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부산국제영화제 <다이빙벨> 첫 상영 및 관객과의 대화에서 이상호-안해룡 공동감독이 관객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영화제 직후 개봉한 <다이빙벨>은 3만 관객을 돌파하며 흥행하고 있다. <다이빙벨>은 2014년 4월16일 침몰한 세월호 구조현장에 투입된 '다이빙벨'을 목도한 제작자가 세월호를 둘러싼 의문을 영상에 담은 다큐멘터리다.

지난 10월 부산국제영화제 <다이빙벨> 첫 상영 및 관객과의 대화에서 이상호-안해룡 공동감독이 관객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영화제 직후 개봉한 <다이빙벨>은 3만 관객을 돌파하며 흥행하고 있다. <다이빙벨>은 2014년 4월16일 침몰한 세월호 구조현장에 투입된 '다이빙벨'을 목도한 제작자가 세월호를 둘러싼 의문을 영상에 담은 다큐멘터리다. ⓒ 이정민


<다이빙벨> 상영에 따른 후폭풍이 부는 걸까? 부산영화제를 포함한 국내영화제들에 대한 감사원의 감사소식이 알려지면서 '표적 보복 감사' 논란이 일고 있다. 국내 영화제의 한 관계자는 "영화제들에 대한 감사가 통보됐다"며 "이번 감사는 감사원에서 직접 하는 것으로 일부 영화제의 경우 이번 주부터 감사가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감사원의 이번 감사는 일단 국고보조를 받는 국제영화제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비지원을 받는 영화제는 지난해 6개 영화제에서 올해 7개로 늘어났다. 부산국제영화제, 전주국제영화제,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등이다. 올해 처음으로 5000만원 예산 지원을 받은 DMZ다큐멘터리영화제가 포함된 것도 이례적이다.  

국비 지원을 받는 입장에서 감사원의 감사는 타당하다고 볼 수도 있지만 영화계는 이번 감사를 <다이빙벨> 상영으로 인한 보복성 표적 감사로 보는 시선도 있다. 감사를 받지 않는 국내 다른 영화제의 한 관계자는 "부산영화제만 지목하는 것은 너무 티가 나니 다른 영화제들도 포함한 것 아니겠냐"며 "부산을 제외한 다른 영화제들에 대해서도 압박하려는 정치적 성격이 짙은 것으로 보인다"는 의견을 밝혔다. 목표는 부산영화제지만 다른 영화제들에 대해서는 경고성 성격이 깔려 있다는 게 일부의 시각이다.

감사원의 감사는 지난 2009년에 이어 5년 만이다. 당시도 특별조사국이 나서면서 정치적 감사라는 시선이 팽배했다. 이명박 정부 당시 영화계 좌파청산이란 이름아래 국내 영화계와 극심한 대립을 겪는 과정에서 진행됐기 때문이다. 이런 과정을 겪으면서 당시 42억이던 국제영화제 국고지원이 35억으로 줄었다.

한 영화제 관계자는 "우리는 감사가 시작됐다"고 확인하면서 "부산영화제도 다음 주부터 진행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또다른 영화제 관계자는 "감사원으로부터 국고를 지원받는 계좌 통장, 사용내역에 대한 증빙 서류 등을 제출하라는 통보가 왔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국고 지원의 경우 사용처가 정해져 있어 인건비나 사무실 임대료 등에는 사용할 수 없기에 표면상으로는 그런 것을 확인해 보려는 것 같지만, 대부분 영화제들이 국비 사용 내역 외에 전체 예산 내역에 대한 결산 자료 제출도 요청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부산영화제, 감사원에 이어 부산시도 감사 예정..."명백한 표적 감사"

 지난 10월 6일 열린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부산국제영화제(BIFF) 상영작인 <다이빙벨>에 대한 상영 반대 입장을 밝혀온 서병수 부산시장은 앞으로도 논란이 있는 상영작에 대해서는 지속적으로 의사를 밝히겠다는 뜻을 전했다.

지난 10월 6일 열린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부산국제영화제(BIFF) 상영작인 <다이빙벨>에 대한 상영 반대 입장을 밝혀온 서병수 부산시장은 앞으로도 논란이 있는 상영작에 대해서는 지속적으로 의사를 밝히겠다는 뜻을 전했다. ⓒ 정민규


부산영화제의 경우 감사원 감사 외에 부산시가 '지도 감독'이란 이름하에 사실상의 감사도 예정돼 있다. 부산지역방송 KNN의 11일 보도에서 부산시 관계자는 "그동안  예산 규모로 봐서도 비교가 안 될 정도임에도 불구하고 영화제 조직위원회에 대한 (감독을) 안했다. 이번에는 (법인 지도 감독을) 한번 할 예정"이라고 감사 계획을 밝혔다.  

이와 관련, 부산지역 한 영화계 인사는 "명백한 표적성 보복감사다"라고 주장했다. "서병수 시장이 폐막식에서 레드카펫 입장도 안했고, 폐막 리셉션도 불참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때부터 예견된 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영화제 운영과 관련한 여러 사안에 대해 철저히 원칙을 지키면서 독립성을 제고한 게 아니라 무슨 일이 있을 때마다 임기응변식으로 모면하는데 급급해 적절히 수세적으로 타협해 온 부산영화제가 자초한 측면이 크다"고 지적했다.

감사와 관련해 부산영화제 측은 "일단은 철저히 준비하고 있다"며 말을 아꼈다. 감사원과 부산의 자료 제출 요구가 광범위 하는지 묻는 질문에는 "그렇다"고 짧게 답했다.

