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끝까지 간다>의 한 장면.

JTBC <끝까지 간다>의 한 장면. ⓒ JTBC


<히든싱어>를 통해 관객과 가수가 혼연일체가 된 예능을 성공적으로 안착시킨 JTBC가 또 하나의 소통 예능을 공개했다. 지난 31일 밤 9시 30분 첫 선을 보인 <백인백곡-끝가지 간다>(이하 <끝까지 간다>)다.

가수가 나와 자신의 곡이 아닌 곡을 불러 '서바이벌' 경연을 한다는 설정은 tvN의 <퍼펙트 싱어 vs>가 있었다. <퍼펙트 싱어 vs>는 기존 가수와, 타 분야의 출연자가 서로 노래방 기기 앞에서 한 곡을 놓고 우열을 가르던 프로그램이었다. 가수들은 미리 정해진 곡을 연습하고 나올 수 있는 이점이 있었고, 판정 주체가 노래방 기계라는 함정을 지닌 프로였다. 때문에 가수가 제 아무리 관객을 감동시켜도 기계가 요구하는 정확성을 놓치면 성공하지 못하는 것이 <퍼퍽트 vs>의 매력이자 한계가 되었다.

<히든 싱어>는 그 한계를 뛰어 넘는다. 프로그램 제목에서부터 알 수 있듯 가수의 존재가 숨겨진다. 원조 가수와 그를 모창하는 몇 명의 가수가 등장해 판정단으로 하여금 진짜 가수를 맞히게 하는 게 주요 포인트였다.

<끝까지 간다>는 거기서 한 발을 더 내딛는다. 가수는 <끝까지 간다>에서 아무 준비 없이 등장한다. 노래를 준비해 온 것은 관객이다. 가수는 100 명의 관객 중 한 사람을 선택하고, 그가 준비한 노래를 함께 성공적으로 불러 마지막 라운드까지 진출하면 된다.

첫 회엔 김태우, 이정, 문희준, 김현숙, 김소현이 출연했다. 진행자인 김성주와 장윤정이 관객이 선정한 노래와 사연을 소개하고 노래가 시작되면 그 곡을 선택한 관객의 선창이 이어진다. 후렴에서 가사가 퍼즐처럼 제시되는 걸 가수가 조합해 노래를 부르면 성공하는 형식이다.

물론, 가사 퍼즐은 1,2,3차 미션이 거듭할수록 복잡해진다. 3차에 이르면 화면을 가득 메운 뒤섞인 가사 때문에 그 노래를 잘 알았던 가수조차 혼란을 느낄 정도다. 하지만, 그 난해한 퍼즐을 잘 맞춰서 미션을 성공하면 그녀가 선택했던 관객들과 함께 여행 상품권이 주어진다.

방송 첫 회 성공을 거머쥔 사람은 뜻밖에도 가수가 아닌 개그우먼 김현숙이었듯이, <끝가지 간다>에서 가수란 직업은 큰 의미가 없다. 그저 예전 아이돌 H.O.T의 서브 보컬이라 가창력에 믿음이 가지 않았던 문희준의 절창을 확인하게 되는 뜻밖의 재미가 있었다.

오히려 가수의 노래보다는 <끝까지 간다> 첫 회가 보여준 묘미는 각양각색 100명의 관객들이 보여준 연예인 못지않은 흥과 끼와 사연이었다. 머리가 희끗해진 나이에 바닥을 훑으며 보여주는 격한 댄스, 그리고 결혼을 해주기를 고대하는 프로포즈 곡, 죽은 아내의 노래 음성이 담긴 핸드폰 녹음 메시지를 전하는 등 그 사연은 다양했다.

또한 누가 어떤 곡을 가지고 나왔는지 모르는 상태에서 미션을 맞이한 가수가 관객과 '거래' 벌이는 광경 또한 <끝까지 간다>의 또 다른 묘미다. 다만 첫 방송이 아쉬웠다면 문희준과 달리 김태우나 이정의 실력을 볼 수 없었다는 점이다.

즉, 노래의 주도권이 관객에게 있고, 또한 노래의 대부분을 관객이 부르고, 그저 후렴구 소절에 승패의 열쇠가 주어지다 보니, 본의 아니게 가수가 무대 중앙에 등장해도 주객이 전도된 듯한 인상을 주는 것이다.

이런 아쉬움이 개선된다면, <끝가지 간다>는 <히든 싱어>에 이어 불타는 금요일의 시청자를 TV앞으로 불러 모을 프로그램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이정희 시민기자의 개인블로그(http://5252-jh.tistory.com/)와 미디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백인백곡-끝까지 간다 문희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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