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2TV 월화드라마 <연애의 발견>에서 강태하 역의 배우 문정혁이 16일 오후 서울 신사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KBS 2TV 월화드라마 <연애의 발견>에서 강태하 역의 배우 문정혁이 16일 오후 서울 신사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오마이스타 ■취재/이미나 기자·사진/이정민 기자| 그룹 신화의 리더 에릭, 아니 배우 문정혁이 KBS 2TV <연애의 발견> 강태하를 맡는다는 소식에 '구남친이 저렇게 멋있어도 되나' 의아해했던 적이 있었다.

하지만 겉으로 보기엔 멋진 데다 능력까지 갖춘 '잘난 남자' 강태하는 술에 취해 전날의 기억을 잃은 전 여자친구 한여름(정유미 분)에게 확실히 선을 긋기는커녕 능글맞은 웃음으로 불안감만 높이는가 하면, 끝내는 한여름의 현재 남자친구 남하진(성준 분)과 우격다짐까지 벌이는 '꼴사나운 남자'였다.

"사실 극 중 착하고 반듯한 사람은 솔이(김슬기 분)와 준호(윤현민 분)밖에 없었어요. 보통 이런 사람들이 드라마의 주인공이잖아요? 그런데 <연애의 발견>은 티저에서나 포스터에서부터 '연애의 진흙탕 싸움'을 보여주려 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주인공들도 다 결점 있고 찌질하고 이기적인 사람들이었던 것 같고요. 드라마를 하며 멋있고 달달한 것만 보여주는 것보다 가려운 부분을 대놓고 긁어 보고 싶었는데, 이번 작품에서 솔직하게 표현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특히 그에게 반가웠던 것은 <연애의 발견>을 둘러싸고 벌어졌던 시청자 간의 설전이다. "드라마가 잘 됐든 잘 되지 않았든 '어떤 장면에서 멋있었다, 재밌었다'는 정도의 반응만 받아보다가 시청자가 드라마에 몰입해 이야기를 나누는 걸 보니 뿌듯했다"는 문정혁은 "연기자로 데뷔한 지 10년이 넘은 것 같은데, 이렇게 처음부터 끝까지 좋은 반응만 나왔던 적은 처음"이라며 "담당 CP님께서 '에릭의 재발견'을 만들어 주겠다고 공언하셨는데, 실제로 그런 반응을 접하고 신기했다"고 말했다.

 KBS 2TV 월화드라마 <연애의 발견>에서 강태하 역의 배우 문정혁이 16일 오후 서울 신사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남자들은 여자를 볼 때 어느 때나 '예쁘냐?'를 먼저 묻는다고 하잖아요. 초반에 바로 마음을 알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딱 눈에 보이는 걸 보는 것 뿐이에요. 그러니 그게 꼭 나쁜 건 아닌 것 같아요. 그리고 인형처럼 예뻐야 한다는 게 아니라 '이 사람이 날 보기 위해 얼마나 신경썼는지' 알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요. 거기에 하나 더 얹자면 저는 목소리와 말투를 따져요. 성격까지 조금 알 수 있는 게 목소리와 말투라고 생각하거든요." ⓒ 이정민


강태하를 연기하면서 자신의 연애 또한 '발견'할 수 있었다는 문정혁이다. 실제 연애할 때 "태하와 여름, 하진의 단점이 모두 조금씩은 있다"고 털어놓기도 한 문정혁은 "드라마와 비슷한 상황에서 상대방의 감정이 어떨까 궁금할 때가 있었는데 <연애의 발견>을 통해 조금은 알 수 있었던 것 같다"며 "또 드라마를 끝내야 하니 연애관에 대한 생각이 원점으로 돌아온 기분"이라고 털어놨다.

"결혼할 나이가 돼서 그런지 어렸을 때보다 이것저것 따지는 것도 많아졌었거든요. 예전 연애와 비교하며 '그땐 이런 게 안 좋았으니 다음 사람은 이런 게 있는 사람이었으면 한다'는 조건들이 계속 늘었던 거죠. 그런데 '너랑 있을 때 가장 나 같아지는 것 같아'라는 대사를 보고는 '가슴이 시키는 대로 사랑할 수 있고, 멋있는 척 안 하고 가장 나 같을 수 있는 사람을 만나는 게 좋은가?'라는 고민을 하게 됐어요. 새로운 문제를 얻은 거죠. (웃음)"

"대본이 정말 좋았던 <연애의 발견>, 지문까지 그대로 연기했죠"

"항상 부담감을 갖고 촬영을 시작해서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야 조금 편해지는 편이에요. 그렇다고 꼭 마지막쯤 (부담감이) 풀어지는 것도 아니고요. 작품을 연달아 한다면 그 부담감이 좀 덜 느껴지긴 하겠지만, 상황적이나 체력적으로 그렇게 할 수도 없잖아요. 그러니 (연기를) 10년 넘게 했지만 똑같은 부담감과 어려움으로 작품을 대하게 되더라고요.

특히 <연애의 발견>은 대본이 정말 좋았던 데다 캐릭터도 제가 잘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꼭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던 작품이었고, 그래서 더 부담감이 있었어요. 대본에서 받은 좋은 느낌을 제가 연기하며 망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애드리브는 하나도 안 하고 대본에 있는 그대로 지문까지 다 연기했죠."

