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문>에서 이중적인 모습의 전교 부회장 창민 역할을 맡은 배우 남성준.

<소문>에서 이중적인 모습의 전교 부회장 창민 역할을 맡은 배우 남성준.ⓒ 남성준


상명대학교 영화학과 출신의 배우 남성준(27). 서른 편 이상의 독립영화에 출연하며 잔뼈가 굵어 '독립영화계의 설경구'로 불리는 그가 영화 <비정한 도시>에 이어 옴니버스 영화 <레디액션 청춘> 중 김진무 감독이 연출한 <소문>으로 돌아왔다.

극 중에서 전교 부회장 창민 역할을 맡아 반듯한 모범생 이미지를 보여주지만 전교 회장이 된 정우(동해 분)의 뒤통수를 치는 인물을 연기했다. 특히 영화의 말미, 동해를 향한 남성준의 비릿한 웃음 뒤에 잠재돼 있는 연기적인 내공은 어마어마해 보인다. 앞으로 쟁쟁한 충무로 신스틸러들의 자리를 꿰찰지 기대해 볼만하다.

- <레디액션 청춘>의 <소문>에 어떻게 합류하게 됐는지.
"김진무 감독님과 처음 만나게 된 것은 스무 살 때, 저는 상명대학교 영학과 새내기였다. 그때 감독님이 상명대에서 제작하는 영화의 연출을 맡게 됐는데, 전 1학년이어서 장편에 들어갈 엄두조차 못 낼 상황에서 영화 출연을 제의하셨다. 그때 장편 <지상의 물고기>를 찍으면서 감독님과 함께 일을 시작하게 됐다. 그 인연을 시작으로 함께 자취방에서 살기도 하고, 감독님의 영화 <지상의 물고기> <휴일> <신이 보낸 사람> <소문>까지 네 작품을 모두 함께 하게 됐다."

- <소문>에서 학교 전체 부회장이자 2학년 회장 김창민 역으로 출연했다. 정말 모범생에, 선배인 정우(동해 분)를 깍듯하게 존경하는 듯하지만, 마지막에 180도 달라지는 인물이었다.
"정말 하고 싶었던 배역이었다. 뭔가 착한 척하다가 나쁘게 뒤바뀌는 모습을 동시에 보여드릴 수 있는 역할이라 해보고 싶었다. 작품 전체적으로 봤을 때는 '심판자' 같은 느낌이다. '너는 잘못 했으니 내가 너를 심판하겠다' 정도의 톤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창민이 잘 했다고 볼 수는 없고. 본색을 드러내지 않고 숨기려고 하다가 막판에 본색을 드러내는 인물이라 고민을 많이 했다."

"선과 악, 양면성을 가진 얼굴...배우로서 축복이다"

 <소문>의 한장면. 동해와 남성준.

<소문>의 한장면. 동해와 남성준.ⓒ 인벤트스톤


- 극 중 정우와 함께 하는 퇴교길에 대반전이 있었다.    
"실제로 창민은 아주 계산적이고 정우보다 더 무서운 인물이다. 처음에 시나리오만 봤을 때는, '본색을 드러내야지' 하는 의지도 있었는데, 연기를 하면서는 창민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대로 표출하려고 했다. 그동안 참아 왔던 창민의 속내를 드러내는 퇴교길 장면이 가장 중요하기도 했고 그래서 아쉬움도 많이 남는다."

- 정우를 향해 짓는 비릿한 웃음도 인상적이었다. 착할 것만 같은 얼굴에 악한 얼굴도 공존하더라.
"감독님들이나 영화 관계자 분들이 '얼굴에 선과 악이 있다'고 양면성을 가졌다는 말을 많이 해주셨다. 가난과 부 등 얼굴이 어느 한쪽으로 치중되지 않고 많은 것을 얼굴에 담고 있다는 것은 축복인 것 같다."

- 동해와의 호흡은 어땠는지.
"둘이 호흡이 잘 맞는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이번 작품을 하면서 동해한테 배우로서의 자세를 많이 배웠다. 동해는 어떻게 보면 아이돌 중에서도 톱아이돌인데 그 부분을 먼저 풀어 놓고 인정하고 다가온다. 아직 베테랑 배우는 아니지만 연기적으로도 굉장히 느낌도 좋았다. 연기하면서도 서로 거리낌 없이 호흡을 맞췄던 것 같다."

