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레드카펫>에서19금계 순정마초 정우 역의 배우 윤계상이 17일 오후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영화 <레드카펫>에서19금계 순정마초 정우 역의 배우 윤계상이 17일 오후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오마이스타 ■취재/이선필 기자·사진/이정민 기자| 인터뷰 내내 그에게서 미소가 끊이지 않았다. 'god 윤계상'보다는 이제 '배우 윤계상'이란 수식어가 어울릴 법한 그가 영화 <레드카펫>으로 관객과 만나고 있다.

'무명 에로감독이 자신의 이름을 건 영화를 내놓기 위해 동료들과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라는 설정은 그가 걸어오며 경험했던 일들과 어느 정도 일치했다. 연출을 맡은 박범수 감독이 실제로 에로영화 감독 출신이고 자신의 이야기를 녹였다고 했지만, 이건 동시에 톱가수가 아닌 배우로서 인정받아야 했던 윤계상에게도 해당되는 이야기다. 

진정성 담긴 <레드카펫>...19세 버전이 15세가 된 사연

데뷔 때부터 스타를 경험했던 윤계상에겐 데뷔작을 발표하게 된 박범수 감독의 '인디 감성'이 어울리지 않을 수도 있었겠다는 질문부터 던졌다. 윤계상은 "god는 하늘이 맺어준 영광"이었다"며 "이번 영화를 찍으며 나 자신을 돌아보고 반성하게 됐다"고 운을 뗐다.

"박 감독님의 좋은 점은 자기가 에로영화를 찍었다는 사실을 감추지 않고 자랑스러워하신다는 거예요. 많은 작품을 경험해서 지금 감독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세요. 이번이 상업영화 데뷔인데도 과거를 숨기지 않은 거죠. 전 반대였어요. (가수였던 걸) 감추려 했고, 두려워했죠. 그게 잘못된 거였다는 걸 느끼고 있어요.

<풍산개> 등 지금까지 어둡고 무거운 작품을 주로 한 것도 스스로가 뭘 갖고 있는지를 잊은 채 갖고 싶어 하는 것만 보며 택했기 때문이에요. <레드카펫>을 하면서 다시 생각했죠. 원래 전 밝고 쾌활하고, 도전심이 강한데 너무 틀 안에 갇혀있었던 것 같아요. god로 재결합한 것도 다시 행복해지는 과정 같아요. 주위에선 '이제야 윤계상 같다'는 말을 많이 해요. 그걸 들으며 '내가 한동안 참 어두웠구나'라는 걸 느꼈죠."

 영화 <레드카펫>에서19금계 순정마초 정우 역의 배우 윤계상이 17일 오후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윤계상 "사실 <레드카펫>을 멜로로 풀지, 성장 드라마로 풀지 여러 제안이 있었고 편집도 많이 했어요. 처음엔 19금 영화였는데 결국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죠. 이야기를 비꼬지 말고 진중하게 가자는 의견이 지배적이었어요." ⓒ 이정민


윤계상이 <레드카펫>에 반한 지점은 진정성과 재치였다. 함께 출연한 오정세와 조달환, 이미도, 황찬성 등이 코믹 연기를 펼쳐 관객들의 마음을 열면 윤계상은 진정성 있는 사랑으로 감동을 전하는 식으로 역할 분담이 있었다.

"저마저도 너무 까불면 진정성이 줄어들 것 같았어요. 박 감독님 흉내를 많이 내려 했습니다. 밝으면서도 오버하지 않는 모습이요. 사실 <레드카펫>을 멜로로 풀지, 성장 드라마로 풀지 여러 제안이 있었고 편집도 많이 했어요. 처음엔 19금 영화였는데 결국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죠. 이야기를 비꼬지 말고 진중하게 가자는 의견이 지배적이었어요.

저도 살짝 뒤로 빠져 연기한 느낌이에요. 예전 같았으면 잘하고 싶으니까 표현하는 연기를 하려했겠죠. 점점 조화를 생각하는 연기가 뭔지 알아가고 있어요. 코미디 영화니까 여러 계산도 해봤는데 제가 잘 할 수 있는 부분을 하는 게 중요하더라고요. 이번엔 진정성과 적절한 무게의 연기가 제 몫이었습니다."

