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권, 기소권이 있는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위해 영화인들이 동조 단식 중인 광화문 광장.

수사권, 기소권이 있는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위해 영화인들이 동조 단식 중인 광화문 광장.ⓒ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위한 영화인 모임'


"고통스러운 세월호 사고를 기억하는 게 타인과 소통하는 예술의 본질적인 의미인 것 같다." 

지난 10월 초, 부산국제영화제 당시 부일영화상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송강호의 수상 소감은 큰 울림으로 남았다. 그리고 1123명의 영화인들은 '철저한 진상규명이 보장된 세월호 특별법 촉구 선언'을 위해 나선 바 있다.

그 뿐만이 아니었다. 영화인들은 30일 현재까지(83일차) 릴레이 동조 단식을 이어나가고 있다. 누구의 강요도 아니었다. 영화감독, 작가, 배우, 촬영감독 등 스태프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했다. 그 사이 김혜수를 비롯한 배우들의 일일 지지단식도 활발했다.

광화문 광장으로 삼삼오오 모인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위한 영화인 모임'의 진심이 힘이었다. 그리고 세월호 참사 200일을 하루 앞둔 10월의 마지막 날(31일 금요일) 오후 7시, 영상으로 말하는 영화인들의 목소리가 광화문 광장에 울려 퍼질 예정이다. 시민이 함께하는 '세월호 추모 영상제'를 통해서다.

고등학생부터 음악인까지, "잊지 않겠습니다" 

 세월호 추모영상제 포스터.

세월호 추모영상제 포스터.ⓒ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위한 영화인 모임


고등학생도 참여했다. 방송 음악을 만드는 음악인도 뮤직비디오를 손수 제작했다. 40대 일반인도 세월호 참사를 잊지 말자고 했다. 그렇게 지난 17일까지 최종 30여편의 작품이 응모했다. 자격도, 나이도, 장르도 제한이 없었다. 오로지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기 위한 10분 이내 작품이면 족했다.

그 중 이승준 감독의 <그날, 그때, 그곳에>, 김홍경 감독의 <꿈>, 하헌기 감독의 <미안해 내가 못난 어른이어서>, 김은택 감독의 <유리창>, 문지은 감독의 <잊지 못할 세월>, 김인영 감독의 <잊지 않을게> 등 극과 다큐멘터리, 뮤직비디오를 아우르는 10편의 작품이 본선에 진출했다.

영화인들도 가만있을 순 없었다. 뜻을 같이 하는 감독들이 발 빠르게 움직였다. '4·16 영화인 단편 프로젝트'란 이름으로 6명의 감독이 작품을 선보인다. 취지에 공감하는 스태프들이 모였다. 자비를 들인 감독도 있었고, 제작비를 후원하는 제작자도 있었다.

그렇게 <동갑내기 과외하기> 김경형 감독은 <같이 타기는 싫어>를, <천안함 프로젝트> 백승우 감독은 <기도>를, <유신의 추억 - 다카키 마사오의 전성시대>의 이정황 감독은 <다녀오겠습니다>를, <사랑이 이긴다>의 민병훈 감독은 <생명의 노래>를 내놨다. 김홍익 감독의 <잊지 말아줘요>, 유성엽 감독의 <주홍조끼를 입은 소녀>를 포함한 총 6편이 세월호 추모영상제에 본선 진출작과 함께 상영될 예정이다. 

심사는 심사위원장인 영화 <부러진 화살>의 정지영 감독을 비롯해 <송환>의 김동원 감독, 김주경 영화 프로듀서, 이안 영화평론가, 한신대 송주명 교수, 조영선 변호사, 한국일보 서화숙 기자 등 영화인 외에도 각계 인사가 함께 맡았다. 그리고 이 영화인들의 진심은 이제 문화예술계 전반으로 퍼져 나가고 있다.

문화예술인들이 무기인 '연장'을 내려 놓고 또 들려는 이유  

 4.14FM 플래시몹 포스터.