보복 감사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부산시의 태도는 전임 시장과 비교되는 모습이다. 전임 허남식 시장 시절 좌파공세를 겪으며 영화제에 대한 국고 보조가 줄었을 때, 부산시는 지원예산을 32억에서 56억으로 크게 늘렸다. 공식 기자회견 때도 부산뿐만 아니라 서울을 직접 찾기도 했다. 영화제에 대한 감사원의 감사에도 신경을 기울이며 외부의 흔들기에 적극 대처했다.

하지만 서병수 시장의 부산시는 취임 첫해 영화제 프로그램에 간섭하려는 모습을 보여 영화계의 비판을 초래했다.행정가 출신 시장과 정치인 시장의 차이라는 평가도 있다.

부산영화제 명예 집행위원장인 김동호 문화융성위원회 위원장에 대한 비판도 제기되는 분위기다. 일부 영화계 인사들은 "영화제의 사정을 잘 아는 김 위원장이 문화융성위원장으로서 외부 간섭에 대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소극적인 행동을 보이고 있다"며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치사하고 몰상식한 경우, 표현의 자유 위협"

 19회 부산영화제에 참석한 영화인들이 3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우동 영화의전당 앞에서 열린 <철저한 진상규명이 보장된 세월호 특별법 제정 촉구 영화인 1123인 선언>에서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19회 부산영화제에 참석한 영화인들이 3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우동 영화의전당 앞에서 열린 <철저한 진상규명이 보장된 세월호 특별법 제정 촉구 영화인 1123인 선언>에서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이정민


부산영화제에 대한 감사원과 부산시의 이번 감사는 국고 지원과 함께 영화제 예산을 삭감하기 위한 수순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다이빙벨> 상영 논란 당시, 예산을 줄이는 방식으로 영화제를 압박할 것이라고 예상한 영화계 인사들도 있었다.

일단 영화계는 감사 소식을 주시하면서 정치적 탄압에 대해서는 단호히 맞서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해외 영화계 역시 부산영화제 당시 <다이빙벨> 논란이 외신에 비중 있게 보도된 상태라 한국의 상황에 관심을 나타내는 분위기다. 외신의 관심도 커서 국제적 논란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한국영화감독조합 부대표인 정윤철 감독은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치사하고 몰상식한 경우"라는 표현을 쓰며 감사 소식을 강하게 비판했다. 정 감독은 "영화제에서 <다이빙벨>을 결국 상영했다고 끝나자마자 대대적인 감사를 하다니, 정말 표현의 자유가 본격적으로 위협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정 감독은 또한 "이래선 그 누구도 민감한 사안은 영화제나 극장에서 상영을 겁내할 수밖에 없다. 중국처럼 모든 영화가 사전 검열 받는 민주주의 후진국으로 갈 것인가? 국민을 호구로 알지 않고선 이렇게 노골적으로 영화제를 때려잡진 못할 것이다"라고 불쾌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이어 "헌법에 보장된 대한민국 문화와 표현의 자유를 짓밟는 대참사가 아닐 수 없다. 세월호의 진정한 비극은 바로 이것이다. 배와 함께 침몰한 것은 생명만이 아니었다. 민주주의도 함께 실종된 것이다"고 분개했다.

영화제 흔들기, 국내 영화산업에도 영향

 중국기업들의 대거 참여 속에 눈에 띠게 성장한 올해 부산국제영화제 아시아필름마켓. 영화를 사고 파는 시장인 필름마켓이 커지면서 산업적 영향력도 강화되고 있다.

중국기업들의 대거 참여 속에 눈에 띠게 성장한 올해 부산국제영화제 아시아필름마켓. 영화를 사고 파는 시장인 필름마켓이 커지면서 산업적 영향력도 강화되고 있다. ⓒ 부산국제영화제


국내 영화제들은 예산 삭감 가능성에 대해 긴장하는 분위기다. 국고지원의 경우 도비와 시비 지원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 아시아필름마켓이 성황을 이룬 부산영화제의 경우는 해외 영화제들과의 경쟁에서 밀릴까봐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올해 아시아필름마켓이 대성황을 이루면서 영화제가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았는데, 물거품이 될까 우려하는 것이다.

필름마켓은 아시아에서 홍콩이나 도쿄가 강세지만 올해 부산영화제에 중국 기업들의 참여가 크게 증가하면서 주목받았다. 예산이 더 필요한 상황인지라 감사에 문제가 없을 경우 예산을 더 늘려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온다.

부산영화제 관계자는 "홍콩이나 도쿄를 확실히 앞설 수 있다. 아시아필름마켓의 경우 올해 예산이 10억이 채 안 됐는데 이를 제대로 성장시키려면 50% 정도의 예산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영화제가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춰 나가는 시기라는 점에서 정치적인 이유로 흔들릴 경우 국내 영화산업에 미칠 영향도 클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일부 잡음이 일고 있는 영화제에 대한 감사는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최근 스태프 계약서 미작성과 임금 체불 등의 문제로 논란을 겪고 있는 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는 최근 영진위로 부터 임금체불 등에 대해 시정권고를 받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운영과정이 투명하지 못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영화제 측은 영진위의 권고에 불만을 나타내며 소송도 불사하겠다는 태도라  잡음이 커지고 있다.

부산국제영화제 다이빙벨 감사 영화 정윤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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