감사한 동료, 선배들..."힘든 시간은 지나갑니다"

 영화 <레드카펫>에서19금계 순정마초 정우 역의 배우 윤계상이 17일 오후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윤계상 "함께 했던 배우들도 감사하고 감독님도 정말 좋아요. 세상을 보는 시선이 밝으신 분이죠. 감독님과 제가 동갑이라 현장에서 많은 얘길 했는데 제가 고민하고 있으면 감독님은 그걸 긍정의 기운으로 쭉 뽑아서 되돌려 줘요." ⓒ 이정민


인터뷰 중 윤계상은 이번 영화의 조합이 좋았다는 점을 종종 강조했다. "마치 졸업 작품을 하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분위기였다"는 그는 "내 상대역인 고준희도 예전에 <사랑에 미치다>에서 만났던 적이 있어서 편하게 대할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고준희와 함께 찍은 베드신에 대해 윤계상은 "어릴 때 알던 친구라 동생 같았고, 그 장면 역시 너무 남매 느낌이 났던 건 아닌지 걱정"이라는 일화를 전했다.

"함께 했던 배우들도 감사하고 감독님도 정말 좋아요. 세상을 보는 시선이 밝으신 분이죠. 감독님과 제가 동갑이라 현장에서 많은 얘길 했는데 제가 고민하고 있으면 감독님은 그걸 긍정의 기운으로 쭉 뽑아서 되돌려 줘요. 이미 친구가 됐습니다. (웃음) 저번에 god 콘서트 장에 와서 울어주기도 했고, 진짜 좋은 사람이에요."

 영화 <레드카펫>에서19금계 순정마초 정우 역의 배우 윤계상이 17일 오후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윤계상 "<레드카펫>의 에로영화 감독 정우(윤계상의 배역 이름)가 꿈을 찾아가는 과정이 저와 비슷해요. 꿈을 잡을 시기가 인생에서 두 번 온다고 합니다. 에로영화 감독으로서 살아가는 정우의 벌이 자체는 나쁘지 않았지만, 결국 방향을 틀잖아요." ⓒ 이정민


어느덧 윤계상이 배우로 내놓은 작품도 스무 편을 넘었다. 2005년 이후 10년이 돼 가는 시간 동안 그는 "연기는 항상 고민스럽지만 급하지 않게 많이 마음을 내려 놓았다"고 현 상태를 언급했다. '인생에선 시간이 지나야 될 것들이 있다'는 게 그가 품고 있는 생각이었다.

"오정세 형이 언론 시사회 이후 절 안아주면서 '좋다! 흥행은 모르겠지만 이만큼 했으면 충분하다'고 말해줬어요. 맞는 것 같아요. 연기야 조금씩 늘어 가겠죠. 빨리 끌어올릴 수 없는 게 연기 같아요. 기다리고 또 연마하면서 제가 할 수 있는 최고의 연기를 하려고 합니다.

<레드카펫>의 에로영화 감독 정우(윤계상의 배역 이름)가 꿈을 찾아가는 과정이 저와 비슷해요. 꿈을 잡을 시기가 인생에서 두 번 온다고 합니다. 에로영화 감독으로서 살아가는 정우의 벌이 자체는 나쁘지 않았지만, 결국 방향을 틀잖아요.

저 역시 배우라는 꿈을 운명처럼 끌려서 잡은 거예요. 그 타이밍이 제겐 27살에 왔던 거죠. 물론 가수 역시 제 꿈이었지만요. 그때가 오면 남들이 어떤 이야기를 해도 따라갈 수밖에 없어요. 박범수 감독님 역시 시사회 때 아버지가 오셨다는데 당당하게 자신의 영화를 보일 수 있다는 생각이었는지 참 환하게 웃더라고요. 역시 행복은 결과가 아닌 과정에 있는 것 같아요."

 영화 <레드카펫>에서19금계 순정마초 정우 역의 배우 윤계상이 17일 오후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윤계상 "꿈이라 생각해 거기에 빠져 힘들어 하는 거면 꿈이 아닌 것이지만 고생을 해도 즐거운 일이면 그게 꿈입니다." ⓒ 이정민


꿋꿋하게 버텨 지금의 윤계상이 있을 수 있었다. god 탈퇴 당시 상처도 있었을 테고 온갖 오해도 받았지만 결과적으로 이들은 보란듯이 합쳤고, 팬들 앞에 당당하게 서 있다. 윤계상은 "당시 오해도 풀렸고, 죽기 전에 한 번만 공연해보자던 계획이 이어지며 5개월 째 지금 god 활동도 하고 있다"며 "곧 미국 공연도 가는데 지금의 현실이 내겐 복권에 당첨된 것과 같다"고 웃어 보였다.

"지지 말고 꿈을 좇으라", 윤계상이 말했다. 요즘은 꿈이 무엇인지조차 모르는 사람들이 더 많다고? "꿈이라 생각해 거기에 빠져 힘들어 하는 거면 꿈이 아닌 것이지만 고생을 해도 즐거운 일이면 그게 꿈입니다." 그가 내린 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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