관객들이 관심을 보이면서 매진이 이어지는 등 흥행이 입증됐기 때문이다.

대관 상영의 경우, 극장들 입장에서 좋은 조건임에도 이를 거부한 것은 납득하기가 쉽지 않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배우 문성근이 트위터에 올린 표현대로 "자유시장경제에서 돈이 벌리는 게 확실한데"도 극장이 외면한 것이다.

이 때문에 멀티플렉스 극장들이 독립예술영화를 돕겠다는 명분아래 각종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는 것이 공허하게 보일 뿐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수익성을 고려해 독립영화 지원을 이유로 투자배급에까지 나서고 있는 행동은 이중적으로 비쳐지고 있다.

<다이빙벨>을 공동 연출한 안해룡 감독은 "돈 되면 다 상영해 놓고 상영 계획을 운운하고 있고, 독립영화 발전을 지원하다고 관객이 드는 영화만 선택해서 돈벌이 되는 영화만 트는 극장들이 졸렬한 자기변명을 하고 있다"고 대기업 멀티플렉스들을 비판했다.

"대기업 수직계열화 손보지 않고는 횡포 막기 어려워"

 대기업 멀티플렉스로부터 외면받고 있는 영화 다이빙벨

대기업 멀티플렉스로부터 외면받고 있는 영화 다이빙벨ⓒ 시네마달


멀티플렉스들의 불공정 행위에 대해 공정위 제소가 이뤄졌지만 제도적인 보완장치 마련도 필요하다는 요구가 나오고 있다.

현재 국회에 발의된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에는 '복합상영관에 1개관 이상의 독립영화전용관 또는 예술영화전용관을 운영하도록 하는 의무를 부여'하는 것과 '표준계약서 강화를 통해 상영 일수를 보장하는 내용', 정당한 사유 없이 외부에서 상영에 대해 간섭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혹은 5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하는 내용' 등이 담겨 있다. 주로 지난해 <천안함 프로젝트> 상영 중단 논란 이후 발의된 내용들로 일명 '천안함프로젝트법'이라고도 불린다.

하지만 적극적으로 관심을 갖는 의원이 많지 않고, 의원 간 발의된 법률안을 조정해야 되는 절차가 필요해 언제 처리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또한 멀티플렉스들의 일방적인 상영 거부나 회피에 대해서는 공정위 제소 외에는 방법이 많지 않다.

따라서 궁극적으로는 대기업의 영화산업 수직계열화를 통한 독과점 문제를 손봐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배급과 상영을 분리해야 한다는 주장은 영화계에서 계속되고 있다. 한 영화계 인사는 "대기업 수직계열화는 워낙 고질적인 현안이기 때문에 이를 건드리지 않고는 멀티플렉스들의 이런 전횡을 막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영화정책을 맡고 있는 영화진흥위원회에 대한 비판도 커지고 있다. <또 하나의 약속> 때는 제작사 측이 영진위 산하 '공정경쟁 환경 조성 특별위원회'에 제소하면서 일부 상영관이 스크린을 추가 배정하기도 했으나 <다이빙벨>의 경우 아무런 역할을 못하고 있다. 영진위가 직영하고 있는 독립예술영화관 인디플러스에서조차 운영진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영진위에서 공식적인 상영 거부 결정을 내리면서 <다이빙벨> 상영이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권력과 자본의 야합 속에 창작과 표현, 상영의 자유가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다는 비판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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