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외국인 예능인 전성시대'라 할 만하다. 예능 속에서 한국인이 아닌 외국인을 바라보는 일은 흔한 일이 되고 말았다. 예전에는 추석 특집 프로그램이나 <미녀들의 수다>정도에서 볼 수 있었던 외국인들이 어느새 주류 예능 프로그램에서 활약하고 있는 것이다.

그 포문을 연 것은 바로 MBC <진짜 사나이>의 샘 해밍턴이다. 샘 해밍턴은 한국 군대 문화에 적응해 가는 외국인 병사 캐릭터로 단숨에 주목을 받았다. 익숙치 않은 단어들을 잘 발음하지 못하고, 적응되지 않는 문화 속에서 우왕좌왕 하는 <진짜 사나이> 속 그의 모습은 웃음을 유발했다.

 MBC <진짜 사나이>에 출연 중인 샘 해밍턴.

MBC <진짜 사나이>에 출연 중인 샘 해밍턴. ⓒ MBC


이후 그는 <진짜 사나이> 말고도 다른 프로그램에 모습을 드러내며 외국인 예능인 전성시대의 물꼬를 텄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시청자에게 <진짜 사나이> 속 샘 해밍턴 캐릭터가 익숙해지고, 그도 군대에 적응을 해나가자 샘 해밍턴만의 특색을 보여주기가 힘들어졌다.

이 때, 제작진은 슈퍼주니어 M 멤버인 헨리를 투입하여 다시 비슷한 반응을 얻었다. 외국인으로서 군대에 적응해 나가는 과정이 흥미롭긴 했지만, 그것은 이미 샘 해밍턴을 통해서 한 번 경험해 본 것들이었다. 헨리의 독특한 성격은 신선함을 불어넣는데는 성공했으나, 샘 해밍턴 만큼의 열광적인 반응은 없었다.

이는 <진짜 사나이>에서 기대할 수 있는 그림이 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어떤 부대를 가더라도 그들이 겪는 일은 비슷하다. 그들은 새로운 환경에 적응을 해야 하고 그 과정에서 그들이 겪는 고생에 초점이 맞추어 진다. 패턴이 비슷해 질수록 필요한 것은 캐릭터인데,군대라는 상황속에서 특이한 캐릭터를 만들어 내기란 쉬운일이 아니다. 한 마디로 <진짜 사나이> 속의 외국인 캐릭터는 '소모적인' 패턴을 반복하고 있는 프로그램의 특성상 그 영향력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태생적인 한계를 갖고 있다.

외국인 출연자가 주는 신선함을 좀 더 심화 발전시킨 형태가 바로 JTBC <비정상회담> 이다. <비정상회담> 속에 등장하는 외국인들은 단숨에 엄청난 인기를 얻게 되었다. 이는 <비정상회담> 속에서 할 수 있는 이야깃거리가 비교적 자유롭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프로그램 안에서 '군인'과 같은 신분의 제약이 없다. 그저 자기 자신으로서 이야기를 풀어놓을 수 있다. 실수하거나 어리둥절한 모습으로 웃음을 자아내지도 않는다. 처음부터 제작진은 섭외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긴 것이 '한국어 실력'이라고 밝히며 그들을 희화화할 의도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그런 까닭에 그들의 캐릭터는 단순히 외국인이라는 범주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JTBC <비정상회담>의 한 장면.

JTBC <비정상회담>의 한 장면. ⓒ JTBC


물론 초반은 출연진이 외국인이라 신선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단순히 외국인의 신선함이라면 <미녀들의 수다>와도 다를 바 없는 구성이다. 허나 능숙한 한국말을 바탕으로 다양한 주제에 관해 토론하는 그들에게, 시간이 지날수록 한국 예능인들과 같은 캐릭터가 부과되기 시작했다.

'꽉 막힌 터키 유생' 에네스라든지 묘한 대립각을 형성하는 장위안과 타쿠야의 구도, 독특한 말투를 구사하는 샘 오취리, 똑똑하고 지적인 타일러, 까불거리는 줄리안 등 그들 각각이 캐릭터를 가지게 되면서 시청자의 애정도도 증가했다. 이런 캐릭터는 그들의 실제 성격에 기반한 것이지만 프로그램 속 분위기와 어우러져 시너지 효과를 발휘했다.

최근 첫 방송을 시작한 MBC <헬로 이방인> 역시 이런 <비정상회담>의 이런 장점을 노린 프로그램이다. 셰어 하우스 프로그램 붐을 타고 여기에 외국인을 가담시켰다. '각기 다른 국적의 외국인들끼리 함께 생활하며 어떤 일이 벌어질까'라는 호기심에서 이 프로그램은 출발한다.

그러나 이 프로그램이 놓친 것이 있다. 한 공간에 모여 토론만 하는 <비정상회담>이라면 모를까, 서로 함께 생활한다는 콘셉트 하에서는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진행되기 힘들다는 점이다.

<비정상회담>이 인기가 있는 까닭은 그들이 토론을 하고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 하면서 생겨나는 묘한 캐릭터에 있다. 그러나 <헬로 이방인>속 외국인들은 '셰어 하우스'라는 콘셉트 하에 굳이 이야기를 나눠야 할 부담감도 없고, 일정한 콘셉트를 잡고 캐릭터를 만들어 낼 여지도 적다.

 MBC <헬로 이방인>에 출연하는 아이돌 그룹 MIB의 강남

MBC <헬로 이방인>에 출연하는 아이돌 그룹 MIB의 강남 ⓒ MBC


최근 '예능 샛별'로 떠올랐다는 강남이 눈에 띄긴 하지만, 그것은 그가 애초에 독특하고 신선한 캐릭터였기 때문이지 딱히 프로그램이 캐릭터를 잘 뽑아냈기 때문이라고 볼 수는 없다. 강남의 예능감은 굳이 <헬로 이방인>이 아니더라도 JTBC <학교 다녀왔습니다>속에서도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결국 외국인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중요한 것은 출연진이 각자의 캐릭터를 선보일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는 것이다. 외국인을 출연시킨다고 프로그램의 성공이 보장되는 것이 아니다. 적당한 포맷과 적절한 연출, 그리고 출연진의 개성이 합해질 때만이 '외국인'이라는 특징이 장점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외국인이 갑자기 브라운관에 대거 등장하고 있는 이때에, 그들을 활용하는 방법을 알지 못하는 프로그램들은 결국 몰락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다. 신선한 접근과 진지한 고찰로 외국인이든 한국인이든 '새로운 캐릭터'를 보여줄 판을 짜는 것이 선행되어야 할 것임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우동균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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