"'자도 되니까 꿈을 가져라'...나를 바꿔놓은 선생님"

남성준 "생활에서나 연기적인 부분에서도 여유를 가지며 연기하고 싶다. 연기적으로는, 외형적이지 않고 내면의 에너지가 강한 배우가 되고 싶다. 가만히 있어도 내면적으로 에너지가 강한 배우."

▲ 남성준"생활에서나 연기적인 부분에서도 여유를 가지며 연기하고 싶다. 연기적으로는, 외형적이지 않고 내면의 에너지가 강한 배우가 되고 싶다. 가만히 있어도 내면적으로 에너지가 강한 배우."ⓒ 남성준


- 실제 성격은 어떤가. 
"실제 내성적이기도 하다. 표현을 잘 안 하고 안으로 담고 있는 스타일이다. 그래서 연기를 하면서 감정들을 푸는 방식으로 살아가는 것 같다. 그래서 더 연기에 대해 갈망이 있는지도 모르겠다. 연기할 때 내 안에 담아 둔 것들을 풀어 낼 때의 희열감도 있다."

- '독립영화계의 설경구'라는 애칭이 있는 것으로 안다.
"서른 편 이상의 독립영화에 출연했다. '독립영화계의 설경구'라고 불러 주신 계기? 예전에 정동극장에 셰익스피어 100주년 기념 공연을 할 때였는데 제가 너무 좋아하는 설경구 선배님이 오셔서 종이에 사인 받으려고 갔다. 그때 제가 고2였는데, 매니저 분이 종이를 받더니 '경구야 네 동생 아니야?'라고 하셨는데, 설경구 선배님이 '와 진짜 나 닮았다'고 하셨다."

- 앞으로 어떤 배우가 되고 싶은지.
"여유를 찾고 싶다.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야겠다는 배우로서의 욕심을 가지고 오디션도 보는데 생활이나 연기적으로나 모든 패턴에서 힘이 들어간 거 같다. 그렇지만 아무리 힘이 들어간다고 한들 여유를 이길 수는 없는 것 같다. 그래서 생활에서나 연기적인 부분에서도 여유를 가지며 연기하고 싶다. 연기적으로는, 외형적이지 않고 내면의 에너지가 강한 배우가 되고 싶다. 가만히 있어도 내면적으로 에너지가 강한 배우."

- 배우가 되기까지 특별히 감사한 사람이 있나.
"고등학교 2학년 때까지 싸움을 잘 하거나 그러지도 않았지만 공부도 잘 하는 편이 아니었고 그저 열심히 놀았다. 고등학교 2학년 때 담임선생님을 만났는데 따로 저를 불러서 일대일로 세족식을 해주셨다. 수건으로 발을 다 닦아주시고 노트 한권을 내밀어주셨다.

'1교시부터 8교시까지 자도 된다. 근데 이 공책에 너의 꿈을 한글자라도 써라. 그리고 그걸 전해주고 가라'는 것이었다. 정말 자도 되니까 괜찮은 조건인 것 같았다. 그래서 그 공책에 한 글자씩 쓰고 그랬다. 그러다가 꿈을 써보기 시작했는데 꿈을 쓰면 선생님이 같이 학원에 가주었다.

그래서 선생님이랑 컴퓨터학원, 모델학원 등 안 가본 학원이 없었다. 그러다가 마지막에 학기가 끝날 때쯤 연극을 보여주셨다. 그래서 (꿈을 적는 노트에) '배우'라고 적어 놓았는데 선생님이랑 같이 연기학원을 가게 됐다. 그 당시 남경읍 선생님을 만났는데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해주셨고, 거기 있는 배우 분들을 보여주시는데 너무 멋있었다. 고2 말 때부터 '이거다!' 싶어서 연기를 시작했다.

그 선생님이 <무한도전>에 출연하셨던 한국사 최태성 선생님이다. 그 선생님을 만나고 거의 하위권이었던 내가 중간고사 때 전교 12등까지 했다. 그만큼 꿈이 무서운 거 같다. 아직도 찾아 뵙지 못 하고 있는데 나중에 꼭 연락드리고 시사회에도 모시고 싶다. 정말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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