4.14FM 플래시몹 포스터.ⓒ 연극미래행동네트워크


"시민이여 심장이 아픈 자여 나라가 거둔 적 없는 백성들이여 / 자식 잃은 통곡과 부모 잃은 절규를, 눈 뜰 수도 눈 감을 수도 없는 육지의 아우슈비츠를 보아주세요 / 죽임이 쏟아져 들어오는 해저에서 칼을 숨 쉬던 동족의 얼굴을 기억해주세요 / 책임지는 나라를 / 생각하는 나라를 / 사라지지 않는 나라를 / 슬픔을 슬퍼하는 나라를, 기억해주세요" (이영광 시인의 시 <심장이 아픈 자여, 기억해주세요> 중에서)

지난 28일, 영화는 물론 문학, 미술, 음악, 만화계 등 각 분야 문화예술인들이 청와대 앞 청운동 사무소 앞에 모였다. 이들은 '세월호, 연장전(延長戰)'에 대한 계획을 발표하면서 "청와대와 국회가 나서서 진정한 진상규명을 막고 세월호 국면을 봉합하려고 하지만, 아직 세월호 진상규명은 끝나지 않았고, 문화예술인들은 언제까지고 끝나지 않는 '연장전'(延長戰)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문화예술인들이 작업 도구인 '연장'을 내려놓겠다는 것이다. 1차 행동으로 11월 1일 오후 2시 광화문 광장에서 '세월호 참사 200일, 문화예술인 행동선언'이 열릴 예정이다. 이후 전국문화예술인 긴급 선언과 함께, 온라인 대자보 운동, <세월호, 연장전> 신문 발행, 세월호 문화예술 기록 작업을 병행할 예정이다. 보름 후인 15일(토)에는 광화문 인근에서 그간 진행해온 표현물과 작품들을 시민들에게 알리는 2차 행동 '연장을 들다'를 연다는 계획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영화인들의 '세월호 추모영상제'를 시작으로 각 장르별, 분야별 행사들이 이어진다. 연극인들은 11월 1일 오전 12시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서 연극인과 시민들 200인의 집단 플래시몹 '4.16FM'을 열 예정이다. 세월호 게릴라 음악인들 역시 11월 1일 오후 1시 '세월호 참사 200일 추모음악회'를 연다.

한편 미술인들은 매주 화요일 오전 12시 광화문 일대에서 '세월호를 기억하라' 미술인 1인 시위를 열 예정이다. 문학인들은 세월호에서 돌아오지 못한 304명을 기억하기 위해 작가들과 시민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304 낭독회'를 매달 1회 총 304번을 진행할 예정이다. 더불어 대한민국 만화인행동 주관으로 안산분향소에서는 '잊지말아요. 416만화전'이 열리고 있다. 이렇게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기 위해 '연장'을 든 문화예술인들의 행동이 줄줄이 이어지고 있다.

'기억하자'고 말하는 문화예술인들, <다이빙벨>은 시작일 뿐

 영화인들이 3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우동 영화의전당 앞에서 열린 <철저한 진상규명이 보장된 세월호 특별법 제정 촉구 영화인 1123인 선언>에서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고 있다.

영화인들이 3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우동 영화의전당 앞에서 열린 <철저한 진상규명이 보장된 세월호 특별법 제정 촉구 영화인 1123인 선언>에서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고 있다.ⓒ 이정민


"진실은 침몰하지 않습니다."

논란 중에 상영 중인 다큐멘터리 영화 <다이빙벨>의 헤드카피다. 안해룡 감독은 <오마이스타>와의 인터뷰에서 "그분(유가족)들은 물론 소중하고, 그 아픔 또한 이해하지만 진실을 위해선 더 큰 문제제기를 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문화예술인들이 참사 200일 이후 적극적으로 행동에 나선 것도 크게 다르지 않다. 끊임없이 문제를 제기하고 진실을 추구하는 것. 결국 각자의 도구를, 연장을 들고 예술이 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함 힘을 발휘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세월호 참사 이후 정치인도, 언론인도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사회적 비난이 팽배한 지금, 문화예술인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의도이자 행동일 것이다.

그 가치는 비단 '진실'을 추구하기 위한 문제제기에 그치지 않는다. 세월호 참사를 잊지 않기 위한 (역사적)기록으로서 의미 또한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그걸 제일 잘 하는 이들이 바로 문화예술인들 아니던가. 그래서 영화인들은 입을 모아 "<다이빙벨>의 개봉은 그 출발일 뿐이었다"고 말한다.

세월호 참사 200일, 그렇게 '기억'하기 위해 모인 문화예술인들과 단원고 유가족, 그리고 시민들이 광화문광장으로 여러분을 초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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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영화 기자, 오늘은 프리랜서 글쟁이. 살다보니 시나리오 쓰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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