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나를 찾아줘> 포스터

영화 <나를 찾아줘> 포스터 ⓒ 20세기 폭스코리아


* 기사에 영화 내용의 일부가 들어 있습니다.

뛰어난 미모에 학식까지, 영화 <나를 찾아줘(Gone Girl)>의 주인공 에이미(로자먼드 파이크 분)는 어디 하나 흠잡을 데 없는 완벽한 여성이었다. 어린 시절 인기 동화였던 <어메이징 에이미>의 실제 주인공이었던 에이미는 당대 최고 아역스타 못지 않은 사람들의 뜨거운 관심 속에 하버드대를 졸업한 미모의 재원으로 성장한다. 그리고 미남 칼럼니스트 닉(벤 애플랙 분)과 운명적인 사랑을 나누고 만인의 축복 속에서 행복한 결혼 생활을 이어나가고 있었다.

하지만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모두가 부러워하는 '완벽한 커플'이었던 닉과 에이미의 진짜 모습은 어디까지나 잘 포장된 껍데기에 불과했다. 자신의 일거수일투족을 일일이 감시하고 간섭하는 에이미가 지긋지긋했던 닉은 20대 초반의 여제자와 은밀한 밀회를 즐기고 있었고, 닉의 불륜에 큰 상처를 받은 에이미는 자신의 무너진 자존심을 회복하기 위해, 그녀의 어린 시절을 롤모델로 했던 <어메이징 에이미>보다 더 극적이고 어메이징한 복수극을 계획한다.

이보다 더, 보는 이의 간담을 서늘케하는 싸이코패스녀가 또 있을까? <세븐>(1995)과 <조디악>(2007) 등 스릴러 장르 운용에 큰 장기를 보여온 데이빗 핀처 감독을 통해 탄생한 <나를 찾아줘> 악녀 에이미는 여타 팜므파탈들과 근본 자체가 다르다.

 영화 <나를 찾아줘> 한 장면

영화 <나를 찾아줘> 한 장면 ⓒ 20세기 폭스 코리아


어릴 때부터 유명인으로 살아온 에이미는 사람들의 사랑과 관심을 받는 것에 익숙한 인물이다. 하지만 매사 뛰어난 재능을 보인 동화 속 천재소녀 에이미와 다른 자신의 실제 모습에 상당한 괴리감을 느낀다. 그래서 어떻게 해서든지 만인이 사랑하는 소녀 에이미처럼 완벽해야한다는 압박감이 희대의 싸이코패스의 탄생으로 이어진 셈이다.

<나를 찾아줘>는 단순히 자기 자신을 위해서 악행도 서슴지 않고 벌이는 싸이코패스의 행각을 보여주는 데만 그치지 않는다. 에이미의 석연치 않은 실종 이후, 여러 언론은 닉이 범인이라는 명확한 증거 없이 추측만으로 닉을 에이미 납치 사건의 용의자로 지목한다. 어릴 때부터 매체에 노출된 삶을 산 터라, 미디어와 여론의 속성을 제대로 간파하고 있었던 에이미는 이를 최대한 활용하고, 그 계산대로 닉이 에이미를 죽였다고 자의적으로 확신한 언론은 닉이 불륜을 저지른 과거까지 낱낱이 공개하며 궁지에 몰아 넣는다.

매일 생방송으로 자신을 비판하는 여론에 휩쓸려 졸지에 아내를 잃어버린 비운의 남편에서 파렴치한 납치범이 되어버린 닉. 물론 에이미가 남겨놓은 완벽한 증거들이 닉을 범인으로 의심하게 하는 충분한 정황을 제공하긴 했지만, 닉을 더 나락으로 빠트리게 한 것은 정확한 사실이 아닌 추측만으로 닉을 몰아세우는 언론이다.

 영화 <나를 찾아줘> 한 장면

영화 <나를 찾아줘> 한 장면 ⓒ 20세기 폭스코리아


유명 동화의 실제 모델이었던 한 가정 주부의 비극적인 실종사건은 며칠이 채 지나지 않아 에이미의 실종, 납치보다 닉의 과거 불륜 이력이 많은 주부들의 분노를 자아내게 하는 일종의 가십거리로 전락하고 만다. 이렇게 닉을 아내를 납치하여 죽인 유력 용의자로 몰고가는 언론과 여론은 정작 실제 벌어지고 있는 사건과 그 속에 숨어있는 핵심에는 그리 큰 관심을 두지 않는다. 오직 과거 아리따운 부인을 두고 젊은 제자와 바람을 피웠고, 아내를 납치한 것 같은 닉에 대한 여론 재판에만 몰두할 뿐이다.

에이미 납치 사건의 유력 용의자로 전락한 닉의 일거수일투족을 생방송으로 보도하는 언론의 행태는 자극적이다 못해 보는 이의 숨을 턱 막히게 한다. 분명 이는 동명소설 원작자이자, 영화 <나를 찾아줘>에서도 각본을 맡은 길리언 플린이 만든 가상의 이야기이며 설정이다. 그러나 팩트를 전달하기보다도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 위한 가십거리에만 치중하는 <나를 찾아줘> 속 옐로우 저널리즘과 마녀 사냥은 영화 속 이야기가 아닌, 현재에도 진행되는 우리 현실의 이야기이다.

마치 가상 결혼 리얼 버라이어티를 보는 것 마냥, 모두가 부러워할 만한 이상적인 결혼 생활을 보여준 닉과 에이미는 예전에도 그랬던 것처럼 여론을 의식하며, 자신들이 유리한 쪽으로 언론을 이용하며, 그렇게 행복하게 잘 살아가는 듯한 모습을 미디어에 종종 노출할 것이다. 이미 부부로서 관계를 회복할 수 있는 마지노선을 넘어섰음에도, 위기를 사랑으로 극복한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부부로 연기하기로 결심한 이들의 숨막히는 결혼 생활이 싸이코패스의 섬뜩한 미소 못지않게 간담을 서늘케하는 이유다.

어쩌면 서로에게 분노하고, 조종하려들고, 상처를 주더라도 그것이 결혼이라는 에이미의 대수롭지 않은 응수처럼, 진실이 무엇이든지 자극적인 멘트와 이슈를 통해 자신들이 하고 싶고, 듣고 싶은 말로 사람들의 생각까지 조종하려드는 요즘 사회의 병폐를 영리하게 꼬집은 데이빗 핀처의 스릴러는 역시 다르다. 10월 23일 개봉.

덧붙이는 글 개인 블로그 (너돌양의 세상전망대), 미디어스에 게재되었습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바로 지금 여기에서 여성의 눈으로 세상을 보고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