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픽하이

에픽하이 ⓒ YG엔터테인먼트


|오마이스타 ■취재/이언혁 기자| 음악 프로그램, 음원 차트에서 1위를 차지한 것이 6년 만이다. 어디 그뿐인가. 아무리 많아도 2회만 하려고 했던 콘서트는 전국 투어로 확대됐다.

2년 걸려서 만든 새 앨범을 들고 나오면서도 "솔직히 자신감이 없었다"는 에픽하이(Epik High, 타블로·DJ투컷츠·미쓰라진)는 예상치도 못한 뜨거운 반응에 당황했다. 스스로 "멘붕(멘탈붕괴) 상태"라고 칭한 이들은 "사실 사랑받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입을 모았다.

타블로야 KBS 2TV <해피선데이-슈퍼맨이 돌아왔다>에 출연하며 '하루 아빠'로 친숙해졌지만, 그가 가수인지 모르는 이들도 여전히 있다고. 게다가 에픽하이는 "많은 힙합 가수들이 사랑을 받았지만, 우리는 트렌디한 음악과는 거리가 멀다"고 말할 만큼 자신들의 경쟁력을 모르고 있었다.

"기분이 좋다"면서도 정규 8집이 사랑받는 이유에는 여전히 고개를 갸웃거리는 에픽하이와 이야기를 나눴다.

미쓰라진의 슬럼프..."그룹이기에 서로 업고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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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픽하이 ⓒ YG엔터테인먼트


8집을 만들기 전, 미쓰라진은 슬럼프에 빠졌다. 2년 중 1년은 멤버들도 미쓰라진을 보기 힘들었다. 미쓰라진은 "음악을 잘하는지도 모르겠다. 이걸 계속해서 누군가에게 득이 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했고, 타블로와 DJ투컷츠는 미쓰라진의 마음을 돌리려고 애썼다. 타블로는 이를 "미쓰라 끌고가기"라고 표현했다. 초반에 미쓰라진을 업고 뛰었다는 이들은 "사실 각자 후회하고 절망하는 순간이 있다"면서 "하지만 그룹이기에 서로 업고 뛴다"고 했다.

"어느덧 10년 정도 음악을 했다. 지난 앨범을 만들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잘 만든 앨범'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렇게 받아들이는 분들도 있었고, 안 받아들이는 분들도 있었다. 이를 크게 생각했던 것 같다. 심각하게 슬럼프가 왔다." (미쓰라진)

"그런 과정을 겪었기에 첫 방송 녹화(KBS 2TV <유희열의 스케치북>) 때 당황해서 말을 잘 못 했다. 무대에 섰는데 어쨌든 셋이 함께니까. 누구 한 명 빠지지 않고 함께하는 게 감동스러웠다. 되게 감사했다. 미쓰라도 '(형들이 잡아줘서) 진짜 다행이었다'고 했다." (타블로)

미쓰라진의 슬럼프는 새 앨범이 사랑받으면서 자연스럽게 극복됐다. '이게 최고다'고 최면을 거는 DJ투컷츠와 달리, 음악을 만들 때 늘 자신감이 결여된 상태라는 타블로는 "(반응이 좋다고 해서) 자신감을 회복한 것도 아니다"면서 "결과물이 잘 나왔고, 받아들여져서 다행이고 고마운 것뿐"이라고 했다. 이번 앨범에 담긴 대부분의 곡은 무수히 많은 시행착오를 겪고 탄생했다. 타이틀곡 '헤픈 엔딩'은 타블로의 딸 하루가 "시끄럽다"고 평했던 곡으로, 다듬고 다듬어 지금의 모습으로 거듭났다.

