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 프럼 어스 로 프로듀서에 데뷔한 이원종

▲ 맨 프럼 어스 로 프로듀서에 데뷔한 이원종 ⓒ 올라운드엔터테인먼트


SBS 월화드라마 <비밀의 문>에 출연 중인 배우 이원종은 연극 <맨 프럼 어스>로 공연 프로듀서에 입문했다. 2007년 개봉한 영화 <맨 프럼 어스>는 1만 4천 년 전부터 지금까지 현재의 모습 그대로 죽지도 않고 늙지도 않은 채 살아온 올드맨의 이야기를 그린다.

그런데 공연이 만들어지는 과정이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연극 제작발표회 당시 이원종은 "영화의 판권이 해외 작가에게 있는데, 이를 해외(한국) 공연으로 올리는 걸 작가가 허락하지 않아서 국제 변호사까지 선임해가며 판권을 획득했다"고 전했다. 그런 이원종의 산고 덕에 <맨 프럼 어스>는 세계에서 처음으로 연극무대에 올 수 있는 기념비적인작품이 되었다.

알고 보면 이원종 프로듀서는 일 욕심이 많은, 아니 열정적인 인생을 추구하는 사람이다. 방송 활동을 놓지 않으면서, 공연의 프로듀서도 모자라 배우로도 출연한다. 그 어떤 갈망이 이원종을 1인 3역의 팔방미인으로 만들었을까. 해답은 바로 아래의 인터뷰 안에 있다.

"행정학과 다니며 뒤늦게 연극 공부, 저돌적으로 쫓아갔다"

- 판권을 얻기 위해 국제변호사까지 선임할 정도로 <맨 프럼 어스>가 매력적이었나.
"삶이 팍팍하면 자신의 삶과는 다른 방향으로 관심을 가지게 된다. 가령 <별에서 온 그대>는 멜로드라마가 지구에서 외계로 확장된 방식이다. 일상에서 벗어난 이야기로 일상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이 있을까 고민해 보았다. 많이 고민한 가운데서 영화 <맨 프럼 어스>가 강렬하게 마음에 남았다.

<맨 프럼 어스>는 논리가 탄탄한 이야기 구조를 갖고 있다. 극 중 이야기에 빠져들다 보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지구를 벗어나게 된다. 어느 교수(올드맨)의 거실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지만 이야기에 빠져들다 보면 1만 4천 년 전 선사시대나 역사 속 어느 한 순간에서 파란 지구를 내려다보고 배우들이 이야기한다는 걸 발견할 수 있다.

 연극 <맨 프럼 어스>의 한 장면.

연극 <맨 프럼 어스>의 한 장면. ⓒ 올라운드엔터테인먼트


영화 <인터스텔라>만 해도 비주얼이 화려해서 그렇지, 중력과 끌림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지구가 적당한 중력으로 우리를 끌어주어서 우리가 땅에 발을 붙일 수 있다. 지구가 인력으로 우리를 끌어주듯이 사람끼리의 끌림, 사람끼리의 중력 덕에 사회가 구성되고 행복을 추구할 수 있다.

일상에서 빠져나와서 밖에서 바라보는 지구처럼 이야기를 이끌어가면서도 일상을 되돌아볼 수 있는 영화가 바로 <맨 프럼 어스>였다. <맨 프럼 어스>를 우리나라 작가가 썼다면 판권 때문에 애먹지는 않았을 것이다. 판권을 잘 안 주려고 하니까 오기로 끝까지 매달렸던 것 같다."

- 보통의 프로듀서라면 그렇게까지 난항을 겪을 때 다른 작품으로 눈을 돌렸을 텐데, 끝까지 판권을 획득하는 우직함이 돋보인다.
"배우를 하면서 무언가를 끝까지 추구하는 우직함이 생겼다. 행정학과를 다니면서 연극 동아리 활동을 할 때 연극에 대한 책을 단 한 번도 읽어보지 않았다. 이래서는 안 되겠다 싶어서 도서관에서 '연극'과 '무대'라는 제목이 들어간 책은 밤을 꼴딱 새면서 모두 읽었다.