 KBS 2TV 월화드라마 <연애의 발견>에서 강태하 역의 배우 문정혁이 16일 오후 서울 신사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KBS 2TV 월화드라마 <연애의 발견>에서 강태하 역의 배우 문정혁이 16일 오후 서울 신사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그동안 제가 연기를 하는 줄 모르는 사람이 '너의 작품 중 무엇을 보면 좋겠냐'라고 묻는다면, 가장 말하고 싶었던 건 영화 <달콤한 인생>(2005)이었어요. 그런데 이건 너무 짧게 출연한 거라 <케세라세라>(2007)을 말할 것 같았는데…이젠 <연애의 발견>이라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 이정민


'배우 문정혁'으로 관객 앞에 선 지도 10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그는 조심스럽다. 스스로에게 자신이 없어서가 아니라 '관객'이라는 말이 주는 무게를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직업이다 보니 하고 싶지 않은 것이나 할 수 없는 것도 의무로 해야 할 때가 있다"면서도 "하지만 그 외에 다른 사람들이 잘 할 수 있는데 굳이 내가 색다른 모습을 보이기 위해 스태프나 시청자에게 피해를 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래서 잘 뜯어보면, 그의 필모그래피 속에는 항상 '문정혁'이 있다. <신입사원>(2005)의 강호는 그가 친구들과 함께 놀 때의 모습이 담겼다. "어디서 타는 냄새 안 나요? 내 마음이 불타고 있잖아요"라는 희대의 명대사를 남긴 <불새>(2004)의 서정민 또한 말투만 다르다 뿐이지 '멋있는 척'을 좋아하는 그와는 똑 닮았다. 문정혁은 "<연애의 발견>은 내가 기존에 보여줬던 모습이 다 들어 있다고 생각한다"며 "다음 작품 또한 내가 잘 할 수 있는 것을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누가 저에게 '정말 재밌는 작품'과 '정말 멋있는 캐릭터가 있는 작품' 중 어떤 걸 고를 거냐고 묻는다면, 무조건 전자를 고를 거예요. 역할이 작아도 좋은 작품의 일부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100%거든요. 솔직히 배우로서 연기력을 키워가려면 배우만 해야겠죠. 하지만 그럴 수 있는 상황은 아니잖아요. 신화 활동도 있으니까요. 그래서 배우로서는 '스펙트럼을 넓혀가자'라기 보단 '간간이 연기하고 있어도 할 때마다 좋은 작품의 일부가 되자'라는 욕심을, 나름 내고 있어요."

"신화도 질풍노도 겪었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한 번 더' 생각하는 게 중요"

 KBS 2TV 월화드라마 <연애의 발견>에서 강태하 역의 배우 문정혁이 16일 오후 서울 신사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요즘 결혼하는 아이돌들을 보면 부러워요. 우리도 할 때가 됐는데…. (웃음) 신화 중엔 제가 가장 먼저 가고 싶어요. 제가 먼저 가면 줄줄이 가지 않을까…. 먼저 가야 유리할 것 같아요. 처음 가야 다 같이 축가도 불러주지. 나중에 가면 바쁘다고 안올 것 같아요. (웃음)" ⓒ 이정민


원래 <연애의 발견>은 '배우 문정혁'이 원했던 작품이었지만, '신화 에릭'으로선 할 수 없는 작품이었다. 예정된 신화 스케줄이 있었기 때문. 하지만 멤버들이 그의 생각을 이해해 준 덕분에 컴백 시기를 조정할 수 있었다. 문정혁은 "원래 멤버들이 내가 나오는 드라마를 보다가 이상한 게 있거나 평소의 내 버릇이 그대로 나오면 '독설'을 하는 편"이라며 "그런데 이번엔 그런 게 없어 심심해 한 것 같다. '재밌다'고는 하는데, 왠지 아쉬워했다"고 미소 지었다.

선후배 아이돌 그룹들이 줄줄이 불화설을 겪거나 멤버 교체-해체 등의 수순을 밟는 가운데, 신화는 17년차 최장수 아이돌 그룹으로서 흔들림 없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특별한 비결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라고 운을 뗀 문정혁은 "그들이 했던 고민을 우리들도 분명히 했고, 그들이 서로 싸우고 미워했던 것만큼 우리들도 할 건 충분히 다 했다"며 "다만 종이 한 장 정도의 차이가 있다면 '그 순간'을 버티느냐, 고집을 부리느냐의 차이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우리가 특별히 나은 사람들이라 매번 양보하고 인내했던 것도 아니에요. 하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한 번 더 생각하는 게 중요해요. 물론 신화도 질풍노도의 시기를 보냈다면 보냈는데, 운 좋게 잘 흘러온 것 같아요.(웃음) 진짜 운이 좋았던 것도 있어요. 같이 일했던 스태프들도 좋았고…. 그냥 멤버들에게 고마워요. 여러 상황에서 우리와 함께해줬던 사람들에게도 고맙고요."



연애의 발견 에릭 문정혁 정유미 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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