"다이나믹 듀오, 빈지노 같은 노래 시도했지만...안 맞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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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픽하이 ⓒ YG엔터테인먼트


'본 헤이터'는 빈지노, 버벌진트, B.I(비아이), 바비, 송민호와 함께 한 곡이다. '힙합 단체곡'을 만들고 싶었지만, 에픽하이는 "많은 사람들을 한 곳에 모이게 해서 녹음하고, 뮤직비디오를 찍는 게 가장 힘들었다"고 혀를 내둘렀다. 이 곡은 19세 미만 청취불가 판정을 받았다. 이에 대해 타블로는 "나를 예로 들었을 뿐, 누군가를 디스하는 가사는 아니다"면서 "19금 딱지가 대문짝만 하게 붙어 있지만, 신념을 응원하는 노래"라고 설명했다.

이번 앨범은 에픽하이가 예전부터 녹음했던 녹음실에서, 1집부터 녹음한 엔지니어와 함께 작업했다. 여기에 11년을 함께 한 친구들이 피처링으로 목소리를 보탰다. "다이나믹듀오 같은 노래, 빈지노 같은 노래를 해보려고 했지만 잘 못하겠더라. 안 맞는 옷을 입는 느낌이었다"고 털어놓은 에픽하이는 "'신나는 척하지 말고 마음에 있는 그대로를 하라'고 이야기했던 싸이 형의 조언을 기억했더니 '헤픈 엔딩' '스포일러' 'AMOR FATI(아모르 파티)' 등이 나왔다"고 했다.

에픽하이는 태양과 'RICH(리치)' 'EYES NOSE LIPS(아이즈 노즈 립스)'로 호흡을 맞췄다. 에픽하이는 태양과 작업하는 이유에 대해 "태양은 진짜 감사한 마음으로 음악을 한다"면서 "긍정의 끝이다. 우리에게 에너지를 주는 존재"라고 엄지를 치켜들었다. '창작의 고통'이라는 표현을 싫어한다는 타블로는 "하고 싶은 일을 하기 때문에 '고통'이라고 말하기보다는 수많은 사람과 상황에 감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태양은 그런 면에서 굉장히 잘 통한다"고 말했다.

"YG에 있어도 달라진 것 없어...예전과 똑같다"

 에픽하이

에픽하이 ⓒ YG엔터테인먼트


에픽하이의 이번 앨범에는 YG엔터테인먼트의 로고도, 이들이 과거에 만들었던 독립 레이블인 맵더소울의 로고도 있다. 타블로는 "YG엔터테인먼트에 있지만, 맵더소울에서 음악을 할 때와 다른 점이 전혀 없다"고 했다. 양현석 YG엔터테인먼트 대표 프로듀서는 에픽하이가 독립적으로 음악을 하게 했다. 사옥 내 녹음실을 쓰지 못하게 한 것은 물론이고, 직원들에게도 "에픽하이가 뭔가 도와달라고 하면 웬만하면 해주지 마라"고 지시했을 정도다.

"가장 자주 보는 문자가 '알아서 해라'와 '네 맘대로 해라'다. 양 사장님(양현석)에게 일단 결과물을 들려주는 데까지 1년 반이 걸렸다. 아예 안 들려줬다. 사실 회사에서 작업을 하지도 않으니까 들려줄 기회도 없었다. 굳이 제작비를 배로 늘리면서까지 다른 녹음실을 쓰게 했다. 뭔가 탄탄한 인프라가 있는데 그것을 쓰지 못하게 하는 느낌이었다고나 할까. 지금 생각해보면 '다 이유가 있다' 싶은데 우리를 예전으로 만들어 버렸다.(웃음)"(타블로)

에픽하이의 이번 앨범을 관통하는 메시지는 '응원'이다. '행복이 복수'라는 가사처럼 누군가를 미워하고 원망하는 감정이 있다면 복수를 꿈꾸기보다 내 인생을 더 행복하게 하자는 의미다. "어렸을 때는 '복수는 나의 것'이라고 생각했다"지만, 에픽하이는 '여백의 미'가 가득한 자신들의 음악에서 희망을 노래하고 있다. 1개월 전부터 "아빠는 왜 다른 노래를 안 부르냐"고 묻던 하루도 이제는 '헤픈 엔딩'과 '스포일러'를 듣게 됐다.

에픽하이 헤픈엔딩 스포일러 본헤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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