학문이라는 건 체계가 있어야 한다. 무작위로 책만 읽었더니 머릿속에서 체계가 잡히지 않고 혼선이 생기기 시작했다. 연극영화과가 있는 대학교를 모두 찾아다니면서 각 학교의 커리큘럼을 받아왔다. 연영과의 커리큘럼대로 도서관의 연극 관련 책을 다시 읽기 시작했다.

책만 읽은 게 아니다. 연영과 강의 청강도 해보았다. 그제야 연극에 대한 체계가 잡히기 시작했다. 브레히트와 프랑스의 잔혹극 등이 머릿속에 체계적으로 잡히자 열 편의 연극을 연출할 수 있었다. 다른 배우들은 저만큼 멀리 가 있었는데 저만 늦었다는 생각에 앞만 보고 달려가도 저 배우들을 쫓아갈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저돌적으로 인생을 살아온 것 같다."

이원종 "<맨 프럼 어스> 프로듀서를 맡은 큰 이유 중 하나가 무대에 서고 싶은 갈망 때문이다. 제가 만드는 공연의 무대에 제가 올라야 된다고 생각했다."

▲ 이원종 "<맨 프럼 어스> 프로듀서를 맡은 큰 이유 중 하나가 무대에 서고 싶은 갈망 때문이다. 제가 만드는 공연의 무대에 제가 올라야 된다고 생각했다." ⓒ 올라운드엔터테인먼트


- 드라마 찍는 것도 바쁜데 프로듀서도 모자라 배우로 직접 무대에 오르기까지 한다.
"전부터 연극을 같이 하자는 제스처는 많았다. 공연에 출연하자는 제의가 들어왔을 때 더블 배역이면 하지 않은 것도 있다. 원캐스트를 소화하려면 시간을 비워야 하는데 스케줄 상 맞지 않았다. 그럼에도 국립국악원에 계신 인간문화재 선생님들이 공연할 때 연출을 맡았다. 무대에 대한 갈망을 연출로 조금씩 해소했다.

이번 <맨 프럼 어스> 프로듀서를 맡은 큰 이유 중 하나가 무대에 서고 싶은 갈망 때문이다. 제가 만드는 공연의 무대에 제가 올라야 된다고 생각했다. 원래는 원캐스팅으로 소화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모든 방송을 세 달가량 접어야 한다. 할 수 없이 원캐스팅을 포기해야만 했다. 제가 만들면 무대에 올라도 되지 않겠나 생각해서 배우로 무대에 올라 무대에 대한 갈망을 해소할 수 있었다."

- 드라마 <비밀의 문>에서 박문수로 출연하고 있다.
"오래 전부터 박문수는 꿈꾸던 배역이었다. 사극의 한 페이지를 장식할 수 있는 게 <비밀의 문> 대본이다. 어떤 이야기를 드라마 작가나 PD가 하고 싶다고 치자. 현대물로 그리면 직유법이 되고 만다. 사극은 직유법와 은유법이 동시에 가능하다. <비밀의 문>은 정치, 경제적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를 사극으로 풀어갈 수 있는 정점에 다다른 드라마다.

박문수는 영조와 연배가 비슷하다. 제가 어릴 적만 해도 '어사' 하면 튀어나오는 연상어가 박문수였다. 재미있는 사실은 아무리 사료를 뒤져보아도 박문수의 암행어사 기록을 찾기가 쉽지 않다는 거다. 조선왕조실록은 왕의 언행을 하나 하나 자세하게 묘사했다. 왕의 말이 너무 험하면 사관은 '이걸 어찌 써야 할지' 하고 난감해 한 기록도 있다. 조선왕조실록 같은 디테일한 기록에도 박문수에 대한 이야기는 없다.

(다른 사초에서) 박문수가 백성을 구휼한다는 기록이 한 번 있기는 하다. 구휼을 해도 자신의 업적으로 쌓지 않고 영조의 업적으로 돌리는 정치적인 인물이 박문수 어사다. 민본의 중요성과 왕권이라는 절대 가치에 대해 확실한 신념이 있던 인물이다.

<비밀의 문>의 큰 덕목 가운데 하나가 박문수의 재발견이다. 박문수는 충청도와 전라도에 간 기록이 없다. 그럼에도 이 지역에 마치 간 것처럼 구전으로 언급된 건 당시 민생이 피폐한 상태에서 박문수와 같은 구원자가 오기만을 기다렸던 열망의 표현이 아닐까도 짐작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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