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방영한 MBC <무한도전-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 한 장면

지난 8일 방영한 MBC <무한도전-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 한 장면 ⓒ MBC


지난 8일 방영한 MBC <무한도전-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이하 <무한도전-토토가>)에는 방송 내용과는 별도로 상당히 유감스러운 일이 있었다. <무한도전> 초창기부터 동고동락해온 노홍철이 음주운전 적발로 인해 그 책임을 지고 사과하는 의미에서 <무한도전> 하차를 결정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난 8일 <무한도전> 방영분은 프로그램을 떠나는 노홍철을 최대한 편집하여 내보내야만 했다.

박명수, 정준하가 기획한 <무한도전-토토가>는 비록 지난 1일 방영한 <무한도전-특별 기획전>에서 김영희PD, 권석PD, 김유곤PD, 김성원 작가 등으로 구성된 예능 전문가들에게는 참신하지 않다는 이유로 다소 시큰둥한 반응을 자아냈지만, 박명수의 말마따나 그 어느 때보다 폭넓은 시청자층을 끌어모을 수 있는 절호의 특집이다.

물론 90년대 인기 있었던 가수들을 한 자리에 모아 콘서트 형식의 공연을 한다는 것은 이미 <청춘콘서트>, 명절 특집 등의 이름으로 기획, 제작됐다. 과거 큰 인기를 끌었던 MBC <토요일 토요일은 즐거워>와 몇 년 전 대한민국 예능계에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MBC <일밤-나는 가수다>(이하 <나는 가수다>)의 프로그램 명의 일부를 교묘하게 짜깁기한 것처럼, 분명 <무한도전-토토가>는 기존에 진행하고 있던 TV 프로그램, 공연물의 또 다른 연장선일 뿐이다.

 지난 8일 방영한 MBC <무한도전-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 한 장면

지난 8일 방영한 MBC <무한도전-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 한 장면 ⓒ MBC


하지만 그간 대중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TV 프로그램이 모두 기존에 없던 새로움과 참신함을 보여줬기 때문에 인기를 끈 것이 아니다. 때로는 익숙한 포맷에 과거 향수를 떠올리게 하는 프로그램이 오히려 사람들의 각광을 받는 경우도 종종 있다. 7년 이상 꾸준히 서바이벌 콘테스트 프로그램의 명맥을 유지한 SBS <놀라운 대회 스타킹>(이하 <스타킹>), 방영 초기 <나는 가수다>의 포맷을 차용했다는 논란을 빚고 몇 년 이상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는 KBS <불후의 명곡-전설을 노래하다2>(이하 <불후의 명곡>)가 언제나 새로운 무언가를 보여주고자 노력하는 <무한도전>과 견주는 시청률을 보여주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그리 새롭거나 참신하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스타킹>, <불후의 명곡>이 중장년층을 중심으로 꾸준한 시청률을 기록하는 것은 소소하고도 편안한 재미를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불후의 명곡>은 매주 과거 큰 인기를 끌었던 뮤지션을 전설로 초빙하여, 후배 가수들이 그(혹은 그녀)의 노래를 리메이크하여 헌정하는 식으로 구성됐다. 이 과정에서 과거 전설로 남은 뮤지션의 음악을 즐겨듣던 시청자의 향수를 자극할 수 있고, 매주 실력있는 뮤지션들이 수준급 무대를 보여주는 덕분에 TV에서 콘서트 이상의 감흥을 느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시 <무한도전>으로 돌아와, 박명수, 정준하가 기존에 있었던 방송의 짜깁기 의혹(?)에도 불구하고 <무한도전-토토가>를 기획한 것은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70년대 초반 태생으로, 90년대 청년 시절을 보낸 박명수와 정준하는 정확히 자신들이 속한 세대 전후가 누렸던 즉 영화 <건축학개론>, tvN <응답하라 1994> 속 문화 코드를 전면으로 내세운다.

그리고 1세대 아이돌이었던 이효리, 바다, 옥주현, 강타, 신혜성, 장수원, 김재덕을 출연시키며 HOT, 젝스키스, SES, 핑클, 신화, GOD, 쿨, 김현정,소찬휘에 열광했던 tvN <응답하라 1997> 세대들의 관심까지 끌어모으고자 한다. 그리고 명실상부 90년대 최고 문화 아이콘이었던 서태지 집을 방문하여 찬란했던 90년대를 기억하고 있는 이들의 향수에 화룡점정을 찍는다.

 지난 8일 방영한 MBC <무한도전-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 한 장면

지난 8일 방영한 MBC <무한도전-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 한 장면 ⓒ MBC


솔리드 김조한, 쿨 이재훈, SES 바다, 핑클 옥주현, 김현정, 소찬휘 등 지난 8일 <무한도전-토토가>에 나왔던 뮤지션들이 대부분 가창력을 인정받은 가수였으나, <무한도전>은 객관적인 공정성을 가하기 위해, 무조건 노래방 점수가 95점이 나와야 <무한도전-토토가> 무대에 참여할 수 있다고 게스트를 압박한다. 그래서 한 시대를 풍미한 가수들은 자기 노래로 95점 이상 받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모습을 보여준다.

비록 <나는 가수다>, <불후의 명곡>처럼 최고의 세션들이 선사하는 명품 반주가 아닌 전형적인 노래방 반주에 맞추어 그리웠던 가수들의 노래를 들어야 했지만, 10년 이상이 지나도 변치 않는 보컬 역량을 과시하는 그 시절 우리가 사랑했던 스타들을 한 자리에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 벅차고 흥겹다.

그래서 비록 이 자리에는 함께하진 못했지만 역시나 90년대 후반 소녀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언타이틀이 되어 오랜만에 시청자 앞에 서는 그의 또래 가수들의 긴장을 풀어주며, 실력발휘를 유도했던 노홍철의 편집된 분량과 음주 운전 사유로 인한 그의 하차가 더욱 아쉽게 다가온다. 부디, <무한도전-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가 노홍철 하차라는 악재를 딛고 오랜만에 다양한 연령층의 시청자들이 즐길 수 있는 특집으로 유종의 미를 거두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덧붙이는 글 개인 블로그 (너돌양의 세상전망대), 미디어스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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