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카펫 메인 포스터

▲ 레드카펫 메인 포스터 ⓒ (주)프레인글로벌

유명 아역배우였지만 이제는 대중들의 관심에서 멀어진 은수(고준희 분). 그녀는 우연한 계기로 정우(윤계상 분)라는 남자를 만나 마음을 터놓는 사이가 된다. 정우는 영화감독을 꿈꾸는 인물로 영화 제작사에서 연출일을 맡고 있지만 제작사 사장은 제대로 된 기회를 주지 않은 채 에로영화 작업만 맡길 뿐이다.

각자의 자리에서 성공을 위해 노력하던 정우와 은수는 정우의 시나리오로 영화를 찍으며 연인으로 발전하지만 사소한 오해로 헤어지게 된다. 시간이 흘러 유명 기획사에 들어가 톱스타가 된 은수와 여전히 3류 감독인 정우. 정우는 은수와 함께 찍은 영화 '사관과 간호사'를 태종대 영화제에서 상영하게 되고 은수는 영화제에 꼭 참석해달라는 초대장을 받는다.

나름의 맛이 있는 에로맨틱 코미디

영화 <레드카펫>의 대략적인 줄거리다. 박범수 감독이 자신의 경험을 얼마간 녹여낸 로맨틱 코미디로 에로영화라는 색다른 설정을 가미했다는 점에서 '에로맨틱 코미디'라 표현되기도 한다. 남녀가 서로를 만나고 사랑하고 위기를 겪지만 마침내 어려움을 극복한다는 로맨틱 코미디 전형적인 곡선을 그리지만, 참신한 소재와 재능있는 조연들의 활약을 통해 나름의 맛을 낸 작품이다.

감독은 에로영화 스태프로 일하는 정우와 동료들의 모습을 통해 자신이 직접 경험한 바 있는 한국 에로영화계의 실상을 그려내고 그로부터 편견에 저항하며 꿈을 향해 달려가는 이들의 노력과 애환, 로맨스까지를 밉지 않게 표현한다.

지난 8일 개봉한 <나의 사랑 나의 신부>, <레드카펫>과 같은 날 개봉하는 <타임 투 러브> 등 보통의 로맨틱 코미디들과 마찬가지로 이 영화 역시 로맨스와 코미디의 두 축을 주연과 조연 배우들에 분담시키고 있다. 이는 요즘 나오는 로맨틱 코미디의 일반적인 형식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로맨스와 코미디를 모두 잡아야 하는 장르적 특성상 주연이 로맨스를 담당하고 특화된 조연배우들이 코미디를 터뜨리는 철저하게 형식화된 구성이라 할 수 있다.

<레드카펫> 역시 여기서 크게 벗어나는 영화는 아니다. 정우와 은수는 로맨스를 담당하고, 나머지 인물들이 코미디를 위해 전력투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오정세, 조달환, 황찬성 등은 각기 재기넘치고 능청스럽고 맹한, 철저하게 정형화된 캐릭터를 나누어 맡고 있기까지 하다.

진정성이 있는 영화라는 것, 그리고 오정세라는 배우의 힘

레드카펫 영화의 주역들(왼쪽 아래부터 시계방향으로 고준희,조달환,윤계상,찬성,오정세)

▲ 레드카펫 영화의 주역들(왼쪽 아래부터 시계방향으로 고준희,조달환,윤계상,찬성,오정세) ⓒ (주)프레인글로벌


하지만 이 영화의 특별함은 전형적인 로맨스와 코미디에서 모든 것을 끝내지 않는다는 점에 있다. 감독은 전형적인 구성 위에 소외된 이들의 진정성 있는 드라마를 덧씌워 승부수를 던진다.

에로영화에 종사하는 이들이 최선을 다해 공동작업을 해나가는 모습을 통해 관객들은 그들이 우리와 다른 세계의 사람이 아니라 우리와 같은 사람임을, 함께 꿈을 꾸고 땀흘려 일하는 사람들임을 이해하게 된다. 그리고 그로부터 관객들은 전형적일망정 진솔한 감동을 느끼게 된다.

물론 영화의 멜로가 단조로운 감정선을 그리고 있으며 그리 섬세하게 표현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을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다른 한 축인 코미디의 성공률이 근래 나온 한국 로맨틱 코미디들과 비교한다면 상당히 높은 축에 속하고, 출연한 배우들의 연기력도 출중하며 볼거리 역시 적지 않기에 전반적인 완성도가 부족하다고 생각되지는 않는다.

진정성 이외에 이 영화가 가진 장점을 들자면, 조연 배우들의 활약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그 중에서도 가장 큰 활약을 보이는 배우는 역시 오정세다. 2012년을 전후해서영화와 TV드라마를 오가며 맹활약하고 있는 이 배우는 현재 한국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영화인 가운데 한 명으로 불러도 손색이 없다.

오랜 무명생활을 딛고 일어나 자신의 재능을 만개시키고 있는 오정세는 출연하는 작품마다 비범한 활력을 불어넣고 있으며, <레드카펫>은 그의 존재감이 가장 인상적으로 드러난 작품 가운데 한 편으로 꼽아도 무리가 없는 영화일 것이다.

진정성이 있는 영화라는 것, 그리고 오정세라는 배우의 힘. 범람하는 클리셰 속에서도 활력을 잃지 않는 두 개의 엔진이 있기에 <레드카펫>은 비슷한 스타일의 다른 많은 영화들 가운데서 나름의 경쟁력을 갖추었다고 평가받을 수 있다. 지난 2013년 제작된 <레드카펫>은 영화 속의 영화 '사관과 간호사'가 그러했듯, 오랜 기다림 끝에 이달 23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덧붙이는 글 블로그(http://goldstarsky.blog.me/)에 게재하였습니다
레드카펫 박범수 오정세 윤계상 이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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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평론가.기자.글쟁이. 인간은 존엄하고 역사는 진보한다는 믿음을 간직한 사람이고자 합니다. / 인스타 @blly_kim / 기고청탁은 goldstarsk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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